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스케치 노트 스케치 노트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에겐 기본적으로 창작에 대한 본능이 있다. 고대의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보면 매일의 의식주를 위해 그날그날을 살았던 시기에도 자신들의 일상이나 특별한 사건을 기록하려 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막 말이 튼 어린 아이들도 그릴 수 있는 도구와 종이만 있으면 부지런히 보고 들은 것과 상상한 것을 그리고 현실과 인식에 균형을 잡기도 하며 감정을 표출하여 정화하도록 돕는다. 사진기가 발명된 지금도 인상적인 여행지의 장면이나 관찰한 생물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지오그래픽의 생생한 영상으로 자연을 접하는 사람들은 굳이 손으로 자연을 그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현미경으로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는 이런 시대에 세밀 화법을 여전히 사용되는 이유 무엇일까. 고급 장비를 가지고 이동할 필요 없이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된다는 이유도 있고 언어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의사 전달이 용이하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번역이자 해석이란 것이다. 현실적으로 촬영하기 어렵거나 본 적이 없는 생명체를 상상에 기대서 묘사할 때도 세밀화법은 빛을 발한다. 한 개체를 분석하는 상황에서 순간을 담은 스냅사진보다 자유자재로 여러 부분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자연 스케치 노트]는 자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식물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적절한 테크닉을 안내해주는 안내서이자 학습서다. 처음에는 미술에서의 테크닉은 영상으로 봐도 따라하기 힘들기 때문에 책으로 배울 수 있을까 싶었다. EBS에 방영됐던 밥 아저씨의 ["그림을 그립시다"/The Joy of Painting]란 프로그램도 너무나 쉽게 설명하고 그림도 멋졌지만 막상 따라 그리긴 참 어려웠던 기억 때문에 더 그러했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그릴 그림이 실려 있고 그려나가는 과정이 단계별로 제시되어 있어 하나씩 차근히 따라하면 금새 익힐 수 있었다.

 

 다섯 개의 장소적 구분으로 챕터가 나눠져 있다. 첫 파트에서 기본적인 그리기에 관한 설명과 재료에 관해 알려주고 이어서 장소별 동식물들을 통해 연습할 수 있도록 목차를 구성했다. 스케치부터 색칠까지 순서가 매겨진 설명을 차례대로 따라가며 학습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배려했다. 마지막에 용어설명을 보면 식물학자와 같은 단어를 풀이해주는데 기본적으로 어린 독자들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과 미술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는 서적이다. 112페이지 분량으로 동화책 정도의 두께와 가로가 긴 판형이 특징이다.

 

머리말 
간추린 역사 

야외에서 그리기 
형태와 볼륨 
빛과 그림자 
색과 바림 
식물 관찰을 위한 스케치 
동물 관찰과 크로키 
식물의 주요 질감과 구조 
동물의 질감 : 비늘
피부와 털 
깃털 
반사광 : 이슬방울, 빛의 굴절 

습지와 늪지 
창포 
잠자리 
초록개구리 
청개구리 
도롱뇽 
풀뱀 
유럽늪거북 
쇠물닭 
청둥오리 
뿔논병아리 
왜가리 

탁 트인 들판 
나무딸기 
나비 
작은 곤충 
두꺼비 
벽타기도마뱀 
무족도마뱀 
아스클레피오스뱀 
헤르만거북 
유럽울새 
굴뚝새 
박새 
지빠귀 
까치 
 
자고 
말똥가리 
토끼 
여우 

 
스노드롭 
은방울꽃 
디기탈리스 
개암나무 
참나무 
어치 
딱따구리 
올빼미 
청설모 

산지
알프스솜다리 
꿀벌란 
소나무 
마멋 
산양, 산염소, 아르갈리 

용어 설명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기초가 되는 설명이 개별 동식물 그리기에 앞서나온다는 것이 장점. 색칠 요령 및 세밀 묘사를 위해 필요한 형태와 볼륨 그리기, 반사광, 깃털이나 동물털 그리기와 질감, 빛과 그림자, 동식물 스케치 등의 개략적인 설명이 그것이다. 복잡하지 않게 간단히 핵심되는 내용 위주로 설명한 점이 돋보인다. 세밀묘사라해서 너무 부담스럽게 정교한 그림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것들이 색연필이과 볼펜 정도만 있어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라 초등학생 자녀에게 읽혀도 좋은 것 같다. 그리기 위해서는 자세히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기에 그리기 활동을 통해 자연에 대한 애정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어린 시절 과학탐구 대회에 나가서 부지런히 스케치하던 기억을 다시 돌려준 즐거운 책이었다. 미술 재능이 없으니 절대 못할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도 하나씩 따라하면 금새 배울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다. 개별 생물의 묘사에 들어가기 전에 해당 개체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있고 대개의 동식물들이 우리 주변에 자주 마주칠 수 있거나 친숙한 경우가 많아 한창 그리기에 몰두하는 아이를 둔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색다른 취미나 여가를 원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미술을 책으로 배우는 게 힘들 것이란 고정관념을 풀어준 즐거운 책이었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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