인생은 피하지 못한 새똥처럼
장경자 지음 / OHK / 202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일, 누구나 한 번쯤은 스쳤을 법한 상황이지만 아무나 그렇게 세심하게 관찰하지 못할, 아무나 그렇게 공감 가는 이야기로 풀어내지 못할 글이 수두룩하다. 그 글들에 또 하나의 특징이나 전매특허이자 핵심은 ‘해시태그’다. 시가 끝난 줄 알았는데 뒤에 이어지는 해시태그가 더 큰 웃음과 감동을 주는 일이 흔하므로 절대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볼 때도 감탄하고, 감동하고, 배꼽을 잡곤 했었는데, 종이에 박힌 활자로 만나는 그녀의 시는 나의 감상 농도를 딱 1.5배 높여줬다. 게시물로 볼 때 보다 더 차분하게 꾹꾹 눌러 읽어서 일지도 모르고, 아무래도 책이 주는 무게감이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책으로 보니 더 좋았다.

오랜만에 수영을 다시 시작한 그녀(‘저자’란 말은 거리감이 느껴져 ‘그녀’라 부르기로 함)가 녹슬지 않은 수영 실력을 뽐내다가 아연실색하게 된 사연을 담은 시 <자연인>은 눈물 없이 보기 어렵다. 웃겨서 눈물이 나기 때문이다.

갱년기와 씨름 중인 그녀의 안타까운 외침 <못 찾겠다 꾀꼬리>는 본 시에서 공감을 이어지는 해시태그에선 웃음 폭탄을 선물한다. 잘 둔 모든 것들은 너무 잘 두어 어디에도 없고, 자칫하면 그녀가 형이라 부르는 남편도 잘 두게 될지 모른다. 형, 조심하세요!

아들을 셋 둔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시가 있다. 바로 <아들의 여자친구>다. 부산하게 꽃단장을 마치고 콧노래를 부르며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아들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없는 모가지를 한껏 잡아 빼’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이 처절한데 웃음이 난다. 머지않아 내 모습일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웃음이 가신다. 그리고 그녀의 해시태그에 공감 백개를 누르고 싶어진다.

「#아들이

#여자와 있는 모습을 본 건 처음

#어깨에 올려진

#아들의 손

#그 옆에서

#배꽃 같이 웃는

#여자친구의 모습이

#너무 낯설어 이상한 기분

#하 번 보겠다고 애쓰는

#내 초라한 발가락

#기분 별로야」 _133

내 말이! 기분 별로다. 쿨한 시어머니 되려면 지금부터 쿨하게 보내는 연습을 해야겠다.

부모님을 뵐 때마다 한 가닥 더 늘어난 주름, 한 올 더해진 흰머리, 자꾸 말라가는 몸과 헐거워지는 머리숱에 눈물 나게 슬퍼한다. 스스로를 <나쁜년>이라 욕하며 자주 찾아뵙지 못한 자신을 다그친다.

「내 나이 먹는 것만 아쉬워

내 부모의 세월은

안중에도 없었나 보다」 _175

아마도 가정을 꾸려나간 모든 자식에게 아프게 찔리는 말일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데 후회 없이 사랑해 드려야겠다.

<남편과 형>을 읽으며 내 남편을 많이 생각했다.(남편이란 말이 참 어색하지만, 글에서 남편이라 하였으니 나도 남편이라 칭해본다.)

....

남편이 남편일 때

그가 한 모든 수고의 대가를

내가 사용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남편이 형일 때

그가 한 모든 수고의 대가를

내가 사용하는 건

피도 안 섞인 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는 일.

...」_184

남편에게는 툭툭 화도 잘 내고, 툭툭 미운 말도 잘하는 나다. 늘 한결같이 나를 ‘이쁘다’ 해주고 첫 번째로 위해주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시의 마지막 해시태그 ‘#아껴줘야 해’란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본다.

인생을 좀 살아봤다 하는 사람은 이 책을 보고 그렇지~ 하고 끄덕일 것이고

인생을 좀 알고싶은 사람은 이 책을 보고 아! 하고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인생은 피하지 못한 새똥처럼 들이닥쳤지만,

새똥맞는다고 죽지 않는다! 오늘 하루하루를 꿋꿋하게 살아가 보자!



덧,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그림이다.

시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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