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힘 - 말없이 사람을 움직인다
아가와 사와코 지음, 정미애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나의 타고난 성향은 내향성이다. 사람들의 통념처럼 내향성은 내성적인 이미지 그대로 겉으로는 어떻게 보이는지와는 다른 경우도 있지만 낯선 이와 말하기를 즐겨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갈수록 이것이 단순히 나의 성향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말주변이 없어 사람들과 말을 트고 지내는 것이 익숙치 않은 경험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란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까 싶어서 자기개발서도 많이 기웃거렸는데 그런 책을 참고하면 내 할말을 하는 것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지만 돌아서 대화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얻은 기술은 세련되고 공감을 주는 말하기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뭔가 거리감 있고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결국엔 기본으로 돌아가 시간의 흐름이 해결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부딪치고 겪으면서 공감하는 능력이 커지니까 내가 하는 말에 진심이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서도 말하기가 수월해진 것을 느꼈다.

 

 그래도 경험에는 한계가 있고 부족한 점을 짚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책인 것 같다. 해당 서적은 평소 대화가 이뤄지는 일상적인 부분도 이야기하지만 대개의 경우 대화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다룬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베스트 셀러 종합1위라고 하는데다 130만부나 팔렸다고 해서 엄청난 기대로 읽었다. 물론 책에서 우주인 존재의 증거나 일급 기밀을 예상하고 읽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원칙에 충실하고 어렵지 않은 것들이라 의외였다. 특히 아가와 사와코는 탤런트, 소설가와 같은 타이틀 이외에도 전문 인터뷰어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경험담이 책에 전반적으로 녹아 있어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이 장점. 스토리텔링 방식이라 기억에 많이 남고 형식적인 듣기 방법을 알려주는 이론서가 아니란 점이 책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려 놓은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다.

 

들어가는 말 | 듣는다는 것에 대하여


1장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혜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어렵다
저절로 말을 하게 하는 마법
말과 글은 다르다
누구나 자기 말을 들어주길 바란다
상대방의 말 속에 답이 있다
적당한 빈틈을 남긴다
대화의 흐름에 맡긴다
머리와 마음은 백지상태에서
인사치레를 주의한다
상대의 경험에 자신을 대입한다
가벼운 기분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2장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요령
대화는 살아있다
상대의 내면을 함께 탐색하다
샛길로 빠진 이야기 되돌리는 법
귀로 듣고 온몸으로 반응하라
좌절해도 포기하지 않는다
소박한 질문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빤한 대답이 나오지 않게 한다
껄끄러운 말도 해야 할 때가 있다
의외성은 곧 매력이다

3장 진심을 담은 피드백의 기술
맞장구에도 비결이 있다
앵무새 질문을 활용하라
지나친 붙임성은 화를 부른다
위로하는 말은 2초 뒤에
시선은 경의의 표시다
상대보다 조금 낮은 눈높이에서
함부로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지 않는다
말 속에 숨은 보물을 찾는다
상대방의 속도에 맞춰라
수다를 떨지 않는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어울리는 옷차림을 하라
대화할 때는 대화에만 집중한다
듣는 힘으로 대화를 이끈다

 

 한 배우에 관한 일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몇시간 동안의 인터뷰에 굉장히 비협조적이어서 작가는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배우는 마지막에 인터뷰가 굉장히 편했다면서 오래도록 작가가 이 일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남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반응이 한결 같을 수는 없다는 것. 그런 면에서 최근에 장사를 시작한 내 친구가 말한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 같다.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 손님인데도 거래가 없는 경우가 있는 반면, 심드렁하게 굴고 이것저것 평을 낮게 하며 의문을 제기했지만 나중에는 여기 물건이 최고라며 구매하는 경우도 있단다. 모두가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 것을 잘 알지만 대화란 것은 즉흥적인 요소가 많다보니 바로 눈에 보이는 반응을 쫓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그리고 굉장히 기본적인 대화기법이지만 책에서 읽고 실제로 사용까지 해보게 만든 것이 있었는데 바로 '앵무새 대화법'. 무언가에 대해 대화중에 구미를 당기는 것이 있거나 호기심이 동하면 자세히 물어보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다. 만약 "제 딸이 요번에 대학에 들어갔어요"라고 말한다면 "따님이요?" "대학이요?" 이런식으로 상대의 대화에 등장하는 단어나 문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다. 설명을 보면 정말 별 것 아니지만 대화가 끊겼을 때의 곤혹스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십분 될 것이다. 생산적인 질문을 통해서 대화를 유익하게 전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쉽게 해소시켜 줄 수 있으니 대화가 서툰 사람에겐 굉장히 알토란 같은 비법이다. 특히 어려운 상대를 놓고 엉뚱한 질문을 하면 분위기가 급냉각 될 수도 있지만 앵무새원리를 이용하면 상대의 관심사에서 벗어나지 않는 부분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책의 파트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

 

FOCUS DEBATE 한국형 디베이트 - 박성후, 최봉희

http://blog.naver.com/lawnrule/120192669474

 

 

하단은 이전에 서평한 대화에 관한 책들.

 

리슨 - 버나드 페라리

http://blog.naver.com/lawnrule/120174571359

 

메라비언 법칙 - 허은아

http://blog.naver.com/lawnrule/120166172116

 

권력의 언어 - 마티아스 뇔케

http://blog.naver.com/lawnrule/120178628361

 

 

 저자는 말을 배우는데는 3년이 걸렸지만 말을 듣는 것을 배우는 데는 20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특히 진심을 담은 마음가짐이 듣기의 가장 핵심이라 생각하는 글쓴이의 이야기는 내가 항상 마음에 담아두는 인드라 누이가 말하는 경청의 비법을 떠올리게 했다. 편견 없이 누군가가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는 소박한 암시가 우리의 귀를 열리게 하는 것이다. 듣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상대를 이해하는 법에 대해 풀어가는 책이다. 어렵지 않고 실생활에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중요한 부분은 옅은 청록색의 큰 폰트로 표시되어 있어서 나중에 다시 훑어 보기도 편하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교양서로  낯선이와 대화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인드라 누이의 경청.

http://blog.naver.com/lawnrule/120175828918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 올리버 웬델 홈즈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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