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적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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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작가, 방송인인 허지웅이 여러 매체에 쓴 글을 모은 책이다. 나온 지 꼭 2년이 되었는데 마을도서관에서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바로 이전 책인 <버티는 삶에 관하여>도 그랬지만 이 책 역시 저자의 취향과 생각이 확실하게 드러난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읽으면서 때로는 블랙코미디 같아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2년 전의 기억들이 떠올라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꽉 다물게도 했다.

저자가 좋아하는 영화와 배우, 아쉽게도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추모글 같은 것들도 여럿 있는데 무심한 듯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문장이 좋다.

한국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글들에 공감이 많이 갔다. 왜 책 제목에 ‘친애하는’과 ‘적’이란 단어를 함께 썼는지 알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이 공간 역시 애증의 대상이지만 결코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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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고통스러운 만큼 더 큰 진리를 깨닫게 되었고 그 진리는 운명을 개척해 나아가는 데 꼭 필요했다 나에게 성경을 보라고 권한 강사가 준 지혜로운 충고 덕분에 하나님이 내 인생에서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더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말씀이 주는 지혜로 삶의 시련을 이겨내지 않는 한, 성경 내용은 대부분 의미가 없다. 하나님은 이런 이유로 성경 속 모든 종들에게 갈등을 겪도록 허락하셨고, 같은 이유로 우리도 갈등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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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을 휩쓸었던 이 군중 운동은 6월 4일의 총성 속에서 재빨리 진압되었다. 같은 해 10월, 우리가 다시 베이징 대학을 찾았을 때는 이미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웨이밍호(未名湖) 호반에는 젊은 연인들의 그림자가 여기저기 나타났고 학생 기숙사 안에서는 마작을 하는 소리와 함께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름이 한 번 지나갔을 뿐인데 그 사이에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마치 지난 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이처럼 거대한 대비는 한 가지 사실을 여실히 설명해주었다. 바로 톈안문 사건이 중국인들의 정치적 열정이 한 차례 집중되어 폭발한 것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문화대혁명 이래로 누적되어온 정치적 열정이 마침내 깨끗이 발산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뒤로는 부(富)에 대한 열정이 이러한 정치적 열정을 대신했고,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돈을 버는 데 집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990년대의 경제적 번영이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인민에게 거대한 전환점이었던 톈안문 사건에 대한 글을 읽으며 우리의 6월 민주화 항쟁을 바라본다. 불의와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주먹을 들어올렸던 앞선 세대에 늘 빚진 마음이다. 어린 나이에도 어렴풋이 느꼈던 80년대의 공포정치 이후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누려온 민주적 가치들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자. 뒤에 올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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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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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꾸준히 지키던 책. 가까운 마을 도서관에서 대여해 읽었다.

술술 읽히는 반면 분량이 적지 않아(375쪽) 완독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교양의 기본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그 기본을 너무도 간과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달음을 주는 대목도 많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 지루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특히 경제와 정치 파트가 동어반복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좀 더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개인의 수준에 따라 뻔하고 지루한 책이 될 수도, 굉장히 신선하고 친절한 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어려운 개념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어법과 접근 방식은 매우 탁월하다.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5개로 나눈 파트들은 조각조각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처럼 물 흐르듯 이어진다.

사실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역사나 윤리 등의 과목)에서 이미 배우는 교과서 같은 내용이지만 아마 학교에서 이 내용들을 제대로 배웠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운 건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일 뿐 이걸 잘 엮어주는 건 가르치는 사람의 역량인데, 그런 교육자가 드물었을 뿐더러 시험 위주의 교육에서 그런 수업을 할 겨를이 없었을 테지.

읽으면서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들이 몇몇 떠올랐다. `정치 얘기는 생각만 해도 골치 아파`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이,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딱 중도야`라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견해를 말하길(혹은 생각해 보는 것조차) 극도로 꺼리던 이... 이 책을 읽는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관점이 어느 세계에 속해 있으며 어떤 역사를 거쳐 왔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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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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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에 태어나 살면서 한국이란 나라가 싫다는 생각은 한 번쯤은 다들 해보지 않나? 청소년기에 특히 많이 했던 것 같다. 개인차를 무시하고 모두를 똑같은 틀 안에 가둔 채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학교 교육이 싫었다.

•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배운 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 좋은 나라. 자랑스런 대한민국` 따위의 문장이었다. 천진한 여덟 살바기의 생각에 아, 사계절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건가 보다. 했다. 다른 나라는 겨울만 있거나, 여름만 있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걸 이다지도 자랑스러워 할 리가.
집에 와서 TV를 틀어보면 밝은 미소의 가수가 `아아,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를 열창하던 시절이었다.

• 2010년대의 한국은 `헬조선`이라 불린다. 금수저가 아니면 미래가 없는 곳. 주인공 계나는 흙수저로 태어나 탈조선을 꿈꾸는 20대 후반의 여성이다. 한국이 싫고 여기서는 못 살겠다는 그녀는 호주 이민을 계획해 한 단계씩 실행에 옮긴다. 타국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정착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와중에 한국에서의 삶을 회상하는 내용이 오버랩된다. 그렇다고 단순히 호주와 한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떤 나라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이 나라에선 공공연히 무시되는 부조리함을 이야기한다.

• (170쪽)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

•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하느니 미군에 자원 입대해 영주권을 취득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뉴스가 들려 온다. 단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일 뿐일까? 아니면 누가 누구를 내몰고 있는 것일까? `지금의 한국`이 싫다는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정글 안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에 순응하거나, 강자가 되거나, 시스템을 바꾸려 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자신이 없으면 떠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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