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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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언제나 그리운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있다.

들장미소녀 캔디, 빨간머리 앤.

그중에서도 앤은 책으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드라마로도, 수차례씩 반복해서 만났던 사랑스런 친구이다.


이번에 읽게 된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는 앤을 사랑하는 덕후의 보고서 같은 느낌이 든다.

세상에는 왜이렇게 앤에 빠져든 사람이 많을까?
몇달 전 <빨간머리 앤>을 다시 읽으면서 아름다운 그린게이블 주변의 자연 경관에 대한 묘사에 감탄하며, 그곳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앤이 살던 마을의 지도를 섬세하게 그려 놓고, 책 속의 풍경과 개개의 식물들을 하나씩 짚어주고 있어, 그림만 들여다 봐도 행복해진다.

저자가 일본판 <빨간머리 앤>을 번역한 번역가에 대해 자주 언급하면서, 그분의 번역 문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낼 때, 나도 어릴 적에 처음 읽은 '상서각' 세계문학잡집의 <빨간머리 앤>을 추억했다. 수십 번을 읽었던 그 책을 지금 다시 볼 수 있다면!!

저자는 앤 시리즈의 뒷이야기까지, 후속 시리즈까지 섭렵한 진정한 마니아임을 드러내 주고 있어서, 나도 오래 전 읽었던 열 권의 시리즈를 다시 읽어볼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앤을 여전히 친구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이 변치 않길 바란다.

아, 그리고 저자의 말 중에 정말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다.

🏵"이제야 메이플라워가 어떤 꽃인지 확실하게 안 것은 기쁘지만, 발음이 예쁜 '산사나무'라는 이름과 헤어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좀 씁쓸하고 복잡합니다." 🏵

책 속에 나오는 꽃이름에 그 꽃은 실제로 어떤 꽃일지 궁금해서 오랜 시간 찾아보고 시행착오 끝에 발견했지만, 번역된 이름이 오역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에피소드이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이름의 언어가 달라질 때 느낀 상실감과 어색함이 공감이 되어 이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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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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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젊음의 나라.
제목이 중의적이기도 하고 반어적이기도 하다.


손원평 작가님이 신작을 큰 기대를 안고 읽어 보았다.

근미래 사회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 유나라의 1년 동안 쓴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근미래가 배경이라 현대 사회에서는 아직 볼 수 없는 제도나 기기들이 등장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모습을 빌려 현재 우리 사회의 세태를 조명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의 현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갈등과 몰이해 속에서 나타나는 노인 혐오 현상 등이 잘 드러난다.
이외에도 이주민들로 인한 문제라든가, 계층간 갈등, 존엄사, 가족 구성의 다원성, 청년 일자리 문제 등 현재 첨예한 사안들이 이야기 곳곳에 녹여져 있어 많은 생각을 이끌어낸다.

소재나 구성 방식이 참신해서 재미 요소도 충분하다.
베일에 싸인 인물 카밀리아와 과거 속 인물인 민아 이모와의 관계에 대한 설정은 궁금증과 긴장감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 준다.

꿈의 나라, 이상향으로 설정된 시카모어 섬은 어떤 곳인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아 더 신비롭고 몽롱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결국 어떤 문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오늘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결말을 맺고 있기에, 뒷이야기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다양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왜 노인의 나라가 아니라 젊음의 나라인지,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미움은 더 큰 미움을 불러오니까. 그리고 말은 생각을 지배하지. 밉다고 뱉는 순간 실제 미워했던 것보다 미워지게 돼.

- 그런 이상향에도 어둠이 있지 않을까. 완벽한 곳은 없으니까.

- 저는 •••••• 도전하고 또 도전할 거예요. 그것만이 제게 주어진 젊음을 후회 없이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요.

- 너는 너의 삶을 살아야 해.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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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제물포, 인천 1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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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연히 지나가다가 ‘인천상륙작전 75주년 기념 행사’에 관한 안내문을 보았다. 우리에게 ‘인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범위를 강화도까지 넓히면 ‘강화도 조약’이나 몽골 침입 때 ‘강화도 천도’ 사건 등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또 기억을 더듬어가 보면 인천 지역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결코 변두리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복거일 소설가의 새로운 역사 소설 <미추홀 - 제물포 – 인천>을 만났을 때, 인천이라는 지명도 반가웠지만, 몇십 년 전 <비명을 찾아서> 이후 접해보지 못한 작가님의 책이라는 사실에서도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두꺼운 두 권 분량이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평범하지 않은 형식을 갖고 있다. 챕터의 수가 매우 많은데, 각각의 챕터는 인물이나 사건이 연결되지 않는다. 어떤 챕터는 그냥 역사서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체의 중요한 사건들과, 특별히 현 인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고대국가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의 흐름을 훑어가고 있다.

