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낀 시금치 ㅣ 씽씽 어린이 4
강정연 지음, 차야다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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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전후의 아이들은 보호자의 품을 벗어나 ‘스스로 해내는 삶’을 시작한다. 도서 『이에 낀 시금치』는 일상의 작은 습관부터 애착 물건과의 이별까지, 아이들이 홀로서기 과정에서 겪는 낯선 고민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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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낀 시금치〉는 친구의 앞니에 낀 시금치를 발견한 초록이의 고민으로 시작된다. 친구에게 괜한 창피를 줄까 봐 망설이다 용기를 내고, 서로의 이를 보며 깔깔 웃어넘기는 모습은 참 사랑스럽다. 특히 친구가 당황하지 않도록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배려심은 인상깊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때 세상이 얼마나 유쾌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단추〉는 작아진 조끼를 내려놓는 포도의 이야기로 애착 물건과의 헤어짐은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마지막 단추가 떨어진 순간 포도가 느낀 시원한 홀가분함은 성장이 슬픔이 아닌 자연스러운 전진임을 일깨워 준다.가르치려 하지 않고 공감과 웃음으로 변화를 보여주며 독립을 시작하는 아이의 따뜻한 용기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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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거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도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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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필사 노트
박경리 지음, 유선경 엮음 / 다산초당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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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토지』는 한국문학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20권이라는 엄청난 양 때문에 끝까지 읽기 참 힘든 책이다. 유선경 작가가 엮은 『토지 필사 노트』는 이렇게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던 우리에게 박경리 선생의 문장을 아주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이 가슴을 묵직하게 울리는 이유는 작가 박경리의 삶이 문장 속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박경리 선생은 남편과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고,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옥에 갇혔을 때는 어린 손자를 포대기로 업고 글을 썼다고 한다. 암 수술을 받는 몸으로, 시시대의 감시와 서러운 따돌림 속에서도 원고지를 채워나갔다. 600명이 넘는 수많은 인물 하나하나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 스스로가 인생의 가장 슬픈 순간들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인간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필사집은 『토지』를 다 읽지 않은 사람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147개의 인생 문장을 골라 담겨있다. 복잡한 줄거리나 상황 설명은 빼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 '사랑', '감정' 같은 주제로 나누어 놓았다.

어려운 고전을 공부하는 느낌이 아니라, 오늘 나에게 찾아온 문장을 다정하게 마주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삶 자체가 존재하며 그것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아름다웠다" 같은 문장을 손으로 한 자 한 자 따라 적다 보면, 마음속에 맴돌던 답답한 감정들이 정리되고 따뜻한 위로를 얻게 된다. 눈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글과 달리, 직접 펜을 들고 써 내려가는 시간은 박경리 선생이 겪어낸 삶의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책은 필사하기 좋게 실제본으로 되어 있어서 좌악 잘 펼쳐진다. 꼼꼼하게 잘 만들어진 책이라 더욱 만족한다.

『토지』라는 거대한 산이 너무 높게만 느껴졌는데 이 필사집으로 쉽게 읽어 나갈 수 있어서 거부감이 덜하다. 거창한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부담감은 내려놓고, 하루에 딱 한 문장씩 손으로 따라 쓰며 지친 마음에 쉼표를 찍어주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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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토지 #박경리탄생100주년 #유선경 #토지필사노트 #다산북스 #문화충전 #문충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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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 -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권민창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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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 -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권민창 지음 | 모티브


《반골》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한 생존 전략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직업군인으로 10년을 보낸 뒤 출판사 대표가 되고, 나아가 일본 시장에 직접 출판사를 설립하기까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어릴 적부터 “평범하게 살아라”,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말을 들으며 남들과 융화되려 애썼던 그는,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길들여진 삶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월급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완벽을 기다리는 습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태도는 결국 평범한 삶으로 이끈다고 단호히 주장한다. 오직 행동과 실행만이 인생을 바꾼다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반골의 기질을 8개의 ‘BONES’로 구조화한 점이다.  

생존 DNA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 실전형 사고방식, 고독을 견디는 힘, 무식할 정도의 실행력, 불완전한 시작,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 흔들리지 않는 멘탈,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공 시스템까지. 단순한 동기부여를 넘어 하나의 성장 로드맵으로 제시한다.


