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보면 카는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이 열어재낀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평등과 자유의 세계질서를 희망하는 자신의 역사관을 옹호하기 위해서 역사는 진보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게 객관성은 현재와 과거의 연관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바람직한 미래를 예견하기 위해서 과거와 현재의 연관을 역사적 사실들로 직조해 개념화 하는 것이고, 이는 분명하게 역사를 20세기 초의 사회주의적 낙관과 윤리적 희망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도그마적이지 않는데, 역사에서 사실을 강조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실과 가치판단은 해당 역사적 시기에서만 객관적으로 옳지(개념화가 가능하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카는 일반화(개념화)가 객관적인 것이지 정의가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도그마를 두려워하며 어떠한 것도 진리가 아니라고 했던 반자연주의자 무어보다, 도그마에 맞서되 역사탐구와 윤리적 실천의 끈을 연결하려 했던 카의 사유가 훨씬 값지고 역사적이다. 왜냐하면 카의 주장은 여전히 자유와 해방을 위해 나아가는 오늘날 인류의 투쟁에 이바지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