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을 휩쓸었던 이 군중 운동은 6월 4일의 총성 속에서 재빨리 진압되었다. 같은 해 10월, 우리가 다시 베이징 대학을 찾았을 때는 이미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웨이밍호(未名湖) 호반에는 젊은 연인들의 그림자가 여기저기 나타났고 학생 기숙사 안에서는 마작을 하는 소리와 함께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름이 한 번 지나갔을 뿐인데 그 사이에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마치 지난 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이처럼 거대한 대비는 한 가지 사실을 여실히 설명해주었다. 바로 톈안문 사건이 중국인들의 정치적 열정이 한 차례 집중되어 폭발한 것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문화대혁명 이래로 누적되어온 정치적 열정이 마침내 깨끗이 발산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뒤로는 부(富)에 대한 열정이 이러한 정치적 열정을 대신했고,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돈을 버는 데 집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990년대의 경제적 번영이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인민에게 거대한 전환점이었던 톈안문 사건에 대한 글을 읽으며 우리의 6월 민주화 항쟁을 바라본다. 불의와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주먹을 들어올렸던 앞선 세대에 늘 빚진 마음이다. 어린 나이에도 어렴풋이 느꼈던 80년대의 공포정치 이후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누려온 민주적 가치들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자. 뒤에 올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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