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하늘에서 사는 세상을 꿈꾸며
백순심 지음 / 설렘(SEOLREM)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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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인정하며 사는 것


"순심아, 넌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누구나 한번쯤은 장애인과 지낼 때 어떻게 대하는게 옳은지를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대학 시절, 장애학교로 봉사를 간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 때 장애학교 선생님이 하셨던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우리는 돕는 것이 아니라 동행하는 것."


이제껏 그 말을 기억하고 살지 않았지만 백순심 작가님의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를 읽으며 그 때 들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작가님은 사회복지사로 18년간 장애인복지현장에 몸담고 있으며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직접 경험하고 사회에서 느낀 것을 브런치와 엄방(네이버카페 엄마의꿈방)에서 연재를 하며 목소리를 내다가 글을 모아 이렇게 출판도 하셨다니 그런 작가님이 도전적이고 멋지다고 느껴진다.






장애인은 동정받거나 배제당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시혜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중략). 그런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우선 장애인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쩌면 우리는 장애인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지금껏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9쪽


살면서 장애인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장애인과 지낼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깊게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최근에 방송과 기사를 통해 "윤너스(@yoonnus)"라는 사고로인해 절단장애를 가진 분을 보며 장애인식에 대해 잠깐 생각한 적은 있지만 이번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장애인에 대해 알고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깊이 해보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은 나를 '장애인'으로 본 게 아니라 친구들과 똑같은 '학생'으로 봐주었다. 그 시선은 배제가 아니라 관심이었다. '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나를 보았다면 직장에서 가슴 뒤는 일을 하는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 장애특성에 맞춰 현실에 타협하는 법을 알려주었더라면 지금의 는 행복이라는 의미를 모른 채 살고 있을 것이다. 34쪽


나도 작가님의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과 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견없는 삶이 몸에 베어야하지 않을까. 비단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편견 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인간일 뿐이고 모두의 정체성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사람의 가치는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해서 가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61쪽


작가님의 이 말은 나에게도 하고싶은 말이다. 나의 가치를 타인과의 비교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나는 그저 나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다.

작가님이 이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극복해내며 단단해 지셨을지를 생각하니 이 문장이 뭉클하게 느껴졌다.




예전에 나는 남편에게 "나 말고 비장애인과 결혼했다면 당신이 더 편하게 살지 않았을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남편은 "결혼을 나 편하게 하자고 하는 것이라면 가사 도우미를 쓰지, 굳이 결혼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편함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에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남편이 아~주 잘생긴 '조인성'같이 멋있어 보였다. 93쪽


쿵!! 진짜 심쿵했다. 이 부분을 읽는 동안은 작가님의 남편을 알지 못하지만 조인성이 다 뭐냐, 박보검! 정해인! 차은우 저리가라다! 우리 아버지세대도 아니면서 집이 더럽다고, 맛있는 반찬도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을 주변에서도 숱하게 보았다. 편함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선택이라는 말은 그어떤 프로포즈보다 멋지게 느껴진다.



장애인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을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고 장애인에게는 자기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립은 장애인 혼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믿고 기다려 줄 때만이 실현 가능한 일이 된다. 182쪽


현대 사회에 '기다림'이 얼마나 부족한지는 수시로 느끼게 된다. 신호의 빨간불에도 슬슬 굴러가는 자동차 바퀴, 승강기에 타고있던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문이 열리기 무섭게 올라타는 사람들... 빠름이 미학인 사회에서 장애인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기다림이겠구나 싶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려면 우리는 모두 기다림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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