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 (초판 한정 양장) ㅣ 특서 청소년문학 48
뤼도비크 르콩트 지음, 장소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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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방'에 갇힌 이들의 숨 가쁜 고백과 공감의 부재에 대하여


​뤼도비크 르콩트의 소설 『나만의 방』은 어느 날 갑자기 현관문 앞에서 몸이 굳어버린 열여섯 소년의 이야기다. '캐빈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극심한 공포와 은둔의 시간은 187일간 이어진다. 소설은 소년이 다시 세상 밖 모퉁이까지 걸어가기 위해 대치하는 단 두 시간의 타임라인을 다루지만,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는 소년의 방 안이 결코 타인의 공간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지독한 공황과 불안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소년이 마주한 현관문이 얼마나 거대하고 두려운 벽이었을지 온몸으로 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공황장애는 소리 없이 찾아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호흡이 가빠지고 숨쉬기가 어려워지며, 실제로 사람과 마주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공포로 다가온다. 집 밖을 나가는 것조차 목숨을 건 도전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멈추지 않으며, 누군가는 지켜야 할 아이가 있기에 그 찢어지는 불안을 집어삼키고 강제로 문밖을 나서야만 한다. 소설 속 소년이 겪은 187일의 고요한 침묵과 회복의 시간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은둔자들이 매일 아침 치러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전쟁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이 현상을 들여다보면 더욱 전말이 명확해진다. 집 안에 머무는 이들을 향해 사회는 쉽게 손가락질하며 "왜 나약하게 숨어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방 안으로 밀어 넣은 것은 타인의 무책임과 사회적 공감의 부재다.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와 피해를 주고도 사과 대신 "네가 예민한 탓"이라며 피해자에게서 문제점을 찾으려는 적반하장의 태도, 되려 당당하게 소리를 지르며 가해자가 피해자 가면을 쓰는 방어기제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목격되는 폭력이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왜곡된 상황 속에서, 인간은 극도의 고립감과 공포를 느낀다. 심장은 급하게 뛰고 맥박이 요동치며 주변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즉 숨 조차 쉬기 힘든 공황의 순간은 바로 '어디에서도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

청소년들의 은둔 역시 이와 결코 다르지 않다. 미성숙한 관계 속에서, 혹은 학교와 가정이라는 폐쇄적인 사회 안에서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를 마주했을 때 그들은 숨을 쉬기 위해 방문을 닫는다. 캐빈증후군은 단순히 개인의 유약함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개인의 처지를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고착화된다. 온전한 위로와 위안이 전무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택한 유일한 방어선이 바로 '나만의 방'인 것이다.

그렇기에 소설 속 소년이 187일 만에 마침내 스스로 자신을 가둔 이유를 알아차리고 다시 문 앞에 설 수 있었던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년을 구원한 것은 대단한 사회적 제도나 다그침이 아니었다.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 준 의사의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보듬어 준 가족과 친구 마농의 '다정한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청소년의 성장 소설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입증하라 다그치고 가해자가 뵤족하게 고개를 드는 비정한 사회를 향한 묵직한 고발장이다. 상처받은 이들의 숨 가쁜 맥박을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그들의 처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곁을 지켜주는 단 한 사람의 다정한 온기뿐이다. 지금도 문턱 앞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을 이 땅의 수많은 소년과 은둔자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방문을 두드리는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신간평가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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