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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ㅣ 특서 어린이문학 19
황지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6월
평점 :
학교 현장의 날카로운 현실을 마주할 때, 어른이자 부모로서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얼마 전 웹툰 원작 드라마 <참교육>이 보여준 학교 폭력의 극단적인 현실, 몇 년 전 서초동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인천 특수교사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뉴스에서 연일 도배되는 ‘악성 민원’과 ‘교권 추락’의 기사를 읽다 보면 과연 교권 침해의 선은 어디까지인지, 교사는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동시에 부모의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늘 궁금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기지만, 부모가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깊은 갈등도 존재한다.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그 한계를 판단하기는 참으로 애매하다. 아이가 스스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지 않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주변 어른들은 깨닫지 못한다.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그 한계를 판단하기는 참으로 애매하다. 아이가 스스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지 않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주변 어른들은 깨닫지 못한다.
특히 상대의 요구에 길들여진 아이, 혹은 이에 맞서지 않고 순응하는 순한 성향의 아이일수록 피해의 깊이는 가려지기 십상이다. 주변 아이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선뜻 돕지 못하고 침묵하곤 한다.
황지영 작가의 신작 동화[요주의 인물]은 바로 이러한 오늘날의 학교 현실과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 속 주인공 이찬이의 부모는 과거 어떠한 계기로 인해 미안함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 때문에 아이의 학교생활에 지나칠 정도로 개입하고 잦은 민원과 학교폭력 신고를 남발한다.
현사회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는 부모의 행동은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이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주장'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명백한 '과잉보호'다. 아이가 책임지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까지 부모가 침범했을 때, 그 선의는 오히려 이찬이에게 '건드려서는 안 될 위험한 아이'이자 '요주의 인물'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아이들은 학폭 신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찬이를 무시하고, '배려'라는 이름 아래 철저히 거리를 둔다. 이찬이는 어느 순간 교실에서 투명 인간이 되었다가도 건드리면 터지는 지뢰가 되어버린다. 교실 속 낙인과 소문, 그리고 아이들의 자발적 방관이 한 아이를 어떻게 고립시키는지 책은 서늘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작품은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비판하거나 현실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인물 정후는 의도치 않게 이찬이에게 상처를 주지만,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깨닫고 점차 이찬이의 진심에 다가간다.
오래된 구교사의 비밀 공간 ‘움푹’에서 두 아이는 상처를 공유하고 마음을 연다. 자식의 보호막을 자처하던 부모에게 이찬이가 "날 위한다고 하는 일들이 정말 날 위한 일인지 생각해 주세요"라고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어른들 역시 비로소 깨닫고 한 걸음 물러선다.
아이들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번민하고 사과하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타인에 대한 작은 관심과 진실을 바라보는 용기가 아이들을 성숙하게 만든 것이다.
이 책이 도착하자마자 초등학생인 내 아이는 눈을 떼지 못하고 매일 학교에 가져가며 빠져들어 읽었다. 아이가 왜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이 책에 몰입했는지 완독 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실제로 느끼는 친구 관계의 고민, 고학년 특유의 미묘한 심리전, 그리고 늘 멀게만 느껴졌던 선생님의 입장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인 고민을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어린이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이다 같은 공감과 스스로 관계를 풀어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위한 자식 사랑이 혹여 아이의 성장을 막는 과잉보호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독이 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선생님과 학교의 입장에서는 민원과 소문으로 지친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이 자율성을 찾고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한다.
뉴스나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학교폭력과 교권 문제는 늘 날 선 공방전이나 극단적인 비극으로 끝나곤 한다. 하지만 『요주의 인물』은 단순한 현실 고발을 넘어, 서로를 수용하고 원만한 해결점을 찾아가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로의 ‘움푹’ 들어간 상처를 다독이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가슴 뭉클한 희망을 전한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 자녀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고뇌하는 부모들, 그리고 교실의 평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요주의 인물'일 수 있지만, 동시에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웃'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아주 다정하게 일깨워준다.
*이 책은 신간평가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정리하여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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