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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내려오기 - 인생의 마지막 무대에서
샤론 다디스.신디 로저스 지음, 김유태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라는 형식적인 문구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자면 이처럼 진실스럽지 못하고 인간세상을 호도하는 것도 없다. 명목상으로 법의 이름 하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분명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기서 굳이 세상 탓만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디에서도 완전한 평등을 말하기 힘들 것 같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인간인 이상 가장 원초적인 ‘죽음’ 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일찍이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대제국의 황제 진시황(秦始皇)도 영생(永生)을 얻기 위해 헛되지만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그도 인간인 이상 결국 한 여름 생선이 썩어 가듯이 죽음을 맞이했다. 태산이 무너진다고 탄식하던 성인 공자(孔子)도 죽음 앞에서 초연한 장자(莊子)도 예외가 없었다.
이 책(행복하게 내려오기)은 전문적인 호스피스 간호사로 활동해 온 샤론 다디스(Sharon Dardis)와 교사이자 작가인 신디 로저스(Cindy Rogers)가 쓴 <As I Journey On>을 번역한 것이다. 원제목의 부제(Meditations for Those facing Death)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의 중심 주제는 역시 ‘죽음’ 이다.
내용적으로 이 책은 총 6막(33가지 이야기)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감동과 삶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부여해 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나와 다른 일부의 특별한 사람들일 뿐이다’ 라고 치부하기에는 점점 나에게도 그 시간이 길든 짧든 죽음의 그림자는 다가오고 있다. 아니!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
죽음이라는 것은 사실 말하면서도 왠지 꺼려지는 주제이기 때문에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즉 삶(生)을 이야기해 보자. 현재를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우리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주제와 그 하위 영역에 있는 것들에 관해서는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맹점(盲點) 아니 개인적인 맹점인지 몰라도, 삶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삶의 가치란 무엇일까? 어려운 이야기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묘사하는 것처럼 다양한 해답이 존재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본다면 삶의 가치란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통해서만 그 가치가 온전하게 드러난다. 내가 공기의 가치를 알고자 한다면 반대로 공기가 없는 곳에 있다가 오면 그 가치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 번 죽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다소 방편적(方便的)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주위에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혼자 딴지를 걸고 대답하는 것 같지만 이것도 쉬운 것이 아니다. 즉 가장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죽음과 관련된 이런 도서를 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나서 책의 제목(행복하게 내려오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쉽게 동의하기는 힘든 것 같다. 책에서 소개된 이야기들이 지혜로서 참고는 되지만 아무래도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행복하게(?) 내려놓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생각들이 부질없는 고집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죽음과 관련된 것에 관심이 있는 독자 또는 마지막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런 책들은 죽지 않는 인간(?)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겠지만, 인간세상에서 모든 죽어가는 존재에게는 나름 죽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라고 본다.
필자는 “이 책이 당신의 여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안내자의 역할”(p.13)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이처럼 고되고 힘든 여행(?)을 앞두고 그 준비로써 꼭 필요한 여행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