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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에게 (청소년판) - 숨이 막힐 때 주문처럼 ㅣ 특서 청소년문학 4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5월
평점 :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선영 작가의 장편소설 『내일은 내일에게』가 개정증보판으로 내게 왔다.
책을 읽는 내내 왠지 영화 <기생충>이 겹쳐 보였다. 신도시나 새 아파트가 생기고 나면 으레 자신들이 최고인 줄 착각하고, '다름'의 기준을 경제적 부로 나누며 아파트 단지 내의 지름길조차 이웃에게 허락하지 않는 삭막한 현실. 이러한 차별과 배제의 구조는 2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은 채 오히려 공고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자, "경제적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면 인성이나 생각도 부족할 것"이라는 비뚤어진 편견에서 비롯된 슬픈 자화상이다.
며칠 전, 한 중학생이 아파트 경비원분들의 90도 인사에 대해 쓴 글을 보았다. "갑질과 횡포에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존중받으려면 먼저 함께 존중해야 한다"라던 그 아이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갑질은 뿌리가 깊다. 겨울철 눈이 쌓이면 입주민들이 함께 치워야 마땅함에도 당연하듯 경비원분들에게 미루는 문화 속에서, 과연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처를 받으며 자랄지 걱정이 앞선다.
저지대에 사는 아이들의 삶은 무조건 불행해야만 하는가? 삶이 고달프더라도 인간으로서의 행복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기본권마저 박탈당한 채 학대로 이어지는 아이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아이들, 기후 위기와 식량 부족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이분법적 현실 속에서 "살고 싶어도 누릴 수 없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딜레마에 빠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머릿속에서 되돌이 표처럼 맴돌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조건 슬프려고 태어난 이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가족과 함께하며 행복할 권리가 있고, 간절히 살고 싶어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열일곱 연두의 일상 역시 마냥 흩뿌려진 듯 열려 있고 어디 편한 구석이 없다. 태어나 보니 출발선부터 다른 불공정한 게임 속에서 간당거리는 날줄 하나 붙잡고 씨줄을 엮어가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도 연두는 날마다 간절히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연두를 보며 어쩌면 엄살을 부리며 살아왔을지도 모를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연두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작가의 시선이 너무나 단단해 외려 오기가 생겼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올렸던 어설픈 위로나 다독거림을 작가는 냉정하게 거절한다. 어차피 감당해야 할 제 몫의 삶이라면 혼자서 오롯이, 옹골차게 겪고 견디며 밀고 나가야 한다는 뚝심이 빛난다.
다행히도 작가는 연두의 마음에 결 고운 사랑을 심어두었다. 재개발에서 비켜난 저지대 동네, 상처투성이인 연두의 삶에 스며든 공간 ‘카페 이상’. 그곳에서 연두는 저마다의 결핍과 상처를 지닌 유겸, 마농, 이규, 그리고 주인아저씨를 만나며 연대하고 성장한다.
이 책은 답답한 환경 속에서도 살고자 발버둥 치는 아이들과 저마다의 아픔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다. 입양이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라는 환경에서 존재 자체를 거부당했다고 절망할 것인가, 혹은 그럼에도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믿을 것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삶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성장해 나가는 우리들의 관계다.
위로받고 싶은 십 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삶의 진짜 의미와 관계 회복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섣부른 동정 대신 "괜찮아,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내일의 나에게 맡겨 두자"라는 조용한 지지를 보낸다. 따스한 이웃의 관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면서도, '오늘을 살아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용기 있다'는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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