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 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의 맨 얼굴
엄기호 지음 / 낮은산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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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와 [뉴라이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이 언제였을까.

일년 남짓 들어온 이 단어가 지겹도록 친숙해져버렸다.

학교는 뉴라이트 계열이 되었다고 말한다.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등록금투쟁에 참여하는 학생이 줄고 학생회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은 느꼈다. 나 역시 학생회는 아니었으므로 그냥 그런 이야기가 술자리 안주였을 뿐이다.

주변친구들 중에는 소수의 잘나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많은수가 취업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도 인턴이나 계약직이다. 인턴제나 계약직이 미래로 가는 어쩔 수 없는 변화라고 하지만 막상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를 봤을 때는 서글퍼진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우리가 이런 대접 밖에 받을 수 없는 존재인가 삶 자체에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누가 내게 [신자유주의]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몇 개의 단어를 열거할 수 있을까. 모안티카페에서 활동할때 나는 덮어두고 욕하고 싶지 않아 책을 몇 권 찾아읽고 모임에 가봤다. 가슴이 뜨거워졌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냥 인식하고 있는 것도 힘이다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나는 지금도 실천적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우선 내코가 석자다. 그렇지만 현실을 알고 누군가의 질문에 답이라도, 작은 도움이라도 되야겠다 싶어 오늘도 책을 읽는다.

 

엄기호의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의 제목은 극단적이었다. 이것은 다시보면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고, 나 역시 누구를 돌 볼 형편이 못되며, 누구도 내게 기대할 수 없고 나 역시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말한다.

 

제목을 풀어쓰니 더 복잡한 이야기가 되버렸다. 하지만 내용은 명쾌하고 어렵지 않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눈치를 보고 발버둥치며 살아야한다. 우리는 자신의 장단점을 인지하기 전에 우리집의 형편부터 인지하게 된다. 친구와 우리집의 평수가 다르고 사는 동네가 다르면 위화감을 느낀다. 개천에서 용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그럭저럭 공부를 했고 그저 소시민인 부모님은 우리자식들은 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대학 뒷바라지를 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최고의 명문대에는 가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등급이 맥여진다. 전체 수험생의 4%에 들어가지 못하면 우리는 밀려나고 삼류대생, 혹은 지방대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대학의 낭만은 사라진지 오래다. 편입을 준비하고 고시를 준비하고 토익을 준비하며 계속 시험에 쫓긴다. 하지만 시험은 녹녹하지 않고, 좀 더 나은 대학에 편입을 성공하고 좀 더 나은 토익점수를 받는다고 해서 비정규직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으르거나 혹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만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다. 누구나 망할 수 있는 사회. 누구든 탈락해버리는 사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런 오금저린 세상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되짚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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