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승주나무 > 알라딘 중독 수기(手記)

알라딘에서 논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초기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알 만한 분은 아시겠지만, 책을 많이 사게 된다.

그렇지만 나의 지갑이 파산 지경에 이르지 않는 까닭은

내가 아주 운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즉, 공적으로도 살 수 있고 사적으로도 살 수 있고,

혹 운이 좋으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암튼 지난 주와 이번 주에 구매한 것만 10만원 가까이 된다.

그 중독 현상에 일조한 책들을 헤아린다면

 

 

 

 

'21세기의 동양철학' 을유문화사 60주년을 기념으로 60개의 주제로 풀어낸 기획작이다. 내가 을유문화사를 좋아하는 까닭은 을유년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을유년은 내 사상의 어른인 맹자가 태어난 갑자이며, 을유년에 해방되었고, 기억할 만한 일이 을유년에 많이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배운 동양 사상이나 동양사 등 학술적인 분야의 책을 성실하게 만들어왔으므로, 을유문화사를 아끼는 편이다. 그렇다. 내가 가장 감동적으로 읽었던 서양철학사도 을유문화사 '램프리히트'의 서양철학사였다. 책과는 관계없이 을유문화사 이야기만 해버렸당.

 

 

 

 

'글쓰기의 전략' 나는 글쓰기 방법론을 믿지 않는 편이다. 소설 창작 강좌, 시 창작 강좌를 들으면서 그 생각은 더욱 굳혀졌다. 하지만 논술 선생을 하면서 글쓰기의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좀 불온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가르치기' 위해서는 도식과 방법이 있어야 하겠고, 나는 그들을 가르치며 도식과 장막을 쳐놓는다. 그들은 아프락사스의 새처럼 나의 도식을 쳐부숴야 하리라. 흐흐흐

 

 

 

 

 

'대담' 나는 도정일 선생을 좋아한다. 현대적 감각의 평론가이자 정감 있는 어른 같다. 내가 이야기를 트는 신문사의 기자가 또 존경하는 마음의 스승이 사회학자 도정일이다. 그에게 처음으로 '냄비근성'에 대해 들었다. 어떤 현상을 이론으로 키워드로 표현하는 방법은 그에게 배운 것이다. 이번에 그와 과학자가 편안하게 이야기를 한다길래 구미가 당겨서 '긁었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1~2권 세트 , 이건 순전히 충동구매로 사는 것이기도 하고, 이때까지 우리의 스승(그것은 언어학도의 스승이라는 의미로)이 쓴 학술적 저작을 한줄도 보지 않았다는 죄송스러움이 마음에 가득 남아 있었고, 내가 분개하는 미국이란 나라의 비판적 지식인의 '참여적'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은 데 따른 미안함도 있다. 촘스키는 여러분들이 아시듯 '변형생성문법'이란 언어학의 지평을 연 언어학자이지만, 비판적 지식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마침 위 세 권의 책을 받고 나면, 마일리지가 10,000원이 되고, 결국 내 사비가 1만원 대로 드는 데다가, 요즘 이벤트 기간이라 3권의 책을 더 주는 이베트 기간이므로, 나는 고도의 속어림에 따라 '긁고 말' 것이다.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하나, 둘'

이것은 순전히 알라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의 표현이자, 나의 기본적 역사 소양을 만족시키기 위해 산 책이다. 얼마 전 알라딘 서평단에 선정되어 '세계사 교과서'를 공짜로 보게 되었다. 그 때의 감동이 다시 찾아온다. 늦지 않게 서평을 썼고, 그 서평이 호응이 좋은지 4개의 추천 별딱지도 받았다. (그 후로 9개의 추천과 땡큐를 받아서 마일리지가 두둑해졌습니다. 서평 하나 잘 쓰면 읽고 싶은 책 한 권 정도는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평 강추!)

쇼펜하우어가 그랬다지 않은가. 그가 헤겔에게 도전해 그 영광을 빼앗을 요량으로 같은 학기에 강좌를 마련했다. 하지만, 헤겔의 강좌에는 수강생이 미어터진 반면 쇼펜하우어의 강좌에는 수강생이 2~3명뿐이었다고 한다. 쇼펜아우어 왈 "너, 헤겔 선생의 강좌에 가지 않고 어째서 이 강좌를 신청했냐?" 그의 제자 왈, "헤겔 교수님의 강좌는 너무 사람이 많아서 들을 수가   없었..." "예끼 이놈아!" 하고 강의실 문을 걷어차며 나가버렸다는 이야기.

또다른 이야기.. 쇼펜하우어가 드디어 뜨기 시작했다. 신문에 대서특필 보도가 되고, 평론가들의 찬사는 연일 계속되었다. 그 일을 기록한 철학사가의 말이 더욱 재미있다. '철학가로서 생전에 이렇게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사람은 철학사적으로 드물다. 그리고 광적인 탐식가처럼 관련 기사마다 스크랩해서 기쁨을 숨기지 않으면서까지 꼴불견이었던 철학자도 그 열에서는 그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뭐 쇼펜하우어 이야기는 한담이고, '세계사 교과서'를 보기 얼마 전에는 서중석 교과서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한국사, 현대사, 세계사의 교과서적 소양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구매 행위'였다.

이 모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졌으며, '긁혔다.'

여기서 한 가지 명언이 나온다.

한 번 긁는 순간은 짧지만, 그것을 다 소화하려면 그보다 좀 길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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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09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