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하지 않은 날 - 홍중규 단상집
홍중규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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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닿는 길이 곧 마음이 머무르는 곳이 되고, 발길에 닿은 인연이 곧 마음에 남는 추억이 되길."



"여름의 소확행

꽃의 아름다움을 몰랐다면 지금의 여름이 조금은 덜 행복했을 것 같다. 길가에 피어있는 능소화 앞에서, 지독한 더위를 감수하고까지 멈추어 섰던 이유는 행복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때로는 순간의 감정이 계절 전부를 기억하기도 하니까. - 51p"


"꽃의 아름다움을 몰랐다면 지금의 여름이 조금은 덜 행복했을 것 같다."라는 부분에서 깊은 공감을 했다.

나는 꽃샘추위가 시작될 즈음에 작은 화분에 꽃씨를 뿌린다. 그럼 봄 동안 자라서 여름 즈음에는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매년 반복한다. 올해는 어떤 씨앗을 심을까 하는 마음에 봄을 기다리고, 그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을 기대하며 여름을 기다리는 그 순간이 내가 기억하는 계절의 전부.


여러 상황에 대한 찰나의 생각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심정이 담겨있지만, 가장 인상깊은 것은 꽃과 계절,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왔다가 깨닫고 보니 사라져 있던 것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계절은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놓는다.-65p"


책을 읽기 전 대충 페이지를 넘기면서 다른 책들보다 종이가 두껍고 매끈하다고 느꼈는데, 사진이 예쁘게 삽입되어 있는 책이었다. 온갖 계절과 풍경이 담겨 있는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그와 걸맞는 단상(斷想)이 적혀 있다.

아무리 사진 속에 많은 사람들이 찍혀있다 해도, 어쩐지 사진으로 보는 풍경은 죄다 적막하다. 고요하고, 한적하며, 그래서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감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그래서 사진과 함께 글도 다른 책보다 더 천천히, 느긋하게 감상하는 느낌으로 읽은 것 같다.


아, 정말 책 제목인 <소란하지 않은 날>과 참으로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올해 심은 한련화가 많이 자랐다. 언제 꽃이 피어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꽃이 피면 다시 이 책을 펼쳐볼까. 그 때는 어쩌면 햇빛 쨍쨍하고 더위에 허덕이게 되는 한여름의 가운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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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아틀리에 - 과학과 예술, 두 시선의 다양한 관계 맺기
김상욱.유지원 지음 / 민음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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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아틀리에』는 김상욱 물리학자와 유지원 타이포그래퍼가 한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과학자는 예술적으로, 예술가는 과학적으로 쓴 글이다. 역할이 뒤바뀌었다.


"미술은 물리다. 미술작품은 시각으로 인지된다. 시각은 그 속성상 분석적이고, 인간이 가진 감각 가운데 가장 정확하다.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앞 부분의 프롤로그, 서장 등을 꼭 읽는 편이다. 이 부분을 넘기고 바로 본문을 읽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꼭 프롤로그는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저자의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으며, 무엇이 어려웠고, 어떤 생각을 담아 독자들에게 무엇을 알리고 싶었는지에 대한 말들 같은 것. 이는 본문을 읽을 때 꽤나 유용하다.

작년 하반기, 대학교 4학년 막학기를 다니는 동한 교양 수업으로 김상욱 교수님의 물리학 수업을 수강했다. 물론 나는 인문학도이며 고등학교 때도 문과를 선택했지만, 사실 사탐보다 과탐이 더 좋았다. 그저 수학이 너무 어려웠을 뿐이다. 문과 이과를 가르지 않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물리였다.

원래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수강하게 된 김상욱 교수님의 수업이었는데 묘한 인상을 받았다. 수업은 과학적인 내용을 배우지만, 교수님의 설명은 인문학적이기도 하고, 감성적이기도 했다. 학문에 대한 이미지의 경계가 바스스 사라지는 느낌이란!

그래서 교수님이 미술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쯤은 말하지 않아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본격적으로 미술에 대한 책을 쓰셨을 줄이야. 정말 매력적인 분이 아닐 수 없다.

"물리학자가 미술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을 때, 예술가와의 동행이 필요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혼자 가기 두려웠기 때문이다." -7p


"『뉴턴의 아틀리에』에서 '뉴턴'은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알려진 과학자의 이름을, '아틀리에'는 화가·조각가·조형예술가들이 작품을 창작하는 작업 공간을 뜻한다. 뉴턴은 과학, 아틀리에는 예술, 이렇게 영역을 나누려던 것은 아니다. 과학과 예술의 속성이 서로 스며든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곳, 경계가 무너지고, 다채로운 관계가 생성되어 가는 곳, 그러니까 '뉴턴의 아틀리에'적인 순간들이 펼쳐지는 공동 공간이라는 뜻이다."