반만 년에 걸친 스토리가 이어지다 보니, 등장인물들도 계속 변한다. 어떤 챕터는 역사적 사건만 나오고, 어떤 챕터에 등장한 중심 인물은 그 챕터에서만 나오기도 한다.

백제의 건국 이야기가 초반에 나오는데, 백제를 세운 왕은 ‘온조’라고만 알았지, 인천에 내려와 새로운 기반을 다진 ‘비류’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비류의 비극적 운명과 짧은 삶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살리며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태도가 마음에 많이 남았다.

미추홀, 제물포, 인천의 역사는 강하고 풍요로웠던 이야기보다 짓밟히고 고통스러웠던 사건들로 가득하다. 2권의 현대사로 내려올수록 우리의 비극을 그대로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하는 과정이 참 어려웠다.

우리의 역사를 학교에서 스쳐가며 배우기만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전체적 흐름을 알 수 있다. 역사적 사건의 내용이 비교적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부분도 있기에, 술술 읽히지 않는 구간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바로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가 생생하게 여기에 있다.

책을 읽으려고 손에 잡을 때마다 1권의 우리 산과 2권의 우리 바다가 표지 전체에 가득한 디자인이 마음이 뿌듯하게 한다.

🛶 그리고 국명을 고쳐, 백제국이라 칭하도록 했다. ‘백 개의 나루를 가진 나라’라는 뜻이었다.

🚢 인천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물론 인천이 서울의 외항이라는 사정 덕분이었다. 하지만 서울이 근대적 도시로 빠르게 성장한 데엔 인천이라는 좋은 외항의 공헌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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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우종영 지음, 조혜란 그림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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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협찬]

나무의사 우종영 선생님의 새로운 책을 읽었다.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살아가야 할 인간이, 그것을 잊고 자연을 해치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생.태.감.수.성.'이라는 해법을 알려준다.

생 - 어쩌다 태어난
태 - 모여서 만든
감 - 느낌의 높낮이
수- 받아서 베푸는
성 - 본바탕을 이루는

순서는 섞였지만, 이 책은 이렇게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인 내용은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서상이 잘 드러나 있다.

- 이처럼 자연과 분리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태감수성을 길러 지연의 가치를 느끼며 '내 안의 또 다른 너'를 만나야 합니다.

-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공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공평하게 말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공기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자는 인간은 흙을 바탕으로 살아가야 하며, 자연물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다.

어떤 서람이 앙리 마티스에게 어다서 그렇게 많은 영감을 얻어 그린을 그리냐고 물었을 때, 마티스가 했다는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난 뜰에서 엉겅퀴를 키우고 있거든요."

엉컹퀴를 키우는 일이 화가가 예술적 영감을 얻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자연으로부터 우리는 모든 것을 공급받고 있으며, 존재의 연결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생태감수성은 얼마나 되는지, 책을 읽으며 돌아보게 된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모르는 게 많았고, 주위 환경에 무관심한 채 살아왔던 것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나무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 환경과 인간, 우리 전 지구적인 문제에 까지 확장되어 있는 저자의 식견에도 감탄과 존경을 표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존재들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우종영 #나는나뭇잎에서숨결을본다
#흐름출판 초록빛공감언어
#생태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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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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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협찬]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사실 나는 고전을 딱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특별히 고전이 더 좋지도 싫지도 않을 뿐이다.


푸르게 나무가 우거진 숲 속 벤치에 앉아 혼자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책을 만질 때마다 편안한 마음을 주었다.

저자가 소개해 주는 고전들의 내용은 참으로 이해하기 쉽게 다가왔고, 친근하고 삶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내가 읽은 책인데도, 글쓴이의 문장으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새롭고 더 의미깊게 느껴지니, 이게 바로 필력의 힘인 듯하다.

좋은 책일수록, 고전일수록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기가 좋다고 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오랜 세월 혼자만 책을 읽다가 최근 몇 년 여러 사람과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누니, 안 읽던 분야의 책도 잘 읽히는 마법을 경험한다.
고전 작품을 꾸준히 읽는 모임에 대해서도 욕심이 생기게 하는 책이다.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내려놓을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 그 버스를 억지로 타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었다고. 그 버스를 타지 않았기에 결단할 수 있었다고. 살다보면 때로는 버스를 그냥 보낼 수 있는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때로는 비우고, 포기하고,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 삶의 방향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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