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처음엔 시를 몰랐습니다 - 시가 좋아진 당신에게
김연덕.강우근 지음 / 리드앤두(READNDO)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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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좁은 문을 여는 법: 읽고 쓰는 용기

시 앞에서 우리는 종종 움츠러든다. 뜻을 모르면 어쩌지, 제대로 읽고 있는 걸까 망설이게 된다. 《우리 모두 처음엔 시를 몰랐습니다》(김연덕, 강우근, 리드앤두, 2025)는 바로 그 주저함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읽고 쓰는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 

두 시인이 언제, 어떻게 시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시를 어떻게 말하고 건네야 하는지, 시집을 어떻게 펼치면 좋은지 각자의 길로 다가가지만 끝내 독자 곁에 나란히 서는 방법을 친근하게 보여준다.

김연덕 시인은 “시는 말할 수 없고, 안타깝고 신나는 그 모든 것이에요(8쪽)”라고 단언하고, “어떤 장면이 시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9쪽)”를 오래 묻는다. 그 물음은 독자의 마음속에도 투명한 물결을 만든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 깃든 시의 조각들을 살며시 끄집어내도록, 책은 독자를 다정히 다독인다.

Part 1_"시에게서 나에게로"는 ‘나의 첫 시’, ‘나에게 시는’, ‘읽기의 순간들’, ‘시 쓰기가 나에게는’ 같은 질문에서 시작해 두 시인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펼친다. 

‘시, 이렇게 읽어보세요’ 코너는 질문에 답하듯 읽는 법을 제시해, 독자가 스스로 길을 찾게 돕는다. 
김연덕은 시 쓰기를 “한 사람의 내면에 사랑이 남겨둔 기록들을 따라가는 과정(22쪽)”이라 말하고, 강우근은 “과거의 주머니 속 사물의 면지를 털어내고 새롭게 밝히는 일(29쪽)”이라 말한다. 
두 사람은 시 읽기에서 ‘공간의 전환 혹은 이동’을 중시하며, 시 쓰기를 “새 사진 앨범을 만드는 것”(김연덕), “단어를 설치하는 것”(강우근)으로 비유한다. 이 비유들은 시가 삶을 새롭게 배치하는 작업임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솔직한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도 문득 ‘나도 시를 읽을 수 있겠구나,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Part 2_"나에게서 시에게로"는 도시에서 자연으로, 실내에서 실외로, 일상에서 사라진 자리로, 나아가 세계에 없는 공간까지 주제의 결을 따라 8편의 시를 고르고, 어떻게 읽을지 세심히 안내한다. 시를 소개하고, 제목에서 출발한 시인의 시선으로 첫 길잡이를 건넨 뒤, 독자의 사고를 넓히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시인의 읽기 노트를 더한다. 구조는 간명하지만, 독자가 자신의 감각으로 시를 읽어 나가도록 돕는 흥미로운 시도다.

무엇보다 강우근의 이 말이 오래 남는다. “시는 좁은 문처럼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면 내밀하고 깊어서 천천히 읽는 사람을 변하게 합니다(204쪽).”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그 좁은 문턱을 넘어 이야기가 툭툭 쏟아지는 주머니를 얻는다. 오해는 가볍게 흩어지고, 시인들의 곁에서 시를 함께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시를 보는 시선이 넓어진다. 

이 책은 시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더 멀리 가는 발판을, 시집 읽기를 처음 열어 보는 이에게는 든든한 길잡이를, 시를 쓰고 싶은 이에게는 오늘 바로 시작할 용기를 건넨다. 시와 연결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이 서평은 길벗-리드앤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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