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사랑 여행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열림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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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중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누군가 바위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이 빌어먹을 개같은 사랑'이라는 문구를 적어놨었다. 나이 어리고 경험이 적은 보통 학생이던 내게 굉장히 부정적이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겨준 글이었다. 머리가 좀 더 커서 대학에 왔을 때 한 실연당한 선배는 내게 술자리에서 '사랑? 개나주라 그래'라는 말로 사랑이 주는 환상의 말로를 잔인하고 강렬한 한 줄로 요약해서 던져주었었다. 종종 달콤하지만 쓴맛이 감도는 진한 초코맛에 비유되곤 하는 사랑. 분명 행복해지려 시작하는 사랑이라면 사랑하면 행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인과과정임에도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사랑으로 웃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울기도 한다. 

 

이 책은 모든 사랑이란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나온 서적이다. 철학적인 내용을 바탕으으로 한 소설로 엄청난 스릴러물이나 반전을 기대하려는 사람보다는 참신한 소재로 만인의 공통 관심사를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를 음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비슷한 스타일의 책으론 하단의 에란 카츠의 책이 있다. 자칫 진부하거나 무겁고 식상할 수 있는 주제를 전달하고자 할 때 쉽게 공감대를 형성해 유연하게 전달하기위해 스토리텔링을 차용했는데, 이 책도 그러한 연장선이라 보면 될 것 같다.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 에란 카츠

http://blog.naver.com/lawnrule/120190729270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현실적인 배경을 뒤로하고 꿈꾸듯 붉고 선명한 하트를 붙잡고 자유로이 나는 한 남자가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꾸뻬다. 전작처럼 정신과 의사인 그는 여자친구 클라라가 있다. 군테르의 제안으로 꾸뻬는 상하이에 도착해 마시면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사랑에 빠지게 해준다는 코르모랑 교수가 만든 신약을 바일라라는 여성과 함께 마시고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 당연히 두 여성을 두고서 내면적 갈등에 빠지고 책의 목차대로 자기비하나 죄의식 등에 사로잡히고만다. 이런 대단한 약이니 이 약을 쟁취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와중에 여러가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이 말랑말랑하고 낭만적이지만은 않은데 여행을 제안한 군테르가 그 목적이 자신의 여자친구인 클라라와의 불륜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 하지만 자신도 바일라와 사랑을 하는 사이니 피차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 갈등하던 상황에 해독제를 찾으려 했으나 여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한 사람만을 위해 뛰는 심장을 갖게 해줄 묘약은 그것과는 거리가 먼 또 다른 슬픈 이야기를 가져왔다는 사실에 꾸뻬는 이를 강물에 던져버린다. 약물로 반강제된 사랑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진행되는 과정 속에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서 말이다.

 

사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초대
비밀회의
사랑의 감정을 제어하는 약
코르모랑 교수를 찾아 아시아로
타국에서 다가온 사내
사원의 편지
그리움은 사랑의 한 증거
사랑의 실험 대상이 된 꾸뻬 씨
열정적 사랑의 유효기간은 18개월
지나간 사랑의 잔재, 그리움 혹은 미련
실연의 아픔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 ?결핍
질투는 사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실연의 아픔을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 ?죄의식
코르모랑 교수의 새 실험실
실연의 아픔을 구성하는 세 번째 요소 - 분노
캄보디아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랑 여행
실연의 아픔을 구성하는 네 번째 요소 ?자기 비하
꾸뻬 씨, 오랑우탄과 그나 도아족을 만나다
스파이들의 정체가 밝혀지다
실연의 아픔을 구성하는 다섯 번째 요소 - 두려움
사랑은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
꾸뻬 씨, 그나 도아족의 지혜를 배우다 
꾸뻬 씨, 사랑을 구하다
사랑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
당신은 사랑을 찾았나요?

한국어판 저자 서문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나는 여기 등장하는 묘약이 어찌보면 약간은 해묵은 소재처럼 보이지만 실상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무엇이든 합당한 노력 없이 쉽게 해내려는 이기심과 욕심을 표상하며 더불어 사랑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물건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실상 사랑은 결과물이며 우리는 그 과정에 더욱 열광하지 않는가. 동화책을 봐도 아이들의 관심사는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통속적인 한 줄짜리 결말이 아니라 여기에 다다르기 위해 괴물과 맞서는 왕자와 마녀의 계락에 빠지지만 헤쳐나오는 공주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진짜 현실에서 사랑의 묘약이 있다면 마치 어느 부부의 인생 이야기가 방금 프린트 된 '00와 00는 평생 행복하게 서로만 바라보다 사랑하며 죽었음.'과 같은 문장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알맹이 빠진 이야기에 누가 감동할 것이며 과연 사랑하는 당사자들에게 깊은 의미로 남는다는 것이 가능하기나할까. 과학 기술의 발전은 대개 좀 더 편하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부산물이 묘약이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시간에 흐름과 감정선을 타고 흐르는 역동적인 사랑의 진정성을 퇴색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특히 기술은 발전을 거듭할수록 인간의 신체적이고 외적인 부분을 보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신체 내부는 물론이며 정신까지도 상담이나 장기적인 자기노력 없이 교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으니 사랑도 예외가 되긴 힘들터. 사랑이라는 우리의 정신적 요소도 약물로 조종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묘약에 담겼다 말하는 책의 내용이 사랑의 의미를 두고 우리를 잠시나마 철학하는 사람으로 변모하게 한다. 무엇이 사랑이고 어떠한 것이 사랑인지. 

 

요즘은 놀랄만한 효과를 가진 약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SF영화나 소설에 등장할만한 약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알만 먹어도 하루 종일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식사대용 알약은 애교이고 먹어도 살이 안찌는 비만방지 약은 물론이며 암세포만 공격하는 알약이 그러하다. 하지만 단연 내 눈길을 가로 잡는 약은 기억을 잊게 해주는 약이었다. 정신적인 면까지 조정할 수 있는 약이라니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이 단순한 픽션으로 치부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21세기에 여전히 사랑이란 단어는 미스테리하다.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남녀의 사랑에 관해 연구하는 헨렌 피셔라는 박사도 유명한 온라인 매칭 사이트에서 왜 한 사람에게만 사랑에 빠지는지에 관해 연구해줄 것을 의뢰 받았다는 것은 그것의 단적인 예다. 기업의 이윤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랑이 아직도 인류의 난제 중에 하나란 반증이기도하다. 시중에 범람하는 연애의 테크닉이나 사랑을 얻기 위한 기교에 관한 처세서들이 형태만 달리한 사랑의 묘약 아닌지 생각해본다. 어찌해도 사랑의 본질에서 멀어지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기교나 기술에 더욱더 매달릴 수 밖에 없다.

 

Helen Fisher: The brain in love

 

 사랑이란 것은 굉장히 케케묵은 고루하며 오래된 주제인 동시에 얼마나 복잡한지, 이 주제로 쏟아낼만한 것들은 우주를 뒤덮고도 남을 것이다. 또한 사랑이 지구에 닿았을 땐 모든 이들에게 시를 쓰게 했으며 노래를 만들게 했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마 사랑의 마법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죽음을 부르기도 때로는 목숨을 살리기도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사랑은 여직 살아남아 많은 사람들이 영원을 약속하는 사랑의 낭만적인 면을 마치 종교처럼 숭배하도록 만들고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단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무거운 단어를 이야기를 통해 정갈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 책이 우리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게 할 것이며 사랑 안에 쉬게 할 것이다. 더불어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는 읽는재미를 배가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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