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쟁쟁한 저자와 그들의 서적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다.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소화시키려면 그 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과 저자의 위치 작가의 세계관 등을 면밀히 알아야만 한다. 책에 등장하는 개별 서적의 지은이들은 당시에 스스로 가진 의구심을 풀어나가고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대적인 요청에 따른 소명이라 생각하며 글을 썻을 것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고전과 명저인 36권의 서적들을 6개의 챕터로 나눠 담았다.
특히 원전으로 읽었던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은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에서 가물거렸는데 책속에서 다시 만나니 그 느낌이 새로웠다. 개인적으로 미래예측에 관심이 커서 앞으로 동향을 파악하거나 장기간 벌어질 일들을 가상으로 시뮬레이하는 책들을 주로 찾아 보고 있다. 이러한 미래학이란 것이 최근이 아니라 이미 1944년에 등장하여 3차 대전 가능성과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 체제를 전망하는 일을 수행했었다고 한다. 70년대에 나온 이 책은 밀레니엄을 지나온 이 시대에도 그 법칙이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그는 변화의 가속화와 일시성, 새로움, 다양성 이렇게 세가지가 초산업 사회의 특징이라 말한다. 휴대전화를 예롤 들면 확연히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다. 벽돌폰이라 불리는 초기 모델을 시작으로 지금의 휴대전화 산업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형 모델들을 쏟아낸다. 토플러가 제시하는 원칙대로면 그가 지적하는대로 문제가 발생하는데 바로 선택 과잉의 문제가 발생한다. 심리적으로 인간은 무언가 선택하기 위해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는 상당한 에너지 소모가 요구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순히 선택에 시간이 걸리고 좀 더 힘을 들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여지 때문에 결정을 내려야하는 입장에선 결국 주체성을 확립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개성을 추구하고 이를 존중하는 와중에 다양성은 필연적이지만 여기서 초래된 다양한 문화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심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가속화 되고 있지만 인간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적응력에 한계가 있다.
토플러는 그래서 미래의 충격을 정의하길 인간 유기체의 적응 체계와 그 의사 결정 가정의 과도한 부담에서 야기되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라 한다. 변화가 빠르면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 인간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 그 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과도하게 작동하면서 인간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일전에 서평한 메이커스를 보면 1인 1공장 체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긍정적인 부분에 못지 않게 다양성의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메이커스 - 크리스 앤더슨
http://blog.naver.com/lawnrule/120191328015
함께 읽을만한 미래 진단 서적들.
10년 후 일의 미래 - 트렌즈(Trends)지 특별취재팀
http://blog.naver.com/lawnrule/120190554677
메가체인지 2050 - The Economist 편집부
http://blog.naver.com/lawnrule/120175104741
책들 중에는 저자와 서적이 너무나 유명해 언급되는 경우가 많아 작품의 내용을 알다보니 이를 마치 읽은 것처럼 착작하는 책들도 있었다. 하나 같이 명저들이지만 나름의 필요와 인상적이게도 새롭게 보이는 책들에는 목차에 따로 표시를 해두었다.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사회전반적 개념을 다룬 책들이라 기존에 서평했던 책들과 교차점이 많아서 나중에 다시 읽으려 계획했다. 그리고 박제가의 북학의가 등장한 것도 신선했다. 서구권 작가들이 주류인 곳에서 한국인의 이름이 보이니 너무나 반가웠고 내용 또한 학창시절 배운 지식의 연장선이어서 나름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이미지 자료가 많이 첨부되어 있고 세련된 편집으로 책을 소개하는 잡지한 권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제 페이지에 나오는 꼼꼼한 각주로 읽기 편했고 마지막 부분에 저자에 대한 대략적 설명과 함께 독서할 책을 추천해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애초에 독자 대상이 고등학생이었기에 문장 수준이 어렵지 않아 읽기가 수워했으며 내부에 다시 작은 제목들로 내용 분류를 해놨기 때문에 한눈에 책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여섯장 분량이 한 묶음이라 짧은 숨으로 읽으며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루는 책이 36권이라 모든 책을 깊이 있게 다루기엔 지면상의 한계가 있어서인지 읽고나면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핵심되는 부분 위주로 쉽게 서술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만족스런 독서가 될 것이다. 