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서핑 좀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만한 것이 TED일 것이다. 명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삶과 지식에 관한 이야기를 웹상에 무료로 공개하고 소통과 공감의 장을 형성하는 사이트다. 지금 이 블로그에도 다수의 책이 TED에서 강연을 하여 유명세를 탄 사람들이 발간한 책들이 있다. 유익성이 큰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파급력 또한 크다. 이렇게 IT의 발전은 지식을 공유하는 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굉장히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일전에 서평한 칸 아카데이에 관한 책이 그 증거다. 고등 교육일수록 비싼 값을 치뤄야 하는 시스템과 교육 후진 지역 및 시기를 놓친 이들에게 인터넷을 기반으로하는 교육 인프라가 보여주는 발전적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 살만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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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 발 더 나아가 과연 공부 자체에 큰 흐름을 거시적으로 본다면 어떠할까? 살만 칸은 기존의 교육이 수직적이고 교수법에 치중하여 배움의 본질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는데 이 책도 다르지 않다. 다만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제는 누군가 가르치지 않아도 배우기 그 자체를 할 수 있으며 이것이 학습 공동체를 통해 이뤄진다느 점이다. 공부란 더 이상 일방적인 정보 흡수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 끝을 모르고 변모하는 세상에 참여하는 일종의 문화적 과정이라 보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
일례로 특정 대학이 있으면 여기에 속하는 것을 목표로 학원에 다니며 시험을 치고 면접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공부하기 위해 소속되는 학습공동체란 개념을 제시하여 개인은 이전보다 더욱 능동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정규교육을 끝으로 공부하기를 멈춘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려 4장에 걸친 이 책에 쏟아진 찬사는 여기에 등장한 이론적 분석들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졌는지를 반증해준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은 부분은 강조처리하였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한국어판 서문
1장 평생 공부 샘의 이야기 :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우기 머나먼 은하에서 가르치기 오류를 구글링하라 세대를 걸쳐 하는 게임 여기를 눌러 공부를 시작하세요 우리는 가르치지 않아도 배울 수 있다
2장 두 문화의 이야기 기계론적 관점 학습 환경 : 학교는 무너지지 않았다 특별한 문화 유형 : 배양접시 속 공부 교수 중심 접근법 vs 학습 중심 접근법
3장 변화의 수용 교육 : 물고기 대신 낚시법? 기술 :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변화를 포용하는 법 배우기 : 해리 포터 세대 변화를 가시적으로 : 위키피디아와 콜럼부스 놀이와 상상력 : 변화를 포용하는 전략
4장 공동체 속에서의 공부 동료 간 학습 : 깊이 있는 대면 공동체의 등장 : 참여의 매개체 학습 공동체 속에서의 공부
5장 학습 공동체 속에서의 개인 정체성의 변형과 상상의 공동체 어둠 속에서 보기 학습 공동체와 교육 블로그의 탄생 그는 왜 블로그를 할까? : 해석 공동체의 등장 신속한 해결책 택하기 집중양육 평생의 삶 속의 학습 공동체
6장 우리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 암묵적 학습 : 21세기는 암묵적 지식의 세계 가르침에서 배움까지 탐구 : 똑같이 가르쳐도 다른 것을 배운다 질문이 대답보다 중요하다 탐구로서의 학습 : “어떻게 될지 한번 해보자!” 내재 : 열정과 암묵적 지식의 저장고 기질 : 어떻게 공부할지 알려 주는 지표 공동체적 내재
7장 앎, 만들기 그리고 놀기 앎 : ‘무엇’에서 ‘어디’로의 전환 만들기 : 미디어 리터러시의 확장 놀이 : 마음의 장난기
8장 함께 어울리기, 장난삼아 해보기, 괴짜 같은 행동하기 함께 어울리기 : 존재하기 위한 공부 장난삼아 해보기 : 구체화로의 이행 괴짜 같은 행동하기 : 학습의 생산
9장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의 새로운 공부 문화 새로운 맥락 이해하기 집단적 내재의 가상공간 공유된 상상력 정말 중요한 것 공부를 위한 놀이
주석 참고문헌 감사의 글 역자후기 |
해당 서적은 이론서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전혀 어렵지 않게 이야기 하는 듯한 스타일로 되어 있다. 그저 세부 목차가 잘 마련되어 있고 분석적인 느낌이 있을 따름이었다. 전문적인 용어나 힘들여 읽어야하는 딱딱한 스타일이 아니란 점이 좋았다. 나아가 학습공동체나 이러한 개념이 발생하게 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설명도 두말할 것 없이 탁월했는데 여기에는 하나 더 특별한 점이 있다.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서적들 중에는 종종 기존의 것을 비판하거나 반기를 드는 성향을 보이는 책들이 있는데 저자는 학교라는 공간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러하다.
