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기 베인
더글러스 스튜어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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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셔기를 보면,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 사랑은 없다'
라는 말이 새빨간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겨우 15세 소년인 셔기 베인이 홀로
일어나 하숙집 방문 아래 틈새에 깨워놓았던 교복 점퍼를 빼는 순간 담배, 튀김, 땀, 정액의 쉰내, 생선 냄새가 뒤섞인 싸늘한 외풍이 그를 맞이한다.

어쩌다 겨우 15살 베인은 이런 곳에 홀로 남겨졌는지, 샤워를 하면서 진짜 소년의 모습을 찾다가 "레인저스 22승 14승 8패, 총 58점 애버딘 17승..."라고 웅얼거리며 불안을 잠재우게 된 것인지는 좀 더 후에 알게 된다.

1981년의 스콜틀랜드 글래스고 지역은 비도, 매춘도,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음도 많은 우울한 곳이다.

셔기의 친아빠 빅셕은 그 지역의 택시 운전사이자 아름다운 셔기의 엄마 애그니스를 옆에 두고도 수시로 여기저기 수컷의 냄새를 흘리고 다니는 인간이다.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애그니스는 그런 셕을 보며 불안해하고 자신만의 빛나는 가치를 잃어간다. 그런 그녀에게 알코올은 순간적인 행복과 위로가 되어준다.

똑똑하고 현명한 딸 캐서린도
무뚝뚝하지만 생각이 깊고 재능이 있는 큰아들 릭도 온 몸과 마음으로 엄마만 사랑하는 셔기도
애그니스에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94쪽_
릭은 눈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와중에도그들을 관통해 자기만의 세계로 훨훨 날아가는 기술을 오래전에 터득했다. _

누나와 형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현실에서 도피하지만 셔기만은 진짜 엄마일 때나 알코올 엄마일 때나 변함없이 애그니스의 옆을지킨다.
엄마를 위한 셔기의 말과 행동들은 보는 사람을 안타까움으로 바스라지게 만든다.

🏷275쪽_
셔기는 머그잔을 준비했다. 첫 번째는 애그니스의 메마른 목을 적실 수돗물, 두 번째는 쓰린 속을 달랠 우유, 세 번째는 집을 샅샅이 뒤져서 찾은 김빠진 스페셜 브루와 스타우트였다. 어머니의 손이 제일 먼저 닿을 머그잔, 어머니의 뼛속에 울리는 흐느낌을 잠재울 머그잔이었다. _

겨우 10살 남짓한 아이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엄마의 술수발을 자발적으로 들고있다. 엄마가 너무 걱정되고 엄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456쪽_
둥실 떠올라서 동네를 향해 날아가는 씨앗들이 작은 유령들의 행진처럼 보였다. 셔기는 사랑한다는 말을 유령에게 속삭이고, 손가락으로 튕겨서 어머니에게 날려 보냈다. _

엄마와 새출발을 약속하고 이사한 공동주택 3층에서 뒷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속으로 내뱉는 셔기의 말에 또 가슴이 저렸다.

🏷516쪽_
날이 저물도록 셔기는 일종의 경기장 같은 뒷마당을 구경했다. 저들처럼 아무런 근심 없이 뛰노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_

아이라고 근심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아이다운 근심이 아닌 어른의 근심을 셔기 혼자 짊어지고 버티는 모습은 마치 무거운 짐을 들고 늪을 건너는 모습처럼 위태롭다.

나의 주변 세계에서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야기들, 소설과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 이질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마지막 장에 '이 책은 전적으로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와 그녀의 투쟁, 그리고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게 준 형 덕분에 가능했다.' 라는 작가의 말에 흠칫 놀랐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그를 안아주었다. 어린 셔기였던 그를.

중독.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무서운 단어다.
자신의 인생은 물론이거니와,
자녀의 인생에도 숙취로 쏟아내는 토사물을 뒤집어 씌우게 된다.
그 일부는 주변인들에게도 몇 방울 튀어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를 남길지 모른다.

애그니스의 부모는 그녀가 신앙으로, 자기 의지로 중독을 이겨내길 바라고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독'에 대한 무지로 인해.

얼마전 TV에서 봤던 우리나라 마약중독에 관한 다큐가 생각났다. "주사기에 물이라도 넣어서 넣는 맛이라도 느끼고 싶다니까요."라고 말하던 어느 애기 엄마. 몸이 달라고 아우성 치는 약을 참기위해 안절부절 하던 남자. 약을 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할까.. 그저 안타까웠다.

다소 거북한 표현, 적나라한 묘사들이 있지만
그 안에서였기에 아이에서 소년이 되어가는 셔기의 변함없는 사랑이 더 빛날 수 있었으리라.

💙@coho_books23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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