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 하 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김일동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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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꿈을 꿨어요. 나와 함께 한 무리도 있고 나를 배척하는 무리도 있었고요. 뭔가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꿈이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진 않아요. 아마도 『키키와 순임의 대모험』을 보고 자서 그런 꿈을 꿨나 봐요. 하하

악어 키키는 밀림 속 작은 강가에서 늘 낚시를 하고 있어요. 바늘 없이 떡밥만 매달아 놓은 낚싯대에 모여든 물고기들은 키키를 비웃으며 떡밥을 한 입씩 먹고 가요. 강가 야자나무 위에 사는 악어새 순임은 키키가 잠들면 키키의 입안을 청소해주는데요. 어느 날 악어의 입안에서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매우 기뻐해요. 그 뒤부터 순임은 키키를 더 유심히 관찰했고 나와 똑같은 의문이 생겨요.

‘왜 저렇게 무의미한 낚시를 계속하는 것일까...?’

그것도 몇 년 동안이나 말이죠. 순임도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가 봅니다. 잠자는 키키를 깨워 묻지요. 키키는 자신이 꿈속에서 봤지만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 하얀 고래의 배 속에 있는 보물선에 대해 이야기해요. 고래의 배 속에서 만난 연어를 유인하기 위해 바늘 없는 낚시를 하고 있는 거래요. 키키는 순임이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화려한 보물선이라··· 카, 생각만으로도 행운이 찾아온 것 같아요. 키키, 우리 연어를 함께 기다려요!”

둘은 이제 함께 연어를 기다려요. 또 몇 년이 흘러요. 키키는 함께 기다리는 순임에게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함께 연어를 기다려주는 이유를 물어요.

“키키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너는 나에게 네잎클로버처럼 행운 그 자체야.”

“키키는 곧 그 보물선을 진짜로 발견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날이 너무나도 기대돼.”

나에겐 확고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허황돼 보이는 꿈을 누군가가 이토록 격하게 응원해주고 지지해준다면 얼마나 벅차고 힘이 날까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나를 믿고 끄덕여줄 친구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반대로 나는 누구에게 그런 친구일 수 있을지도 스스로 묻게 되네요.

저는 너무 닳고 닳은 어른이라, 어느 세월에 연어를 만나 하얀 고래가 어디 있는지 물어 멀고 먼 바다에 다다르고, 넓고 넓은 바다에서 하얀 고래를 어떻게 찾을까 너무나 막막했어요. 동화 속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지요! 어느 날 갑자기 연어가 나타나고 숲속 친구들을 만나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어느덧 바닷가에 닿아요.

무리에서 이탈해 혼자가 된 아기코끼리 코코와 튤립 꽃밭에서 홀로 바람에 날려 바위틈에 뿌리내린 외로운 투투,

생활패턴이 다른 주행성동물 무리와 분쟁이 점점 커져 가시나무에 고립되어버린 부엉이 무리에서 떠나고 싶은 쌍둥이 부부와 부부(이름도 같아요>.<),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 넷,

키키와 순임이 찾는 보물선을 탐내고 몰래 뒤를 쫓는 몽몽과 뿡뿡,

돈이 되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재력가 두더지 두두와 그의 친구 지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남을 돕는 일에 인색한 반달곰 바바와 다람쥐 치치.

선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키키와 순임에 대비되는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는 우리 세상사가 모두 들어있어요.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하얀 고래의 배에 창과 칼을 꽂는 일을 서슴지 않는 동물들은 자기가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 원주민을 학살하던 제국들을 떠올리게 해요. 나의 평온한 삶 외에 무관심한 바바와 치치같은 사람들, 더 많이 가지고 싶은 탐욕에 빠져버린 두두와 지지같은 사람들...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키키와 순임같은 사람들이 존재해서 살만한 세상 말이죠.

키키와 순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요. 결국에 그들은 보물선을 차지하게 될까요? 몽몽과 치치, 두두로부터 보물선을 하얀 고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우리 둘째가 두 권을 모두 읽었는데 함께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아이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키키와 순임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저곳에는 사랑과 인정이 없어요. 상처만 가득해요.” _200

“바다는 너무나도 넓고 광활할 거야. 보물선에 대한 작은 단서 하나를 찾기도 어려울 수 있어. 누가 봐도 무모해 보일 수 있겠지. 하지만 코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해.” _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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