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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 거야 - 대한민국 청소년이 승리한 아시아 최초 기후 헌법 소원
이병주 지음, 안난초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5월
평점 :
『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거야』 서평
아시아 최초 기후 소송 승리, 그 감동적인 이야기
2024년 8월, 세상을 뒤흔든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 헌법 소원에서 '헌법 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아시아 최초로 기후 소송에서 승리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툰베리보다 먼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았던 한국의 청소년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들과 임신 중인 엄마들까지 함께한 이들의 용기 있는 도전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무력감을 행동으로
'기후 위기'라는 말만 들어도 답답하고 우울해진다. 굴뚝의 연기는 여전히 피어오르고 쓰레기 산은 높아만 가는 현실 앞에서 "우리 힘으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특히 미래에 기후 파국의 결과를 더 오래, 더 심각하게 겪어야 할 청소년들의 한숨은 더욱 깊다.
『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거야』는 바로 이런 절망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선택한 청소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력감 대신 행동으로 실제로 세상을 바꾼 또래들의 모험담이다. 저자는 "기후 위기가 악화되는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의 대응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고 말하며, 그 속도 차이를 줄이기 위한 실천으로 기후 소송을 제시한다.
법정에서 펜으로, 변호사의 특별한 선택
이 책의 저자는 기후 소송의 시작부터 판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 변호사다. 헌법 소원 통과라는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직 많은 아이들이 이 소중한 승리를 모르고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법정에서 싸우던 변호사가 이번에는 책으로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다가가기로 한 것이다.
매주 100쪽이 넘는 문서를 작성하고 5천 명이 넘는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며 쌓아 올린 치열한 노력, 헌법 재판소 공개 변론에서 울려 퍼진 청구인들의 당당한 목소리, 그리고 판결 후 잔치국수를 나누며 함께 기뻐했던 순간까지. 소송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땀과 눈물 어린 시간들이 책 곳곳에 진하게 담겨 있다.
롤플레잉 게임처럼 읽는 기후 소송 모험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접근성이다. 롤플레잉 게임 설정으로 시작하는 만화와 함께 구성되어 있어, 마치 직접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기후 소송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법과 기후 문제를 쉽고 친절한 설명으로 풀어내어, 어린 아이부터 청소년까지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눈에 쏙 들어오는 편집과 다양한 구성 덕분에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어, 진정한 의미에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헌법의 관점에서 바라본 기후 위기
이 책은 헌법의 관점에서 기후 위기라는 문제를 바라본다. 헌법 전문에 담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것'이라는 다짐에서 출발해, 기후 위기라는 현실과 우리의 기본권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 나간다.
"국가는 기후 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 당당한 외침이 어떻게 헌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는지, 우리 삶을 지키는 힘이 어떻게 헌법으로 만들어진 기후 인권 선언서가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막연한 두려움에 머무는 대신 헌법이라는 기준으로 기후 위기를 새롭게 인식하고, 해결의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모두를 위한 기후 행동 안내서
이 책은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기후 위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두루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청소년에게는 또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회 참여 에세이이자 실천 사례집으로, 교사에게는 교과 연계와 융합형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 시민 단체 활동가에게는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캠페인 도구로, 그리고 무력감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기후 우울을 이겨 내는 따뜻한 처방전으로 다가간다.
청소년 청구인과 변호사의 감동적인 에피소드부터, 법과 기후에 대한 지식과 토론 질문을 담은 '딱따구리 노트', 기후 소송의 과정을 사진과 함께 정리한 '타임라인'까지 책 곳곳에 흥미롭고 유익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책 마지막에는 헌법 재판소의 선고 낭독문까지 수록해, 독자들이 역사적인 판결의 순간을 직접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현실적 진단과 희망의 메시지
책은 성과에 도취되지 않고 냉정한 현실 진단을 제시한다. 헌법 소원에서 승리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유럽 국가들에 비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및 개선의 필요성, 정책 변화의 시급성 등을 구체적으로 짚어내면서도, 이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후 위기 앞에서 낙담하고 포기하기보다, 함께 손을 맞잡고 '행복할 권리,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힘차게 외치자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 함께 기후 행동을 즐겁게 이어 가자는 것이다.
선택의 순간, 희망의 손길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읽고, 마음에 새기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진다. 기후 위기의 시대, 포기와 체념에 주저앉을 것인지, 아니면 한 걸음 내디뎌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이 될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이 책은 그 선택의 순간, 주저하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민다.
실제로 세상을 바꾼 또래들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는 멀리 있지 않으며 용기와 연대의 힘으로 위기를 이겨 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기후 소송을 다룬 최초의 책, 『우리는 기후 위기를 끝낼거야』를 통해 지금 여기서 놀라운 기후 행동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승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래의 기후 위기 해결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우리에게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런 책이 있다면 그 길이 조금 더 밝아 보인다. 가족 모두가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도서로 적극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