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연상호 지음 / 세미콜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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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사이비> 그리고 <부산행>,<염력>의 감독으로 알려진 연상호 감독의 만화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려다 사정상 완성하지 못했는데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화라는 형식으로 만들어 보았다고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갓난아기일 때 집을 나간 어머니가 산 속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체 부검 결과 어머니는 실종 직후에 사망하였고 사인은 낙상 또는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인공은 어머니 없이 시각장애인인 아버지가 홀로 키워왔는데,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버지로부터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심지어 영정 사진으로 쓸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았는데 부고를 듣고 찾아온 어머니의 형제들에게 사진을 부탁하니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영희는 사진이 없어. 사진 찍기를 싫어했어. 얼굴이 괴물 같았거든...”
어머니의 실종과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 그의 어머니 영희의 얼굴이 아주 못생겼었다고 말한다. 조소와 혐오가 담긴 말과 표정들...

그간 발표된 연상호 감독의 영화들이 그랬듯 이 만화 역시도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인간 내면의 추악함과 나약함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자신이 이룬 것을 그냥 받아먹는 기생충’ 운운하며 일갈하는 장면은 세대갈등이 극대화된 현 시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탁월한 이야기꾼 연상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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