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3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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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앞으로 인간의 직업들 중 대다수가 사라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러 직업들의 대체 확률이 표시되어 있는데, 확률이 100%인 직업들도 꽤 있었다.

저자는 사라지는 직업들에 관하여 자신이 직접 노동을 경험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기록하였다.
그 직업을 하나의 동사로 표현하여, 그러한 동사가 이제 멸종한다는 비유를 한 것이다.

텔레마케터, 콜센터 -> 전화하다
택배 상하차자 -> 운반하다
요리사, 주방보조 ->요리하다
청소부(미화원) -> 청소하다
작가 -> 쓰다

사라질 직업에 대한 생생한 체험 기록을 우리는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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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게는 특정한 노동을 통해서만 발현되는 희로애락이 있다. 그 노동의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고통과 욕망을, 그것들의 색깔, 냄새, 맛까지 전부 기록하고 싶다.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계 수단이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그 노동을 통해 성장하고 완성되어 가던 특정한 종류의 인간 역시 사라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 본 작가는 ‘콜센터’가 가장 힘들었고, ‘아귀’에 비유하였다. 업무 자체가 고강도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엄청나다. 매달 최소 한 명은 전화를 받다 울며 뛰쳐나가 다시 들어오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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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사정은 없었다. 오직 사과만 있을 뿐. 이전까지 도시 괴담 정도로만 치부하던
개념 없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라고 부탁하는 것이 업무의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통스럽고 비인간적인 직업이라면 사라지는 게 더 좋은 것일까? 사라진다면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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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하고 싶다. 생존에 있어 진실은 노동에 있어서도 진실이다.”

우리가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있다는 것은 고통만 있는 게 아니라 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까대기>라는 책을 통해 이 직업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노동 기록을 보니 정말 육체적인 극한을 경험하는 일이다. 너무나 몸이 힘들고, 어둡고, 춥고 덥고, 숨이 막히고.... 밤새 일하고 퇴근할 때 세상이 강렬하게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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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최고의 일출 명소를 고르라면 나는 조금의 망설이도 없이 택배 물류센터를꼽겠다. 화가들에게까대기 새벽 근무를 권하고 싶다. 새벽 근무 마치고 접하는 아침 햇살은 일종의 개안의 경험이다. 아침 햇살이라는 것을 난생처음 본 것 같다. 이때의 햇살은 내리쬐지도 쏟아지지도 않는다. 폭발한다.

이렇게 극한 노동을 하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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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에서 내가 가장 놀란 점은 까대기하는 사람 중에 우울해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일터를 전전하는 동안 경험한 최고의 미스터리였다,

식당 주방에서의 요리도 엄청난 육체 노동과 위험 속에서 일해야하는 험한 직업이며, 온갖 복합적인 종류의 작업이 필요하다. 주방은 정서장애를 유발하는 노동 장소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 참 힘들지 않은 일이 별로 없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언젠가는 ‘과거에 그런 직업도 있었지’하는 추억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매일 힘들다고 투덜대지만, 나에게 직업이 있어서 감사하고, 지금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주어진 것에 기뻐하며 노동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일하는 게 힘들어진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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