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숨겨진 과학 - 노래하고 낄낄대는 동물 행동에 대한 이해
캐런 섀너 & 재그밋 컨월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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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숨겨진'이라하여 관심을 끄는 책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거나 생물학적인 궁금증에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될 것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고 어린시절 동물을 주제로한 퀴즈 프로그램을 열심히 청취했던 세대이고 동시에 네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동물 다큐멘터리라면 앞뒤 안가리고 일단은 예약 청취하거나 녹화를 불사하는 열혈 시청자다. 그러니 목차나 내용설명을 둘러보기도 전에 당연히 이 책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뭔가 조류학자나 야생생태학자가 현장경험을 글로 풀어낸 선명한 컬러 이미지가 가득한 역동적인 책을 상상했는데 오히려 그런 점에서 예상 외의 책이었다.

 

 일단 저자가 그러한데 캐런 섀너는 신경심리학자로서 백악관 컨설턴트 및 디스커버리채널 글로벌에듀케이션의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쥐가 어떻게 학습하고 고양이가 어떻게 꿈을 꾸는지를 연구했다. 재그밋 컨월 저자 재그밋 컨월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신경심리학과 교수이며 신경동물행동학의 세계적 권위자다.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최초로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했으며 복잡한 소리를 지각하는 대뇌피질의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오지에서 동물을 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이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인 것.

 

 공저자는 조지타운대에서 임상심리학과 신경생태학을 강의하는 학자들이다. 이 책을 읽는 순서란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프롤로그|동물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에필로그|인간의 본성을 다시 생각하다 부분을 모두 먼저 읽고 시작한다면 더욱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기에 추천한다. 과거에는 사람만이 영혼이 있고 근육과 외피가 이를 둘러싸서 영혼을 지상에 머물게 하는 유일한 생명체라 생각했다. 이것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 이성사고에 대한 믿음이 큰 서구사회에서도 동물 애호가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인간의 특별함을 여기서 구하는 인간본위적 사상에 기대는 이들이 대개인 듯 하다. 

 

 이런 사고방식에선 군집생활을 하는 개미가 가진 협동성이나 죽을 때 무덤을 찾는 코끼리의 행동이 인간이 가진 특성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개별 독립개체나 미개한 짐승들이 가진 본능의 일부라 본다. 하지만 만약에 동물이 서로 노래하고 춤추며 웃는 것이 사람과 비슷한 특성과 유사한 기전에 의한 것이라면 이러한 능력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 스스로를 이해할 기회가 더욱 많아진다. 달리 말하자면 다른 동물들에게서 뚜렷하게 보이는 어떤 행태가 인간의 경우에는 별도의 의식과정을 거쳐야 하거나 퇴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만 고유한 속성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역으로 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한번은 누군가가 논쟁을 벌이길 개는 꿈을 꾸지 못한다는 것 아닌가! 나는 개를 어려서부터 키웠고 지금도 두마리 가정견을 기르지만 강아지들은 한결같이 밤에 잠꼬대를 했다. 낑낑거리다가 너무 심해지면 깨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심한 날은 유독 더 심하게 그러는 것 같다. 꿈만이 아니라 실제 물고기나 박쥐 등도 서로 돌보고 감정을 공유하며 경쟁하기도 하고 와중에 질투와 복수도 한다는 것이 과학적 자료에서 밝혀졌다. 인간의 것이라 생각한 것들이 실제 공유된다면 동물에게도 유사한 방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간에게만 있을 것 같은 자아란 개념이 동물에게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아가 있다는 것은 군집속에 들어가 있어도 자신만의 특성을 이해하고 서로를 구분지을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능에만 하고 올오지 기계적인 면만 존재한다 가정하면 서로 사라지거나 다치더라도 복사체의 연속이기 때문에 서로가 슬플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들도 가족을 잃거나 기쁜 일이 있으면 소리를 내거나 몸짓으로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비디오 장면을 보면 과학자가 아니라도 자신과 타방을 구분지어 인식한단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실제 실험에서는 이타적 행동까지 하는 것도 확인이 되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여타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에 근거해 결정을 하는데 다른 동물들도 똑같이 자신들이 다른 개체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하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지금 이순간도 과학의 발전으로 양자역학수준에서의 분자와 세포에 이르는 연구를 통해 접점을 발견하고 이로써 인간의 본성에 더욱 다가서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총 3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다. 내 경우엔 3부 사회화가 제일 재밌었다.