저자의 문체는 덤덤하다. 과장된 성공담이나 화려한 수사 대신, 자신이 걸었던 길과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차분히 풀어낸다. 그래서 더 신뢰가 간다. “압도적인 삶을 바라는 독자라면, 타인의 시선과 걱정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기고 자신을 믿으며 나아가라”는 조언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고 싶은 분.  언젠가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만 반복하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분.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분. 


이들에게 《반골》은 익숙한 상식을 깨뜨리고 새로운 행동의 기준을 제시하는 강렬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혹은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분들에게 권한다.


#권민창 #모티브 #반골 #세상을등지고살아가는사람들 #에세이 #자기개발 #문화충전 #문화충전서평단 #서평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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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ㅣ 특서 어린이문학 19
황지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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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의 날카로운 현실을 마주할 때, 어른이자 부모로서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얼마 전 웹툰 원작 드라마 <참교육>이 보여준 학교 폭력의 극단적인 현실, 몇 년 전 서초동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인천 특수교사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뉴스에서 연일 도배되는 ‘악성 민원’과 ‘교권 추락’의 기사를 읽다 보면 과연 교권 침해의 선은 어디까지인지, 교사는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동시에 부모의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늘 궁금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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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기지만, 부모가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깊은 갈등도 존재한다.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그 한계를 판단하기는 참으로 애매하다. 아이가 스스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지 않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주변 어른들은 깨닫지 못한다.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그 한계를 판단하기는 참으로 애매하다. 아이가 스스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지 않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주변 어른들은 깨닫지 못한다. 

특히 상대의 요구에 길들여진 아이, 혹은 이에 맞서지 않고 순응하는 순한 성향의 아이일수록 피해의 깊이는 가려지기 십상이다. 주변 아이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선뜻 돕지 못하고 침묵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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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작가의 신작 동화[요주의 인물]은 바로 이러한 오늘날의 학교 현실과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 속 주인공 이찬이의 부모는 과거 어떠한 계기로 인해 미안함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 때문에 아이의 학교생활에 지나칠 정도로 개입하고 잦은 민원과 학교폭력 신고를 남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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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회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는 부모의 행동은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이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주장'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명백한 '과잉보호'다. 아이가 책임지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까지 부모가 침범했을 때, 그 선의는 오히려 이찬이에게 '건드려서는 안 될 위험한 아이'이자 '요주의 인물'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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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학폭 신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찬이를 무시하고, '배려'라는 이름 아래 철저히 거리를 둔다. 이찬이는 어느 순간 교실에서 투명 인간이 되었다가도 건드리면 터지는 지뢰가 되어버린다. 교실 속 낙인과 소문, 그리고 아이들의 자발적 방관이 한 아이를 어떻게 고립시키는지 책은 서늘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작품은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비판하거나 현실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인물 정후는 의도치 않게 이찬이에게 상처를 주지만,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깨닫고 점차 이찬이의 진심에 다가간다.

오래된 구교사의 비밀 공간 ‘움푹’에서 두 아이는 상처를 공유하고 마음을 연다. 자식의 보호막을 자처하던 부모에게 이찬이가 "날 위한다고 하는 일들이 정말 날 위한 일인지 생각해 주세요"라고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어른들 역시 비로소 깨닫고 한 걸음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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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번민하고 사과하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타인에 대한 작은 관심과 진실을 바라보는 용기가 아이들을 성숙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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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도착하자마자 초등학생인 내 아이는 눈을 떼지 못하고 매일 학교에 가져가며 빠져들어 읽었다. 아이가 왜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이 책에 몰입했는지 완독 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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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실제로 느끼는 친구 관계의 고민, 고학년 특유의 미묘한 심리전, 그리고 늘 멀게만 느껴졌던 선생님의 입장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인 고민을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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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이다 같은 공감과 스스로 관계를 풀어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위한 자식 사랑이 혹여 아이의 성장을 막는 과잉보호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독이 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선생님과 학교의 입장에서는 민원과 소문으로 지친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이 자율성을 찾고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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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나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학교폭력과 교권 문제는 늘 날 선 공방전이나 극단적인 비극으로 끝나곤 한다. 하지만 『요주의 인물』은 단순한 현실 고발을 넘어, 서로를 수용하고 원만한 해결점을 찾아가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로의 ‘움푹’ 들어간 상처를 다독이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가슴 뭉클한 희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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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 자녀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고뇌하는 부모들, 그리고 교실의 평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요주의 인물'일 수 있지만, 동시에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웃'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아주 다정하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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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간평가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정리하여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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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노화 - 이시형의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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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의 현역이 던지는 묵직한 일갈

