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이 싫어서 ㅣ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 이 땅에 태어나 살면서 한국이란 나라가 싫다는 생각은 한 번쯤은 다들 해보지 않나? 청소년기에 특히 많이 했던 것 같다. 개인차를 무시하고 모두를 똑같은 틀 안에 가둔 채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학교 교육이 싫었다.
•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배운 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 좋은 나라. 자랑스런 대한민국` 따위의 문장이었다. 천진한 여덟 살바기의 생각에 아, 사계절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건가 보다. 했다. 다른 나라는 겨울만 있거나, 여름만 있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걸 이다지도 자랑스러워 할 리가.
집에 와서 TV를 틀어보면 밝은 미소의 가수가 `아아,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를 열창하던 시절이었다.
• 2010년대의 한국은 `헬조선`이라 불린다. 금수저가 아니면 미래가 없는 곳. 주인공 계나는 흙수저로 태어나 탈조선을 꿈꾸는 20대 후반의 여성이다. 한국이 싫고 여기서는 못 살겠다는 그녀는 호주 이민을 계획해 한 단계씩 실행에 옮긴다. 타국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정착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와중에 한국에서의 삶을 회상하는 내용이 오버랩된다. 그렇다고 단순히 호주와 한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떤 나라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이 나라에선 공공연히 무시되는 부조리함을 이야기한다.
• (170쪽)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
•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하느니 미군에 자원 입대해 영주권을 취득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뉴스가 들려 온다. 단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일 뿐일까? 아니면 누가 누구를 내몰고 있는 것일까? `지금의 한국`이 싫다는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정글 안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에 순응하거나, 강자가 되거나, 시스템을 바꾸려 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자신이 없으면 떠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