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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경리 작가님의 고등학교 후배인 성지혜 작가님의 소설집. 가장 처음에 실린 《나를 이겨라》는 박경리 작가님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써 내려간 글처럼 보인다. 교통사고 위자료로 아들을 대학에 보낸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신의 손》, 그리고 실제 하는 오리 문화제의 주인공에 대해서 쓴 《청백리의 숨결》,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짧은 이야기 《그대와 나, 어디서 별이 되어 만나리》 등 총 8편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소설로 알고 책을 읽기 시작하다 보니, 중간에 몇 번씩 혼돈이 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이겨라》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로 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한 번 들었고. (자전적인 소설로 봐야 하나?) 《청백리의 숨결》도 오리 이원익의 청렴한 모습을 잘 고증했으며 서사화에 성공했다, 고 작품 해설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류담은 종손, 종부와 대담도 하고, 학생들과 질의응답시간도 갖긴 하지만, 저혈당으로 연인이 '숨진' 이야기나 사제지간인 안현철 박사와의 대화가 오리 이원익 선생에 대한 이야기와의 연관점을 못 찾아서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묘사나 대사 같은 것들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요 앙팡진 것', '인친 남자들', '또래 중에서 유일한 여친이 화답했습니다.' 이런 표현들이나, 중고등학생의 대사인데 다소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은 어휘를 구사한다던가, 스마트폰을 쓰는 30대 남녀니까... 최소한 10년 이내의 이야기일 텐데, 대화가 요즘 젊은이들 같지는 않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단어들을 찾아보느라 중간중간에 흐름을 끊을 때가 많았다.
《결을 향한 단상》 같은 경우는, 첫날밤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한 남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부분이 쏙 빠졌다가 마지막에 등장하기도 하고. 시간이 예고 없이 널뛰기할 때가 있어서 그 흐름을 잘 캐치하지 못하면, 어느새 이야기에서 이탈되어 버리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소설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차가 있고, 취향 또한 사람의 성향을 타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소설이었겠지만, 나에게는 근래 들어 가장 읽기 힘든 소설이었다고 해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