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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김수영·신동엽 - 문학이라는 사상과 시적 창조 ㅣ 창비 한국사상선 29
임화.김수영.신동엽 지음, 황정아 엮음 / 창비 / 2026년 9월
평점 :
《임화·김수영·신동엽 - 문학이라는 사상과 시적 창조》(황정아 편저, 창비, 2026)는 창비 한국사상선의 제29권으로, 한국의 사상과 문학, 그리고 시적 창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 황정아 교수의 해설 「사상의 리얼리즘, 개벽의 문학」으로 시작된다. 임화가 '프로문학'을 대표한다면, 김수영과 신동엽은 '참여문학'과 연결하여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문학사적 분류에 머무르지 않고 세 문인의 사상과 문학적 실천을 함께 살펴본다. 편저자는 "식민지, 전쟁, 분단, 독재에 이르는 역사적 고비를 거치는 동안 임화, 김수영, 신동엽이 현실과 사유가 치열하게 교섭하는 리얼리즘적 실천을 통해 어떤 '보편적 비전'을 지향하고 또 개시했는가 하는 질문을 품고 이들의 저작을 읽을 필요가 있다"(16쪽)고 말한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임화는 "생활하는 것처럼 문학을 하는 작가의 태도야말로 위대한 작품 창조의 기초였을 것이다. 사실 어느 시대나 진지한 작가에게 있어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산다는 것 그 자체였다고 말할 수가 있다"(46쪽)고 하였다. 그는 근대문학의 모순을 인식하고, 근대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그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고민하였다. 또한 문학의 이식과 전통을 새롭게 이해하고 재구성하며 문학적 창조를 추구하였다.
시인 김수영은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다. 나는 우리의 현실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부끄럽게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보다도 더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은 이 뒤떨어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시인의 태도(331~332쪽)”라고 하였다. 뒤떨어진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비판적인 자기 인식은 현실 속에서 실천과 변화를 거듭하는 출발점이 되었고, 현실에서 뿌리내리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학적 창조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장이 독자에게도 현실을 직시하는 시각을 일깨운다.
시인 신동엽은 "시란 바로 생명의 발현인 것이다. 시란 우리 인식의 전부이며 세계 인식의 통일적 표현이며 생명의 침투며 생명의 파괴며 생명의 조직인 것이다. 하여 그것은 항시 보다 광범위한 정신의 집단과 호혜적 통로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384쪽)고 하였다. 신동엽에게 시는 개인의 인식이나 감정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삶과 세계를 인식하며 더 넓은 공동체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의 문학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다움의 회복과 새로운 세계를 향한 개벽을 지향하였다.
임화에서 김수영, 신동엽으로 이어지는 사상적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문학적 창조가 시대와 현실에 대한 인식 속에서 변화를 거듭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세 문인의 사상을 함께 읽는 과정은 익숙한 작가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재평가하는 시선을 갖게 한다.
이 책은 한국 사상사, 특히 리얼리즘의 흐름 속에서 문학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라잡이 될 것이다. 이어지는 핵심 저작 부분에는 임화(1908~1953)의 사상과 비평이 담긴 산문과 비평문이 비중 있게 실려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김수영(1921~1968)과 신동엽(1930~1969)에 비해 임화의 저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은 그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의미도 있는 듯하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김수영과 신동엽도 시 이외의 산문과 비평문을 읽으니 색다르게 다가왔다. 세 문인의 핵심 저작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는 방법, 전통을 이해하는 방법, 주체성을 실현하는 방법을 비교하며 문학, 사상, 창조 등에 대한 생각을 정돈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와 문학비평, 산문에 담긴 사상과 철학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세 문인의 저작을 통해 문학에 담긴 사유를 사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며, 한국문학에서 리얼리즘의 흐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서평은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