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지음 / 책발전소X테라코타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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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힐링 코스로

당인리 책발전소를 들려 따뜻한 느낌으로 책을 고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 사다가

근처 정원이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

'고급진 취향'으로 한 가지 지속하고 싶은 나만의 힐링 코스다.

당인리 책발전소를 들리는 사람이면

모두가 알 만한

책방 주인 김소영님의 책이 나와서

설레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따뜻한 공간의 색감과

선선한 바람 같은 분위기가

책에서도 온전히 느껴져서 참 좋았고,

김소영님의 이야기와 함께 하는 책들과 함께

소소한 독서 산책을 함께 즐긴 것 같아서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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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페이지들,

상실이 유행처럼 번진 시대,

상실의 아픔은 순간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파오고, 더 깊어지는 것 같다는 말이

심금을 찔렀다.

김소영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순간들은

이 책에서 언제나 좋았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딸을 응원하고, 딸을 생각하는 그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져서

은은한 감동이 느껴졌다.

망원동 당인리책발전소 앞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있고,

작은 화단이 있는데

그 공간이 이 페이지를 읽으며 연상이 되어

더 가까이 느껴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가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

오히려 아까워서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라는 것.

이 점이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김소영 에세이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는

작가와 함께 천천히 걷는 독서 산책의 느낌인데,

이런 산책의 순간 속에서 만나는 문장들이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대화가 통한다는, 그런 기분 좋은 느낌.

책을 읽는 것과 책을 쓰는 것에는 고독이 있다는 작가의 말.

나 또한 고독을 씹는 편이라

이 페이지는 곰곰이 생각해 보며 읽기 좋은 부분이었다.

인생이라는 것은 찰나의 반짝이는 순간들로 버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읽으며 빛나는 순간은 짧다는 것을 천천히 깨달았다는

책방 주인 김소영님의 말이 울림을 주었다.

하지만 짧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뭔가 깊이 내 마음에 남았다.

취미가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러다가는 취미도 잃게 된다고 하는 말들을 들어왔다.

같은 결에서 '취향'이 직업이 되는 삶은 쉽지 않다는 말이

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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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좋았던 문장들,

저는 그럴 때 책을 찾게 되는데, 독서도 일종의 산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잠시 걷다 보면 복잡했던 머리가 어느새 개운해지고, 주변 경치를 바라보며 멍한 채 서서 생각지 못한 방향에서 고민의 답을 찾기도 하죠.

65

'힘내', '괜찮아', '잘했어'라는 글이 없어도 유독 위로가 되는 책이 있습니다. 저는 간지러운 말보다는 덤덤하고 털털하게 일상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글 속에서 위로를 발견해요.

99

저에게 있어 여행이란 머무는 장소의 변화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행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고정된 생각의 프레임도 바꿔주곤 합니다.

113

삶에서 일어나는 우연이 계속되면 운명인가 싶죠. 그렇게 하나씩 쌓아 올린 운명은, 때로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냅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우연이 아니었을지도요.

173

저와 같이 이 세상을 무뎌진 감정으로 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책들을 건넬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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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에세이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책 이야기,

감정의 조각들,

반짝이는 순간들,

따뜻한 온기와 선선한 바람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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