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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제물포, 인천 1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우연히 지나가다가 ‘인천상륙작전 75주년 기념 행사’에 관한 안내문을 보았다. 우리에게 ‘인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범위를 강화도까지 넓히면 ‘강화도 조약’이나 몽골 침입 때 ‘강화도 천도’ 사건 등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또 기억을 더듬어가 보면 인천 지역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결코 변두리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복거일 소설가의 새로운 역사 소설 <미추홀 - 제물포 – 인천>을 만났을 때, 인천이라는 지명도 반가웠지만, 몇십 년 전 <비명을 찾아서> 이후 접해보지 못한 작가님의 책이라는 사실에서도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두꺼운 두 권 분량이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평범하지 않은 형식을 갖고 있다. 챕터의 수가 매우 많은데, 각각의 챕터는 인물이나 사건이 연결되지 않는다. 어떤 챕터는 그냥 역사서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체의 중요한 사건들과, 특별히 현 인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고대국가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의 흐름을 훑어가고 있다.
반만 년에 걸친 스토리가 이어지다 보니, 등장인물들도 계속 변한다. 어떤 챕터는 역사적 사건만 나오고, 어떤 챕터에 등장한 중심 인물은 그 챕터에서만 나오기도 한다.
백제의 건국 이야기가 초반에 나오는데, 백제를 세운 왕은 ‘온조’라고만 알았지, 인천에 내려와 새로운 기반을 다진 ‘비류’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비류의 비극적 운명과 짧은 삶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살리며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태도가 마음에 많이 남았다.
미추홀, 제물포, 인천의 역사는 강하고 풍요로웠던 이야기보다 짓밟히고 고통스러웠던 사건들로 가득하다. 2권의 현대사로 내려올수록 우리의 비극을 그대로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하는 과정이 참 어려웠다.
우리의 역사를 학교에서 스쳐가며 배우기만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전체적 흐름을 알 수 있다. 역사적 사건의 내용이 비교적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부분도 있기에, 술술 읽히지 않는 구간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바로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가 생생하게 여기에 있다.
책을 읽으려고 손에 잡을 때마다 1권의 우리 산과 2권의 우리 바다가 표지 전체에 가득한 디자인이 마음이 뿌듯하게 한다.
🛶 그리고 국명을 고쳐, 백제국이라 칭하도록 했다. ‘백 개의 나루를 가진 나라’라는 뜻이었다.
🚢 인천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물론 인천이 서울의 외항이라는 사정 덕분이었다. 하지만 서울이 근대적 도시로 빠르게 성장한 데엔 인천이라는 좋은 외항의 공헌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