유지원 타이포그래퍼가 쓴 프롤로그 부분에는 자주 받은 질문 세가지를 통해 『뉴턴의 아틀리에』라는 책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를 해 주고 있다.

첫번째 질문인 "어떻게 두 분이 함께 책을 쓰게 되셨어요?"와 두번째 질문인 "선생님 같은 예술가가 많은가요?"에 대한 답변에서는 유지원 타이포그래퍼가 가진 과학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는 부분으로 사용되었다. 미술을 전공했다고 해서 다른 과목들이 싫은 것이 아니다. 언어와 수학과 과학 모두 좋아했지만 유독 더 미술을 좋아한 것 뿐. 그래서 미술가가 과학을 좋아하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세번째 질문인 "무슨 폰트 쓰셨어요?" 부분은 나도 참 궁금했던 부분이다. 그림을 보면 어떤 재료를 썼는지, 컴퓨터 그래픽 아트면 어떤 브러쉬와 프로그램을 썼는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글자를 다루는 타이포그래퍼가 이 책을 저자 겸 디자이너로서 본문 및 표지 디자인을 직접 했다는 것을 알고서 어떤 폰트를 썼는지 궁금해 진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 책은 두 저자의 목소리가 각각 다른 폰트에 담기고 있다. 사실 따로 보면 정말 두 폰트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싶었는데, 나란히 두고 보니 확연히 차이가 두드러진다.

책에서 쓰인 주요 폰트는 아래와 같다.

[김상욱 본문과 캡션]

한글 : 본명조 레귤러

로마자·숫자·문장부호 : Lyon Display Light

[유지원 본문과 캡션]

한글 : 아리따부리 미디엄

로마자·숫자·문장부호 : Lyon Display Light

[공통 제목] : 옵티크 디스플레이 레귤러


책이 어떤 폰트로 쓰였는지 설명 해 주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김상욱 교수님이 이 책으니 스물여섯 개 챕터의 키워드와, 두 저자의 이름, 책 제목의 뉴턴과 아틀리에에 대해 그린 그림이다.

"창작이건 뭐건 손 쓰는 거라면 질색하는 이론물리학자의 머릿속에서 뭔가를 꺼내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략) 서른개의 단어가 한 장에 하나씩 차례로 적힌 빈 스케치북과 펜을 내밀었다. 아니나다를까, 절대 안 하겠다고 빼시길래 '스피드퀴즈'라고 임기응변하며 시간은 그림당 1분을 드렸다." -16p

이 부분을 보고 엄청 웃었다. 어쩐지 그 당시 두 작가님들 사이에서 벌어진 뜻밖의 스피드퀴즈 타임 상황이 상상되는 것 같았다.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이 책은 총 5개의 장을 통해 26개의 키워드들이 등장하고, 그 키워드 마다 두 저자의 글이 하나씩 실려있다.

1 관계맺고 연결된다는 것

이야기 / 소통 / 유머 / 편지 / 시

2 현상을 관찰하고 사색하는 마음

결 / 자연스러움 / 죽음 / 감각 / 보다 / 가치

3 인간과 공동체의 탐색

두 문명 / 언어 / 꿈 / 이름 / 평균

4 수학적 사고의 구조

점 / 구 / 스케일

5 물질의 세계와 창작

검정 / 소리 / 재료 / 도구 / 인공지능 / 상전이 / 복잡함


아무래도 과학적인 요소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책이다보니, 키워드를 보고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결'이나 '상전이' 같은 키워드들은 딱 봐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풀컬러(!)로 삽입된 예술작품 사진이 함께 있어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이상한 나라에 있는 미술관의 큐레이션을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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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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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하얗고 포동포동하고 귀여운 무민이 2020년, 올해로 무려(!) 75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저게 무슨 희한하게 생긴 강아지인가 생각했더니, 알고 보니 트롤이였다는 반전을 준 이후로 마음속에서 애정하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는데, 알고 보니 까마득한 어르신이다.

무민이 처음 쓰여진 것은 1945년, 하지만 작가인 토베 얀손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39년 겨울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글을 쓰고 싶어 무민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절반 남짓 썼지만 1945년까지 잊고 지냈다가, 한 친구가 무민 이야기를 보고 어린이 책이 될 수 있을 테니 마저 쓰고 삽화를 그리도록 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무민은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을 본받아 아빠를 찾아 다니게 되었고, 작가인 토베 얀손이 어릴 적 읽었던 여러 이야기들의 영향을 받아 지금의 무민 이야기가 시작되게 되었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무민 시리즈의 첫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이다. 인터넷에 '무민'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소개에 의하면 무민은 무민 골짜기에서 살며 친구들과 모험을 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내가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를 읽기 전 처음 접했던 무민 동화책도 무민 골짜기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다가 때로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무민 이야기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의 시작은 '무민 골짜기'가 아니다. 아직 이 이야기에는 무민 골짜기가 없다.


