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없는 사람은 없다. 어느 별에선가 휙 날아와 떨어진 운석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애초부터 가족이 없을 수는 없다. 가족은 명백한 존재의 근거이면서 삶의 원천이다. 그럼에도 가족을 갖지 못한 사람이 있다. 가족을 빼앗긴 사람도 있고, 삶의 갈피에서 그만 놓치거나 슬그머니 잃은 사람도 있다. 산산이 부서져 가는 그것을 맥없이 지켜봐야 했던 사람도 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상실과 결핍의 고통에, 있으면 있는 대로 과중한 책무의 부담에 시달리기도 한다.-2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