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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한국 정원 - 철학, 문화, 역사가 수놓인 우리 정원 이야기
신지선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10월
평점 :
[도서협찬]
행복한 독서 중 하나는, 책을 통해 전에는 잘 몰랐던 세계의 문을 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러한 놀라운 즐거움을 준 책이다.
정원에 대해서도 잘 모르거니와, 한국 정원이라니! 그런 분야가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던 사람이다.
최근에 한옥집이나 고궁 건물을 볼 때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나무에 관한 책도 재미있게 읽은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책의 제목과 표지에 흥미를 가졌다.
저자는 국가유산수리기술자 조경분야 전문가이다.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이기에 선입견 없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 즐거움으로 저자의 정원 탐방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고궁에 가도 건물 위주로만 봤는데, 내가 놓친 게 정원이나 조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물보다 정원은 더 보존이나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현재 조선 시대 정원이 제대로 남아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다.
책에 소개된 장소들 중에 내가 가본 곳도 몇 군데 있었지만,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저자의 설명과 묘사를 읽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역시 아는 만큼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부석사를 여러 번 갔지만 석축을 본 적은 없다. 언제고 가게 되면 확인해 보고 싶다.
특히 창덕궁과 후원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와서 이곳을 꼭 가봐야 할 곳 1순위로 점찍어 놓았다. 창덕궁 후원에 대해서 좋다는 얘긴 들었지만 뭐가 좋은지도 몰랐는데, 이 후원에 얽힌 인물들의 삶과 정신에 대해 읽고나니 늦기 전에 꼭 직접 보고싶어졌다. 저저가 책 말미에 11월 단풍철이 가장 아름답다고 강조하였기에 다음 주에 창덕궁을 방문할 계획이다. 후원까지는 예약이 어렵더라도 궁이라도 꼭.
⛰️ 나라를 위한 사명감으로 마음이 뜨거워졌다. 마치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건물처럼 힘있는 왕이 든든히 지원해줄 것만 같았다. 정도의 정원은 본분을 일깨워주면서 동시에 왕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건물 위주로만 본 것은 공간을 절반도 제대로 못 본 것이었다. 우리의 건물은 자연의 형태와 조경과의 관계 속에서 지어진 것이었는데, 건물만 따로 구경해 왔던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이 실제 자연의 경관을 해치지 않고 그에 맞춰 건물을 배치하고 조경을 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정원은 부유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공간인데, 조선은 가난한 나라라 정원을 가진 개인은 거의 없었고 조선말 세도가들 집에나 있었다고 한다.
⛰️ 가난한 나라의 정원은 채울 수 없는 화려함을 다른 것으로 대신했다. 부족함은 오히려 자유를 주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 정원들, 문화유산의 가치가 있는 고택들이 방치되어 있거나 제대로 복원되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물잘적인 것보다 문화 유산의 가치가 더 조명을 받았으면 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이러한 장소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정원을 설명하며 문화적 자긍심을 느끼고, 전문적으로 유지 관리되며, 제대로 복원된 정원 유산에서 많은 이들이 우리 문화를 향유하는 그런 날 말이다.
저자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알지 못하던 멋진 문화를 알게 해준 저자와 출판사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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