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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운명 - 사이버펑크에서 철학으로
이정우 지음 / 한길사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SF 영화들, 특히 그 중에서도 ‘사이버펑크‘로 분류될 다섯 편의 작품을 통해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책이다.
이쪽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요즘 관심 주제에 부합하기도 해서 읽게 되었다.
꽤 오래 전에 나온 책으로, 책에서 다룬 다섯 편의 영화들은 모두 20세기에 나온 것들이다.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바이센테니얼 맨>, <매트릭스>,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의 운명을 예견한 작품들이다. 가장 최근작인 <매트릭스>만 해도 벌써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지났는데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레플리컨트(제작된 인간)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인간을 인간 ‘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인지 탐구하기도 하고, <공각기동대>에서는 기억이 외화되는 전뇌화의 시대에 나와 나 아닌 것의 경계, 더 나아가 영혼과 육체의 경계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
과거에 이미 감상한 영화들임에도, 저자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예전에 이 영화들을 보았을 때는 그저 고도로 발달된 미래 세계에 대한 상상을 목도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엔 결국 이 작품들이 이야기하는 건 ‘인간‘에 대한 것이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와도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