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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 : 왜 흥부는 일해도 가난할까? ㅣ 물음표로 따라가는 인문고전 2
최성수 지음, 이철민 그림 / 아르볼 / 2017년 2월
평점 :
불난 데 부채질하기, 초상난 데 춤추기, 애 밴 여자 배 차기, 우물 밑에 똥 누기, 잦힌 밥에 흙 퍼붓기, 호박에 말뚝 박기, 이 앓는 놈 뺨치기, 까까중머리 테메우기, 비오는 날 장독 열기…
놀부의 악행을 표현하는 흥부전의 이 대목은 고전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하다.
착한 이는 복을 받고 악한 이는 벌을 받는 행복한 결말로 우리를 재미지게 만들었던 '흥부전'이 '물음표로 따라가는 인문고전’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흥부전>을 통해 새롭게 탄생했다. '물음표로 따라가는 인문고전’은 고전문학을 통해 고전의 핵심 가치를 배우고 지금 우리의 눈으로 그 질문에 대한 생각의 물음표를 따라가며 인문학적 사고를 키워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느 시대나 인간의 삶 속에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다. 우리가 고전문학을 읽는 이유도 수백 년 전 작품속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그 어떤 메세지를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즐겁고도 흥미롭다.
'물음표로 따라가는 인문고전’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흥부전>에서는 그간 선과 악 두 축에 서있던 흥부와 놀부를 끌어내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는 문제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책 제목처럼 '왜 흥부는 일해도 가난할까?'하는 질문은 18~19세기의 사회상을 들여다보게 하고 부와 가난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18세기 당시 사회는 모내기법과 이모작등 '농업의 혁명'이 일어나며 큰 변화의 물결을 맞이했던 시기다. 많은 노동력 없이도 이전보다 더 많은 벼를 수확했고 거기서 살아남은 자들은 놀부와 같은 '부농'으로 반대로 무능한 자들은 가난한 하층민으로 품팔이로 겨우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연명해야 했을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늘린 놀부 입장에선 제비다리 고쳐준 것 하나로 로또를 맞은 무능한 흥부를 보며 배가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책의 말미에 나오는 고전으로 토론하기는 두 주인공의 가상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을 들어보며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것 같아 유익했다. 경제적 자립이 먼저냐, 도덕적 삶이 먼저냐 , 왜 흥부는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었는가? 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정말 잘 사는 삶인 것인지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