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이사벨 아옌데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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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아옌데는 내게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기억되는 작가였다.

<야수의 도시>, <황금용 왕국>, <소인족의 숲> 이렇게 3부작 정말 재밌게 읽어서

언제나 좋게 기억하고 있는 작가였는데,

이번에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냈다고 하여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되었다.

페미니즘, 이라는 말을 몰랐을 때부터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늙은 페미니스트의 솔직한 이야기였고,

내가 피부로 겪는 무언가보다는

아프고 간절한 것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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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페이지들,



평범한 남성의 폭력,

여성의 도전에 대해서 남성은 폭력으로 대응한다,

그런 내용이 보였다.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면 그런가? 싶기도 한데,

더 심한 나라들을 생각해 보면 이사벨 아옌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시선은 매 맞는 여자들을 기본으로 하는 나라들을 대변하는 느낌이었다.

뭔가를 얻고자 한다면 여성 스스로 쟁취할 수 있다는 것.

확실히 온라인 등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졌겠다.

이 책에서도 나오듯,

칠레의 라스 테시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확실히 쟁취하는 활동이 느껴졌다.



세계적인 연대.

나는 이 책에서 정확히 바라보고 있는 지점이,

이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적인 연대가 아니라,

세계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의 뉴스는

그때 나에게도 놀라운 뉴스였는데,

한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식으로 다가와

놀라웠던 것 같다.

사실 별 게 아닌데도.

아직도 그 별것조차 못하는 나라들은 많다는 것.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의 모습을 볼 수 있던 페이지도 눈이 갔다.

소설 <파울라>에 대한 내용이나,

여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 <사랑하는 여자들에게>를 읽고서,

칠레 라스 테시스의 영상을 찾아보았다.

손을 들어, 외치는 그 장면들은

확실한 메시지가 있었다.

의미 있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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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문장들,

"엄청난 공격을 받을 거다. 네 그런 생각들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걱정에 사로잡힌 엄마는 여러 번 내게 경고했다.

36

장담하건대, 엄마는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한 가운데 내게 반란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 남편의 바람을 우선시 하여 자신이 꿈꾸던 삶을 접었다는 점이다.

38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눈에는 페미니즘이 나를 망쳐버릴 위험천만한 유토피아였다. 결국, 사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그런 페미니즘이 나를 망쳐버리기는커녕 나 자신을 단단하게 단련시키고 내가 하고자 하는 거의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를 통해 엄마는 몇 가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 수많은 딸들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살 수 없었던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38-39

엄마가 늘 타이르곤 했다.

"뭐든 소란 피우지 말고 품위 있게 해야 하는 법이란다."

하지만 나중에 더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페미니즘이라는 게 소란 피우지 않고서는 도저히 들이밀 수 없는 것이다.

49

겉으로는 대놓고 페미니스트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던 것과는 모순되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속절없이 노처녀로 늙어갈까봐 두렵기도 했던 것이다.

51

난생 처음 안도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알고 보니 나는 외로운 괴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세상 곳곳의 수백만의 여성들이 나와 똑같은 불안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54

나처럼 자부심이 꽉 찬 여자에게 늙어가는 건 힘든 일이다. 마음만은 여전히 매력이 넘쳐흐르는 여성인데, 아무도 그걸 알아주지 않으니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내가 이렇게 투명인간처럼 취급받는 게 기분 나쁘다.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게 필요한데, 사실 내 나이에는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77

"날갯짓으로 달리는 기차를 막으려 했던 앵무새 이야기 기억하지? 결국 앵무새는 기차에 깔려 산산조각이 났고 깃털 하나 남지 않았지. 설마 너도 그렇게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 할아버지는 여러 차례 날 불러 말하곤 했다.

149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다. 단순히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라 열린 마음과 맑은 생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 말이다. 우리는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는 평화로운 지구를 원한다.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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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 <사랑하는 여자들에게>를 읽고,

가장 첫째로 생각하게 된 것이자, 끝까지 머릿속에 남는 것은

'세계적인 연대'였다.

심각한 기아 문제가 있는 다른 대륙이나 도시로,

해외로 나가서 봉사활동을 펼치듯

보다 간절하고 문제가 심한 곳으로 나가서

페미니즘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게 급선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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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아옌데는,

이제는 늙어버린 존재로서

결혼도 경험하고 출산도 해본

늙은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며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점점 늙어가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삶과

솔직한 어른으로서의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좋게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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