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한데 웃겼다ㅋㅋ

나로서는 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있었다. 이를테면 요즘 한국 소설가들은 왜 대화에 큰따옴표를 쓰지 않는지, 그렇게 문법을 파괴해도 되는 것인지 물었다.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목소리엔 힐난하는 듯한 어조가 섞여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소설가가 아닙니다. 제가 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라고 답하면 그래도 감독님은 예술가시니까 견해가 궁금합니다, 라고 끈질기게 물었다. 난 어색하고 답답한 상황에서도 기분이 좋은 것처럼 가장하는 것을 더는 할 수 없어 손을 씻고 오겠다고 말한 뒤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씨발, 하고 덧붙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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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목적

소년의 내면에는 거칠고 야만적인 무질서의 요소가 숨어있다. 먼저 그것을 깨뜨려야 한다. 그것은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불꽃이다. 먼저 그것을 밟아 꺼버려야 한다. 자연이 만든 인간은 예측 불허의, 불투명한, 위험스러운 존재이다. 인간은 미지의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이며, 길도 질서도 없는 원시림이다. 원시림의 나무를 베고, 깨끗이 치우고, 강압적으로 제어해야 하듯이 학교 또한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을 깨부수고, 굴복시키고, 강압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학교의 사명은 정부가 승인한 기본 원칙에 따라 인간을 사회의 유용한 일원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잠재된 개성들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은 병영(兵營)에서의 주도면밀한 군기(軍紀)를 통하여 극도의 완성을 이루게 된다.
이 어린 소년 기벤라트는 얼마나 아름답게 성숙했는가! 길거리를 배회한다거나 장난을 치는 따위는 스스로 그만두었다.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공연히 웃는 일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다. 정원 가꾸기와 토끼 기르기, 그리고 낚시질 따위의 취미 생활도 벌써 오래전에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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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의 글쓰기, 노무현의 글쓰기

노 대통령 역시 글쓰기를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했다. 독서, 사색, 토론이다.

"무슨 일이든 내가 잘 알아야 남을 설득할 수 있었다.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은 일종의 공부였고, 현안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연설문은 진실해야 했다. 말의 유희나 문장의 기교에 빠지면 나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의지가 없어지고 만다. 나는 내 연설문을 역사에 남긴다는 생각으로 썼다. 그래서 늘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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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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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우연한 계기에 다시 읽게 됐다. 내 기억으론 90년대 초반에 라디오 광고도 하고 꽤 잘 나갔던 책인데, 2003년에 정식 한국어판이 나왔다니 그 전에 나왔던 판본은 무단으로 번역해 찍은 해적판이었나 보다(흠좀무...). 2015년에 같은 작가의 책인 <파수꾼> 발간과 더불어 <앵무새 죽이기>도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번역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일일이 대조하진 못했으나 예전보다는 문장이 매끄럽게 느껴지며 훨씬 잘 읽혔다.


- 독자는 앨라배마 주의 작은 마을 메이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어린 소녀 ‘스카웃’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세계라고 해봤자 집과 학교 주변, 마을 언저리가 전부이지만, 그 시기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보았던 세상은 어찌나 드넓어 보였으며 미지의 세계였던지. 스카웃과 젬 남매의 아버지인 애티커스는 변호사인데 어느날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 청년의 사건을 맡게 된다. 아이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음,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가 하는 말들이 울림이 있었다. 어른이 아이를 설득할 때 책임감 있는 어른이라면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모범답안을 제시해 줬다고도 생각한다. 주변에 이런 어른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아이는 행운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미국에서도 특히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1930년대의 남부가 배경인 소설이다. 당시 대공황의 여파로 백인 노동자층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어 빈민 또는 하층민으로 전락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유얼 가문이 그런 사례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경제난 속에서 백인과 흑인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 그런 백인 노동자들의 상실감과 분노의 화살이 유색인종을 향해 겨누어졌다는 사실이 낯설지 않다. 21세기인 현재도 여전히 벌어지는 일이기에.

또한 흑백갈등에만 국한되지 않고 좀 더 큰 틀에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와 편견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 책은 우리 안에 내재된 모든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서도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경종을 울린다.


- 재독했을 때 새롭게 보인 면들이 많아 좋았다. 하퍼 리의 또다른 책 <파수꾼>도 읽어보려 한다. 악평이 많아 염려가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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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라이너스 > [마이리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리커버 특별판)

작년, 오늘 올렸던 글.
5.18 피해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실 규명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더 이상의 망언이나 왜곡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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