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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10월
평점 :
19세기의 유명한 에세이스트이며, 많은 문인들로부터 격찬을 받은 작가라고 해서 '윌리엄 해즐릿'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총 8편의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인데, 주제의 폭이 참 넓고 사람과 사물을 보는 관점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즐릿은 독자를 기쁘게 하려고 글을 쓰지 않고, 독자를 흔들고 깨우기 위해서 쓴다."고 말한 옮긴이의 말처럼 어떠한 사람들에 대한 그의 글은 비판적이기도 하고, 재치있는 풍자의 묘미가 있다.
'온화한 사람의 두 얼굴'이란 글을 읽으며, 내가 생각한 긍정적인 온화한 사람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에 무관심하고 자기만 아는 온화한 사람을 발견한다.
분노하는 사람이라고해서 나쁜 것이 아니다.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하지 않고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사람. 그렇지만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당하면 온화한 얼굴이 급변하는 위선적인 인간에 대해 작가는 고발하고 있다.
🌳 사실 겉으로 보기엔 까칠하고 불편한 사람들이 오히려 진짜 착한 사람일 수 있다.
이들은 자기 일이 아니어도 관심을 가지며, 남을 자신처럼 소증하게 여긴다.
'인격을 안다는 것은'이란 글에서는 사람의 내면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얼굴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사람의 첫인상이 날것 그대로의 그 사람의 진실이라는 문장을 읽고, 과연 나의 모습은 남들에게 어떤 첫인상을 줄 것인지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 왜냐하면 첫인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그 사람의 마음의 습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가난을 묘사했는지, 이건 정말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 가난은 진실의 시금석이요, 품격의 시험대다.
가난에 대해 작가가 끝부분에 한 말이 인상적인데, 돈이 있는데도 돈을 쓸 마음이 없어 궁상맞게 사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비참하다는 것이다.
🥖 가난은 결핍에서 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삶을 조용히 말라가게 만든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란 글에서는 청춘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은 죽음을 잘 모르고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단다. 그러고보면 젊은 시절엔 늙는다는 것도 뭔지 몰랐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까마득한 미래에 올 일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함이 있었다.
👖 청춘은 시간 흐름을 거스른다. 영원할 것처럼 사랑하고, 영원할 것처럼 꿈꾼다.
👖 청춘 시절 모든 사물이 풍성하고 생생하게 다가왔는데, 그 충만한 감각은 이제 사라지고 세상이 평평하고 밋밋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에 실린 글의 제목은 '병상의 풍경'이다. 이 글을 기고하고 한 달 뒤 작가가 돌아가셨다고 하니, 자신의 체험이 그대로 드러난 듯하다.
🏥 극장의 환희에서 병실의 고통까지는 단 한 걸음이다.
인생의 희노애락은 정말 종이 앞뒷면처럼 가깝고, 쉽게 뒤집힌다는 걸 새삼 느낀다.
병으로 몸이 고통스럽고 정신이 나약해질 때 작가는 책을 통해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투병 생활과 독서를 연관시켜 보지 않았는데, 힘겨운 치료를 받고 있는 지인에게 힘을 주는 책은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 책은 우리에게 가장 순수하고 선한 세계가 된다. 병에서 소생한 우리는 마치 무덤에서 유예된 자처럼 젊은 날의 신선한 감각으로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간다.
글이란 정말 위대하다. 글을 통해, 책을 통해,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시대와 지역에서 살았던 작가의 이런 깊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아티초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우주서평단 #윌리엄해즐릿 #영원히살것같은느낌에관하여 #아티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