8월이 끝나 가는 어느 날, 무민과 무민 엄마는 겨울을 보낼 집을 찾아 숲과 늪을 이리저리 헤맨다. 그 모습이 담긴 11페이지의 삽화. 책 표지에도 사용이 되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의 삽화라고 하기에는 으스스하다.

무민 아빠는 해티패티들의 꾀에 넘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무민과 무민 엄마는 새로운 집을 찾으면서 동시에 무민 아빠를 찾아 다닌다. 무민과 무민 엄마는 길을 가다가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도움도 받지만 점점 지쳐간다. 무민 아빠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더군다나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여러 동물들은 비로 인해 잠겨가는 숲을 피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랐다. 그리고 그곳, 거대한 나무 한 그루의 가장 높은 가지에 무민 아빠가 있었다. 쫄딱 젖은 채 슬픈 표정으로 물을 내려다 보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조난 신호용 깃발이 펄럭였다.

삽화에서도 느껴지는 서글픈 표정과 S.O.S가 적혀진 깃발이 어쩐지 엄청 귀여웠다. 어쩐지 다른 무민들 보다 더 홀쭉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안쓰러워...)

대머리황새 선생의 도움으로 구출된 무민 아빠는 방이 세개 있는 커다란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비록 그 집은 홍수가 나서 어디론가 떠내려 버리고 말았지만, 무민 아빠는 다시 마음을 잡고 새로 집을 짓기로 한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물은 눈에 띌 만큼 빠졌고, 무민 가족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어느 곳 보다 아름다운 작은 골짜기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골짜기에 무민 아빠가 정성껏 지었던 집이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무민 가족은 그 골짜기에서 평생을 살게 되었다. 흔히 알고 있을, 무민 이야기의 모든 것이 일어나는 무민 골짜기에 도착 한 것이다.

이 책 여정의 끝은 무민 골짜기이다. 앞으로 나올 이야기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출발점이기도 한 무민들의 터전이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이야기의 끝에서 마침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저 동화에만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심도있는 독서를 하고자 한다면 꼭 '역자 후기'를 읽을 것을 권한다.

무민 이야기가 구상되었을 당시는 제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었을 때이다. 민간인의 희생과 그로 인한 이산과 피난은 이 작품의 큰 스토리가 되었고, 홍수라는 자연재해는 전쟁을 상징한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무민과 무민 엄마는 새로운 터전과 사라져 버린 무민 아빠를 찾기 위해 힘겨운 피난길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도움을 받고, 무민 가족 또한 홍수에 떠내려가던 고양이를 구출해 주거나 대머리황새 선생의 안경을 찾는 등 도움을 베푸는 모습이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끊임 없이 도움을 주고 받는 인류애적인 모습, 그리고 마침내 가장 아름다운 골짜기를 마주하고 무민 아빠가 직접 지은 멋진 집에서 평화롭게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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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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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캐릭터와 병아리가 떠오르는 연노랑색. 초면에 이 책이 미스터리 장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라는 제목을 보고 '사회보험노무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일상 이야기 인 줄 알았다. 사실 처음에는 작가인 미즈키 히로미가 사회보험노무사이며, 일을 하며 일어난 사건을 이야기 해주는 에세이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 책 앞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 미즈키 히로미는 미스터리/호러 부분에서 여러 수상을 한 작가라는 것!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의 첫 장에 실린 「다섯 번째 봄의 병아리」 또한 제 6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오 세상에. 갑자기 일상물이 미스터리 추리물이 되버렸다.


주인공 아사쿠라 히나코는 대학을 졸업한 후, 여러 회사에서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다가 자격증을 따고 한 노무사사무소에 입사했다. 직원은 고작 히나코를 포함에 소장인 야마다, 소장의 아내인 모토코, 자녀를 둘 키우는 워킹맘인 니와씨가 전부인 아주 작은 사무소다. 하지만 노무사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 히나코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며, 다양한 클라이언트들을 만나 앞으로의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책 제목의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에서 병아리'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아사쿠라 히나코의 별명이며(일본어로 병아리를 '히요코'라고 한다. 발음이 비슷하여 야마다노무사사무소의 니와씨가 히나코를 '병아리'라고 부른다), 나머지는 이제 갓 노무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노무사 초년생 히나코가 여러 클라이언트를 만나며 여러 회사가 안고 있는 문제을 살피고 해결 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는 '하늘에 별이 없어', 이고 가장 짜증났던 이야기는 '장식보다, 불빛보다'이다.

