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연민하는 것은, 자신에게로 향하는 연민을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그러나 교활한 수단이라는 걸 당신을 알고 있었다. 예컨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타인을 동정한다. 당신이 애처로워지지 않기 위해 누군가가 애처로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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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축소하려는 사람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우선순위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일은 동물 문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일어난다. (p.50)

어떤 자연사는 가장 비참한 죽음이라는 것을, 어떤 안락사는 고통사라는 말과 동의어라는 것을, 어떤 입양은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라는 것을, 언어들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 대신 저 언어들은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고통을 은폐한다. 그래서 모든 보호소가 인도적인 장소라고, 모든 유기동물이 마지막 순간만큼은 편안하다고 믿게 만든다. 언어와 현실이 동떨어져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언어? 아니면 현실? (p.144)

(...) 그래서 농장동물이 당하는 가학 행위에는 침묵하는 반면 개식용에 반대하는 사람은 위선자라고 비난한다.
어차피 우리의 일상이 동물의 고통을 전제한다면 고통받는 동물의 종 따위는 상관없다는 사고방식이다. 무엇보다 동물과 관련해 완벽한 실천주의가 되지 못할 바에는 실천주의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편이 차라리 일관성 있다는 입장이다.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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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진수는 사회복지 정책과 소외 계층에 관심이 많았고 비정규직이 당하는 차별에 대해서도 소리 높여 비판했다. 그렇지만 소정의 삶에 겹겹이 드리워진 가난 앞에서는 자주 당황하고 의아해했다. (...) 그 애에게 가난은 정형화된 개념이라 개별적이고 다양한 궁핍은 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난해한 문제와 같았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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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는 서로를 통해 삶의 여러 이면들을 배웠다. 이를테면 재희는 나를 통해서 게이로 사는 건 때론 참 좆같다는 것을 배웠고, 나는 재희를 통해 여자로 사는 것도 만만찮게 거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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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아이는 한 번도 생각지 않은 ‘삶‘이라는 현실이 있고, 그가 한 번도 생각지 않은 ‘삶의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가 손에 쥐고 장난치곤 했던 많은 사물들이 어떤 고유의 가치, 특별한 의미를 지녔음을 느끼게 되었다. 한 시간 전에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제 수천의 비밀들과 의문들을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나쳐 보냈음을 느꼈다. 그리고 빈약한 지혜가 삶의 첫 번째 단계에서 비틀거리며 세상에 다가가고 있음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점점 더 그는 용기를 잃었고, 더욱더 불확실해진 작은 보폭으로 역으로 걸어갔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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