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위 있는 신경과학자 스테파니 카치오포가 쓴 이 책은 자연 과학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고 영화처럼 로맨틱하고 감동적이다.(심지어 울면서 읽음) 동화 같은 프랑스령 알프스에 있는 작은 스키마을에서, 동화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이 서로 애틋한 부모님 밑에서 외동으로 자란 어린 저자는 혼자 놀기를 즐겼다. 아웃사이더였지만 관찰자로서 타인들의 사회적 관계에 관심이 많았고 자신은 왜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는지, 자신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어딘가 소속된 느낌을 주는 유일한 사람은 할머니였다. 무한한 사랑을 주던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돌아가시자 저자는 할머니에게 벌어진 일을 이해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도 그런 운명을 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졌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시간 낭비나 인생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이 현재의 생물종으로 존재하는 이유이다. 건강한 인간관계가 건강한 뇌를 형성하며,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창의력을 북돋우며 사고의 속도를 높여 준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사회활동이자 뇌의 잠재적 인지 능력을 완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사랑하는 것이다.」 _p40



사랑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흥미로운 연구 사례들을 통해 보여 준다. 이름부터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러브 머신’은 긍정적인 감정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마음에 고안한 컴퓨터 기반 프로그램이다. 한 여학생이 두 남자 사이에서 헷갈리는 자기 마음을 알고 싶다며 저자의 실험실을 찾아와 러브 머신을 사용해 보고 싶다 한다. 여학생이 마음에 두고 있는 두 남자의 이름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스크린이 깜빡이는데 학생아 알아차리지도 못할 26밀리초 동안 1번 남자의 이름이 스크린에 등장하고 어휘 검사지를 작성하게 된다. 2번 남자의 이름으로도 같은 방법으로 시행한 뒤 결과를 비교하자 유의미하게 차이가 났다.

후속 실험에서 러브 머신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동시에 그들의 뇌를 fMRI 촬영한 결과는 더 놀랍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열정을 보이는 취미 활동이 프라이밍 된 경우 어휘 검사에서 훨씬 뛰어난 결과를 보인 것이다. 사랑에 의해 강렬하게 활성화된 뇌의 부위는 변연계 뿐만 아니라 외로 양측 방추형 영역과 각회와 같이 보통 마음의 문제와 쉽게 연관 짓지 않는, 뇌에서 이성을 관할하는 영역까지 포함되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랑에 푹 빠져있을 때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든 평소보다 더 능률적으로 해낼 수 있는 상태로 동기화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반대로 연인과 싸우거나 하고 싶은 것(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취미 등)을 제한당했을 때 일이나 학업에 능률이 떨어질거란 추측도 가능하다. 연인, 부부 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얼마나 삶의 질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이토록 사랑의 힘을 잘 아는 사랑박사인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기간 싱글로 지낸다. 뒤늦게 신경과학계의 스타 존 테렌스 카치오포와 뇌섬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묘사가 신경과학자스러워 웃음이 나온다.


「존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내 뇌의 보상 회로에는 넘쳐흐르는 도파민이 환희의 느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고, 아드레날린은 내 뺨의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홍조를 띄웠다.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도 치솟아서 흥분감과 초조한 에너지를 쏟아내어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만들고 시간의 흐름을 왜곡하고 있었다.」 _p115


존은 60세, 스테파니는 37세로 나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둘은 서로에게 너무나 꼭 맞는 짝이었고 결혼을 하고 같은 학교에서 같은 연구실을 쓰며 일과 사랑을 나누던 둘에게 큰 시련이 닥친다. 존의 암 선고.



사랑하는 사람과 접촉,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을 절감시켜준다고 한다. 슬픔에 빠진 모두가 서로의 손을 잡고, 눈빛으로 위로하며, 곁을 지켜주는 사랑의 힘으로 슬픔의 수렁에서 박차고 나올 수 있길 기도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