회사의 사정과 직원의 사정, 그들의 갈등을 모두 풀어낸 이야기라 끊임없이 반전의 반전, 숨겨진 이야기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하늘에 별이 없어'는 불쌍한 줄 알았던 자살 미수의 그 직원. 알고보면 참......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나온다.

파견직원으로 생활하던 히나코의 이야기 '장식보다, 불빛보다'는 읽는 내내 짜증이나고 화도나고, 그리고 계약직의 현실이 이런게 아닐까 생각이 들며 서글퍼지기도 하다.

이런 종류의 미스터리는 처음본다. 현실 반영 100%의 신박한 이야기. 미스터리 장르 처럼 흥미진진하고 반전이 있으며, 현실 반영을 해서 그런지 일상과 밀접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탓에 잘 모르기도 하며, 일본 도서이기 때문에 등장하는 회사 관련 법률 용어가 어렵기는 했다. 하지만 속도를 줄여서 차근차근 설명과 함께 읽어나가면 이해가 되면서 무척이나 재미있다.

모든 직장인들 화이팅을 외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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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애인에게
현상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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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당신 생각에 울음마저 사리물고 싶은 밤이 있습니다."


책 표지를 보자마자 이건 내 책이다, 하고 생각했다. 아아, 어쩜 이런 감성을 자극하는 글인지. 

예쁜 글은 좋다. 신기하지, 읽기만 해도 마음 아리고 코끝 찡해지는 그런 마법이 글에 담겨있다는 것이.


책 앞날개에는 흔히 그렇듯 작가 소개가 쓰여져 있다. 그저 구구절절 내용이 아닌 아주 짤막하고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소개글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쓰려다가 결국 모든 걸 부정확하게 써버리는 사람. 뚜렷하게 정의 내리기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며 그 점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 작가 소개글은 작가 본인이 쓰는 것일까? 뭔가 무척이나 문학의 향기가 짙은 소개다.


책은 그렇게 두껍지 않다. 하루, 아니 몇 시간 만에 후딱 읽고 덮을 수 있는 그런 두께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데 꽤나 많은 날을 소모했다.

스토리 전개가 흥미진진하여 한 순간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책도 있고, 이와 반대로 천천히 읽어야 그 가치가 더욱 더 높아지는 책이 있다. 『이름 없는 애인에게』는 후자이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글자를 공중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아닌,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몸속으로 삼켜야 하는 글인 것이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한 두장, 자기 전에 한 두장, 또 다른 책을 읽다 한 두장 넘기며 천천히 읽어갔다. '현상현 사색집'이라고 표현한 것이 딱 맞는 것 같다. 사색하는 것 처럼 깊게, 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게 천천히. 조금 느려져야 하는 책이다.


"

윤.

먼 훗날 나를 읽게 된다면

너는 잠시 울어줄까.

-33p「페이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

읽으면서 아, 하고 소리를 내뱉었다.

먼 훗날 나를 읽게 된다면 너는 잠시 울어줄까.

이 밖에도 좋은 글들, 마음에 남아있는 글들이 많다. 필사를 즐겨하는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필사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 편의 시집이라고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

요즘은 필사하는 사람들도 많고, 좋은 글귀를 수집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아마 그분들에게는 이 책은 정말 보석과도 같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그 여름 회벽 담장을 붉게 물들이던 장미 덩굴처럼 너에게 가야지. 짓궂게도 거친 이 한겨울의 북풍을 잠재우고 소용없이 슬픈 춤만 추는 저 빨간 구두는 벗어 던지고, 열사와 냉해에 마르고 젖은 발이 입자 여린 물안개로 스러진대도 너에게로 가야지.
- P19

부드러운 말들로 나를 길들이지 말아 줘 나를 마지막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면 차라리 어떤 이름도 내어 주지 말고 아침이 와도 그림자 하나 남기지 말아 줘.
- P24

S. 앞으로도 이 편지는 기어코 살아남아 내 좁은 서랍 속으로 되돌아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젠가는 네 흰 얼굴을 닮은 햇살 한 조각쯤은 묻혀 오겠지.
- P59

너는 장밋빛 고운 혈색으로 뺨을 붉히며 우리 보름달 아래 저 냇가로 산책가자 속삭이지. 교묘하고 산뜻하게 내 온생을 흘리려 들지.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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