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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아이
줄리 그레고리 지음, 김희정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읽어나가기 힘든 책이다.
책의 내용이 줄리 그레고리의 실제 이야기라는 것이 더욱 이 책을 읽기 힘들게 만든다.
병든 아이로 태어난 줄리, 20여년을 아픈 아이로 학대 받은 소녀. 그리고 중간중간 첨부된 의사의 소견서, 모든 것이 소름끼쳤다. 20여 페이지를 읽으면 속이 울렁거렸다.
한 여성의 불우한 과거가 그녀를 괴물로 만들었고 그녀가 자신의 자식들을 학대하게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괴물이 된 여자의 딸, 줄리의 이야기다.
아프기 우해 성냥의 황을 먹고 잘나오는 오줌이 안나온다며 요도에 요오드용액을 집어넣고, 조그마한 몸을 벗기고 털을 밀고 째고 가르는 시간들. 그 속에서 줄리는 고독했다.
아빠는 방관자였다. 그저 카우치 포테이토였다. 엄마가 거짓으로 줄리를 병원에 집어넣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지만 시끄러운 게 싫어서, 아내의 히스테릭한 정신병이 두려워 피하기만 한다. 아빠 역시 이전에 정신병 경력을 가진바 있다. 아빠는 딸의 불행을 보며 그저 딸아이를 차 뒤에 태우고 잠시의 순간을 모면하려고만 한다.
어린 소녀는 힘들지만 엄마를 미워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엄마의 병이 자신을 넘어, 자신의 동생 댄을 망치고, 위탁노인을 학대하고, 또 다른 어린 아이들을 향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다.
MBP라는 낯선 정신병명, 그리고 MBP환자의 자식 25%가 유년기에 숨진다는 경악할 만한 수치,
우리나라 역시 MBP환자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가정폭력까지 집안일로 치부해버리는 사회 풍조 속이라면 고통받고 결국에 사망에 이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내가 감명깊게 읽은 홍당무의 어머니도 일종의 MBP가 아니었을까.
이런 책, 정말 힘들다. 그런 내용이 힘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힘들다. 그래도 병증을 알고 주변에 이런 상황이 일어났을 때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라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