 

프롤로그|동물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


제1부 감각
1. 전기로 가득 찬 세계
2. 진동에 감사하다
3. 소리로 찾고 대화하다
4. 맛과 촉감

제2부 생존
5. 위험을 알리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
6. 얼음개구리와 꿈
7. 바다와 육지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마라톤
8. 스트레스

제3부 사회화
9. 재치와 계략 그리고 재미
10. 엿듣고 속이다
11. 박자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다
12. 구애, 결혼 그리고 사랑

에필로그|인간의 본성을 다시 생각하다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놀랍고도 정교한 생명체의 비밀
찾아보기

 

 중학교 때 뭔 모르고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그의 처녀작 때문인지 아니면 어렸을 때 과학 탐구 생활용응로 구입했던 개미 기르기 키트 때문이었는지 나는 개미가 좋다. 부록인 찾아보기에도 개미라는 키워드에 달린 페이지수가 유독 많다. 1부에 등장하는 진동에 감사하다편에는 흰개미에 관한 것이 나오는데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건축물과도 같은 탑을 만든다. 이러한 붉은 흙집은 6미터 높이로 짓는데 멀리서 보면 거대한 동상 같다. 말을 하거나 건축기술을 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자기조직화 원리란 것이 적용된 결과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설명한다. 유사하게 마치 무리를 이뤄서 거대한 물고기가 춤추듯이 보이도록 이동하는 바닷물고기떼도 마찬가지.

 

 

 

 아직 이러한 개미들의 집짓기에 관한 연구는 현재 진행형으로 명확하게 답이 나온 것은 아니다. 이전에 개미들을 인간의 세포에 비유한 책이 있었는데 하단의 링크다. 책에서 공명이나 진동을 통해 대화 없이도 무리를 짓고 외부 세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건축에 관해 댐을 짓는 비버나 땅을 파는 두더지도 이들처럼 건축능력을 있게한 특별한 감각을 가진 동물들이다. 

 

사이보그가 되는 법 - 알록

http://blog.naver.com/lawnrule/120180083229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듯 동물들 특히 양서류에게도 이런 점이 예외 없다는 게 의외였다. 양서류인 이구아나가 엘니뇨와 같은 악천후로 해조류 공급이 부족해지면 스트레스 상황이 오는데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수준을 낮춰주는 주사를 일부 개체에만 실시하자 엘니뇨 이후 돌아온 섬에는 주사를 맞은 이구아나들만이 살아남았다. 이는 스트레스 반응을 빨리 멈추는 동물이 더 많은 단백질을 보전하여 화나경에서 살아남을 기회가 더 커진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는 스트레스 상황에 당장 죽진 않지만 서서히 죽어가는ㄱ ㅓㅅ이다. 

 

 인간과 타생명체 사이를 무언가 피라미드처럼 수직적이고 상위 하위 체계를 갖춰서 조종하려드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비슷한 본성을 공유하는 유기적인 관점에서의 조화로운 생명체의 일부라는 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에필로그에 이어서 엄청난 양의 참고문헌 리스트가 나오는데 서두에 이러저러한 책의 이미지를 참고했다고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읽는 내내 이미지가 한 컷도 없던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이들이 개정판이라도 낸다면 그땐 이미지가 추가되길 기대해본다. 

 

 

 

자연이 하는 일에는 쓸모 없는 것이 없다.

 

- 아리스토텔레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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