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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암 - 수술도 없이, 약물도 없이
한상도 지음 / 사이몬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_히포크라테스
나에게 ‘암’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10년쯤 전 아빠의 갑상선 암 소식은 온 가족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크기가 너무 컸기에 당장 수술 날짜를 잡았다. 한창 아토피로 고생하던 초 예민 아들 첫째를 키우며 멀리 계시는 아빠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고 늘 멀리서 전화로 걱정만 했던 죄송스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수술 당일 병원을 찾았을 때, 예상 수술 시간이 지나도 아빠가 나오지 않자 우리 엄마는 수술실 앞에서 거의 실신 상태로 울고 계셨다. 그렇게 긴 수술과 괴로운 방사선 치료까지 마치고 암은 제거했지만, 갑상선 약을 끼니처럼 챙겨 드시게 되었고 몸의 균형이 깨진 듯 체온 조절에 애를 먹으셨다. 은근하고 멋들어진 아빠의 노랫소리가 그리워지기도 했고.
이 책을 읽으며 아빠가 왜 암에 걸리셨는지 생각해봤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조미료와 설탕 마니아셨다. 새하얀 설탕에 밥을 비벼 드시던 모습, 박하사탕과 두통약을 달고 사시던 할머니는 결국, 치매로 생을 마감하셨다. 그런 할머니 아래에서 아빠는 아마도 화학 물질로 오염된 먹거리를 다량 섭취하면서도 정작 세포에게 필요한 영양은 결핍된 성장기를 거치셨을 것이다. 물론 지나친 노동과 스트레스도 한몫했을 것이다.
저자는 건강검진 결과, 높은 PSA수치(전립선 특이항원 수치)로 전립선암 예상 소견을 듣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울의 한 종합병원을 찾는다. 수시로 위가 약한 경련을 일으키던 나는 위내시경을 하고 의사를 마주할 때 느꼈던 그 긴장감과 두려움을 알기에 저자의 불안한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2주 후에나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저자는 많은 고민을 한다. 재발·전이 전담 병원이 있을 정도로 재발과 전이가 잦다면 수술이 맞는 방법일까? 의사에게 오롯이 맡기는 것이 옳을까?
각기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약과 치료법을 처방하고 암의 원인에 대해서도 “다양합니다”라는 뻔한 대답만 무성의하게 이야기하는 의사에게 신뢰가 가지 않았던 저자는 자기 몸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고 당장 식습관부터 바꾼다.
[백미와 육류, 생선, 계란, 기름 등은 일절 금지! 통곡물, 과일과 채소, 꼭꼭 씹기 시작!]
식습관을 바꾸고 닷새쯤부터 기운이 없고 어지러운 부작용이 발생하자 처음의 다짐과 신념이 흔들린다. 그때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부리가 깨어지고 발톱과 깃털이 뽑히는 아픔을 참고 견디는 솔개의 모습’을 떠올리며 버텨낸다. 그렇게 2주 후부터 8kg 감량, 탈모와 근시 개선, 발뒤꿈치 각질 사라짐, 높았던 혈압이 정상화 되는 효과를 체감하고 암을 이겨낼 자신감을 얻게 된다.
저자는 암종양을 제거하는 것은 암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며, 암은 세포가 제 기능을 못해 종양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세포의 기능 회복이 근본적인 치유라고 말한다.(단, 위중하고 고통스런 상태라면 종양 제거가 우선일 수 있다고 함.) 이를 위해서 음식관리, 습관관리, 마음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상치유방법들을 소개 한다.
저자는 수많은 건강 관련 강의를 듣고, 세계적인 석학들의 저서를 섭렵하면서 우리 몸에 대해 공부한 끝에 이러한 자기만의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과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은 특히 자주 언급되는데, 존 맥두걸의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은 ‘사람을 죽이는 약품을 주지 않고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며 의사를 포기하고 채식주의자가 된 존 맥두걸이 현대의학의 병폐를 고발하는 책으로 저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암 의심 선고를 받은지 1년 3개월 만에, 조직검사 결과 암 선고를 받은지 1년 만에 그의 암은 사라졌다. NK세포(암과 맞서는 면역 세포)의 활성도 검사 결과는 정상인(보통 500pg/ml이상)의 두 배가 넘는 1360pg/ml로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물론 자연치유의 길은 험하고 멀어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시로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저자의 경우 비교적 진행이 느려 착한암이라 불리는 전립선암이니까 가능한 이야기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스런 항암과 부작용에 시달리며, 암을 잡기 위해 온몸을 망가뜨리지 않고, 평소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며 음식관리, 습관관리, 마음관리 만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의사말만 믿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며 몸에 대해 알아갈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