 "우린 정말 잘 살아야 돼"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아흔세 살 노병들의 모임 풍경은 서글프면서도 경이롭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통과해 낸 이들이 백발이 성성하여 마주 앉아 던진 한마디, "남은 인생만큼은 정말 잘 살아야겠네"라는 말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무거운 화두다.

 우리는 흔히 100세 시대를 축복이라 말하지만, 정작 그 길어진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른 채 당황하곤 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던" 세대에게, 93세의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오래 사는 것(長壽)과 행복하게 늙는 것(웰에이징)의 엄연한 차이를 선언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은 단순한 노년의 건강 관리 실용서를 넘어, 삶의 마지막 장을 어떻게 '인생의 완성기'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격조 높은 처방전이다.


과학이 증명한 희, 유전자는 설계도가 아닌 미완의 원고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설득력은 노년의 지혜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뇌과학과 의학적 데이터로 명쾌하게 입증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세로토닌을 비롯한 뇌과학 중심의 이론을 바탕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자가포식(Autophagy), 인슐린 저항성 등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시각화하여 제시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시점은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도입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결과가 밝혀냈듯, 유전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은 고작 30%에 불과하다.


"유전자는 확정된 설계도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완성되는 미완의 원고와 같다."

출처 입력

이 문장은 나이 듦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체념하던 이들에게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사한다. 25세부터 정보 처리 속도 같은 ‘유동성 지능’은 줄어들지 몰라도, 축적된 경험과 통찰력으로 작동하는 ‘결정성 지능’과 감성 지능(EQ)은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발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결국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저속노화’의 핵심 키는 매일 먹는 음식, 행동, 말,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일상의 습관에 달려있다.


우리는 진정 '행복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저자는 헬렌 켈러의 일화를 통해 "행복은 결국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매일 변하는 자연의 사소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행복은 곁에 있어도 내 것이 되지 못한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논제와 마주하게 된다. ‘현대 사회의 노인 소외와 우울은 단순히 경제적·육체적 빈곤 때문인가, 아니면 행복을 느끼고 삶을 주도하는 정신적 근육(에이징 파워)의 부재 때문인가?’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일수록 은퇴 후 자신의 사회적 역할이 사라졌을 때 급격한 상실감을 겪는다. 저자는 노년을 ‘상실과 쇠퇴’의 시기가 아닌 ‘성숙과 완성’의 단계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젊음을 억지로 붙잡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은 추하게 늙어가지만, 다가올 시간을 경건하게 준비하고 초월적 태도를 지닌 사람은 영적인 단단함을 얻는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의지는 바로 이러한 내면의 평온에서 비롯된다.


지금 나의 위치에서 삶을 재설계하기

책을 덮으며 시선은 자연스럽게 내 주변의 아직은 노년이라 하기엔 젊은 어른들, 그리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로 향한다. '노년 준비'라는 단어를 먼 미래의 은퇴 자금 마련 정도로만 치부했던 나의 안일함이 부끄러워졌다. 이 책은 노년이라는 특정 시기만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오히려 삶 전체의 지도를 펼쳐놓고 나의 태도와 행동, 언어 습관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생의 전반에 걸친 재설계도'에 가깝다.


 지는 해가 아름다운 이유는 세상의 모든 것을 따스하게 품어 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당부는 긴 여운을 남긴다. 해박한 과학적 지식과 93년이라는 삶의 궤적이 만들어낸 생생한 사례들은 백세시대라는 망망대해를 걷는 우리에게 따뜻하고도 명확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품격 있게 나이 든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해 준 이 뜻깊은 책을 접할 기회를 준 '특별한 서재'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 특별한 서재 신간평가단13기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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