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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ㅣ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3년 1월
평점 :
어른이 된다는 건 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목록'보다 '그럴 수도 있지 목록'이 더 늘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심 한 성격이던 지오가 "어떻게 그런 일이!"를 외치며 벌떡벌떡 일어날 만큼 풍파를 겪은 자기는 '그럴 수도 있지 목록'이 더 많아진 애어른이 된 것 같았다. 스스로 버린 길에 대한 후회 와 미련, 안타까움이 쇠스랑처럼 묵직하고 날카로운 느낌으로 심장에 자국을 냈다.
책을 읽는 내내 석주는 왜 지오에게 연락을 했을까 너무 궁금했다.
사람들이 예상했던 그런 일인 걸까.
지오는 모르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도대체 왜?
하고많은 역 중에 추풍령역에서 만나자며 그 옛날의 석주는 지오에게 연락을 한 걸까.
<얼음이 빛나는 순간>을 읽는 내 마음은 어릴 적 읽었던 "캔디캔디"의 마지막 결말이 너무너무 궁금하지만, 그래서 맨 뒷장을 읽어버리고 싶지만!
꾹 참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읽었던 그 심정을 오랜만에 느끼게 된 책이다.
그렇게 꾹꾹 참고 석주의 목소리를 듣고 지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장 한장 넘겨가다가 만난 '석주가 이제와서 지오에게 연락한 이유'를 알게된 순간! 나의 첫 감정은
아니, 이건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니냐고!
였다.
철부지 어린아이같고 마음씀씀이도 크지 않은 석주라는 인물의 성장은 인생에 너무도 큰 변곡점을 맞아 마치 지진라도 난듯 내 심장을 쿵쾅댔다.
내가 석주라면 이정도의 흔들림을 견뎌낼 수 있을까.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어디론가 도망쳐버리지 않을까.
이런 의문의 대답은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데 제절로 나는 빛이 있나. 지오 니, 이른 봄 얼음 녹을 때 냇가에 가 본 적 있어?"
아저씨의 물음에 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지오 머릿속에 영화나 소설 등에서 본 이미지들이 조합돼 이른 봄, 얼음 녹을 때의 냇가가 펼쳐졌다.
"물가에 있어 보마 깨진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하고 빛 나는 순간이 있어. 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가 얼음장이 곧추설 땐 기여. 그때 햇빛이 반사돼가 빚나는 긴데 그 빛이 을매나 이쁜지 모린다. 얼음장이 그런 빛을 빌라 카마 우선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기여.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기라. 사는 기 평탄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고난이 닥쳤을 때 어 면 선택을 하는지를 보마 그제사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지" - 240
약하고 여리게만 보이는 석주의 그 내면에 숨어있던 용기는 고난이 닥쳐서 진면모를 보인것이라고, 은설과 아저씨의 곧고 단단함이 석주의 두려움을 녹여준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초반은 지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궁금했다.
굳이 둘 중 주인공을 뽑으라면 지오인것같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석주와는 또다른모습으로 얼음이 빛나는 순간을 보여줄 지오의 앞날이 궁금하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 심호흡을 한 지오는 자신을 이른 봄, 햇살이 내리쬐는 시냇가로 데려다 놓았다. 깨진 얼음이 곧추선 채 및나는 그 순간으로.
이 마지막 문장에서 지오가 어떤 선택을 할지 예상이되어 빙긋이 미소짓고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크건 작건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이게 맞는건지, 옳은 선택을 한것인지 고민하는 순간도 언제나 있다.
그 수많은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다.
나의 앞날에도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기를 가슴 설레며 기대해본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