특히 저자는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어떤 인물이 되고자 하는지 질문하길 권하고 있다. 단순 지식습득 이상의 것을 얻고 싶다면 그냥 페이지를 넘기지 말고 사고과정을 거치면 자신만의 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Chapter 1.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다 :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질문들 1. 500년 뒤에도 인류가 살아 있을까? -『도둑맞은 미래』, 테오 콜본, 존 피터슨 마이어스, 다이앤 듀마노스키 2. 문명의 종말을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문명의 붕괴』, 재레드 다이아몬드 3. 넘치거나 부족한 인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인구론』, 토머스 맬서스 4. 세상의 변화 속도를 어떻게 따라갈까? -『미래의 충격』, 앨빈 토플러 5. 차고 넘치는 재화가 풍요로운 삶을 보장할까? -『작은 것이 아름답다』,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 6.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참된 가치관은 무엇인가? -『히든 커넥션』, 프리초프 카프라
Chapter 2.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 인류와 문명에 관한 물음표 7. 동물적 본성을 버리는 것이 인간다움의 조건일까? -『털 없는 원숭이』, 데즈먼드 모리스 8. 착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왜 이기적일 수 있는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니버 9. 국민이 국가를 만드는가, 국가가 국민을 만드는가? -『국화와 칼』, 루스 F. 베네딕트 10. 대중의 생각은 항상 보편적이고 옳은가? -『대중의 반역』, 오르테가 이 가세트 11. 지능이 높으면 능력도 뛰어날까? -『다중 지능: 인간 지능의 새로운 이해』, 하워드 가드너 12. 우리가 도덕적이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타적 유전자』, 매트 리들리 13. ‘일’이 반드시 힘들고 고통스러워야 할까? -『호모 루덴스』, 요한 하위징아 14. 어떨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할까? -『존재의 심리학』, 아브라함 H. 매슬로
Chapter 3. 문명은 진보하고 있는가? : 역사를 만드는 일곱 가지 코드 15. 누가 역사를 만드는가? -『천안문』, 조너선 D. 스펜스 16. 역사의 대변혁을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혁명의 시대』, 에릭 홉스봄 17. 창조적 소수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는가? -『창조자들』, 대니얼 J. 부어스틴 18. 역사가 예술을 만드는가, 예술이 역사를 만드는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19. 프로테스탄티즘은 어떻게 부를 정당화시켰는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20. 과학의 새로운 발견은 역사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객관성의 칼날』, 찰스 길리스피 21. 미지를 향한 탐구는 어떻게 역사를 변화시켰는가? -『인간 등정의 발자취』, 제이콥 브로노우스키
Chapter 4. 정치가 인간 사회를 바르게 이끌 수 있을까? : 인본주의와 권력의 함수관계 22. 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북학의』, 박제가 23. 군중과 권력의 본질은 무엇인가? -『군중과 권력』, 엘리아스 카네티 24. 권력은 어떤 형태로 군중을 지배하는가? -『감시와 처벌』, 미셸 푸코 25. 국가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은 무엇인가? -『맹자』, 맹자 26.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은?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Chapter 5. 올바르게 산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 : 철학의 이유 27.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28.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29. 자연의 존재로서 살아가는 인간의 길은 무엇인가? -『장자』, 장자 30.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인가? -『채근담』, 홍자성
Chapter 6. 충돌인가, 공존인가 : 동양과 서양, 야만과 문명, 질서와 무질서의 변주 31. 서양 지식 사회는 동양을 어떻게 왜곡하고 재단했는가? -『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 사이드 32. 무엇이 세계의 대립과 충돌을 야기하는가? -『문명의 공존』, 하랄트 뮐러 33. 비과학적인 것은 모두가 미개한 것인가? -『야생의 사고』,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34. 신화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신의 가면』, 조지프 캠벨 35. 과학이 발전하면 어쩔 수 없이 환경이 파괴될까?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로얼드 호프만 36. 불규칙해 보이는 자연 세계에도 질서와 법칙이 존재할까? -『카오스』, 제임스 글리크 |
해당 서적은 <월간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중고생들 교양활동을 위해서 적극 추천이며 일반 교양 습득 원하는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독서를 좋아하더라도 시간을 내서 36권을 섭렵해 제대로 음미한다는 것은 실로 어렵다. 이 책을 통한다면 등장하는 모든 책을 읽지 않아도 저자와 교류하는 시간을 갖음으로써 이런 부분에서의 갈증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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