미디어에서는 자주 공교육 붕괴나 학교 붕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글쓴이는 이러한 표현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다. 학교라는 것을 학습환경이란 단어로 대치해본다면 붕괴되었다는 표현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그저 환경이 디지털 정보 네트워크의 자유와 풍부함을 제대로 적용시키고 있다면 학습은 유기적 과정이 되고 토론은 문제의 고착화에서 탈피시켜 준다고 한다. 통상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 교육 방식은 교실과 직장과 교육용 비디오 등을 통해 정형적일 숙달 과업을 이수하기 위한 과정을 기계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왔다.
이 과정들은 표준화되어 있어서 빠르게 적응하여 처리하고 일정한 시험 점수를 내면 그만이 되었다. 과정의 가치와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하는 방법론이다. 그래서 이를 좀 더 큰 시각으로 문화적인 면에서의 고찰을 시도한다. 전통적 문화에서는 어떠한 개인도 문화를 만들 수는 없다. 누군가 타지에 도착하면 두가지 길이 있는데 적응하거나 튕겨져 나가거나 그 중에 하나다. 하지만 문화를 과학자들의 실험실에 배양접시 속처럼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렇다면 특별한 제한 없이 유기적 방식으로 매개물과 환경이 연개해나가는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다.
전통적 문화가 안정성을 추구하고 불가피해야만 변화에 적응한다면 신개념 문화는 유기적응로 반응하며 단순한 적응을 초월해 변화 속에서 창조를 일궈낸다. 좀 더 능동적인 개념이다. 공부라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개념을 문화적인 요소로 파악해 넓은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를 세부적으로 나눠서 설득력있게 전개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개별 내용의 숨이 길지 않아서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이해가 쉽지만 일독 이후에 오히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크게 접근하는 스타일이라 그러했던 것 같다.
사실 전문분야에 올인하기 위해서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식의 습득이란 것은 허망한 경우가 많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서까지 평가를 위해 중간과 기말 고사 친 이후에 맘껏 스트레스를 풀다보면 암기한 사항들은 빠른 속도로 바닥에 쏟은 알콜마냥 증발해버리는 것은 다들 경험으로 잘 알 것이다. 들이는 노력을 따져보면 굉장히 비생산적이라 할 수 있다. 평가수단인 시험을 위해서 또 다른 수단인 학습력을 이용하는 모습이지만 궁극적으로 남은 것은 점수이지 진정한 교육의 목표달성은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과정은 얼마나 괴로우며 진정으로 모두가 즐긴다고 말할 수 있지도 않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핵심 단어 중에 하나는 '놀이'다. 생각만 해도 노이로제 생길 것만 같은 공부란 단어에 엄청난 생기를 불어넣는 단어 아닌가. 한편으로는 학습력을 위협하는 암적인 존재를 일컫는 말이기도하다. 내용에는 요한 하위징아가 호모루덴스란 저작에서 놀이란 것이 인간 경험의 중심이자 인간 문화에서 유의미한 것이라 주장한다고 말한다. 놀이란 문화적 의식과 종교적 의식을 정의하는 요소이며 문화보다 앞서는 동시에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놀이 와중에 제시된 질문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질문을 찾는 자양분이 된다.
심화된 정보네트워크가 앞서 제시한 배양접시를 만나면 두 요소가 융합하며 극적으로 가속화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다소 의아스러울 수도 있지만 신선한 감이 있는 워드 오브 워크래프트란 예시를 들어 조목조목 독자들을 이해시킨다. 인터넷 게임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길드라든가 게임세계의 생리에 대해서 다소 낯설겠지만 그래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창의와 융합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글들이 나오기 때문에 혹자는 암기라는 것이 더이상 무의미 해지는 것이 아닐까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을 것 같았다.
내 기억에는 글쓴이가 여기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행간을 들여다 보면 그가 디지털 기술을 맹신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기에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책들을 하단에 추천했다. 교육계통 종사자나 학생들만 읽을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을 운영하는 것과 미래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옛 말씀에 셋이 걸어가면 나머지 둘은 자신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 가르치지 않음에도 스스로 원한다면 이러한 것에서 조차 배움을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젠 셋이 걷는 것이 아니라 문화공동체와 학습공동체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세상에 모든 이가 거대 디지털 세계에서 스승이자 제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억력도 스펙이다 - KBS 과학카페 기억력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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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 에란 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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