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고백들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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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에세이 <식탁 위의 고백들>

창비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에세이&'를 이어가는 책으로,

싱그럽게 초록초록 빛을 내는 책.

요리 이야기와 함께

옥탑방의 낭만 있는 삶을 펼쳐내는 책으로

감각적이고 예쁜 책이었다.

선물 같은 요리들을 보여주며

따라 요리하게끔 해주는 책이라서

읽는 재미도 있고,

읽고 난 후의 재미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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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당근을 굉장히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요리를 위해서 당근을 준비해야할 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당근을 씻고, 껍질도 벗기고 손질하는 그런 사람에게

눈이 동그라지며 반하게 되는 사람이고,

당근을 생으로 우적우적 먹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비타민A가 들어있다는 것을 계속 기억하며 일부러 요리 속 당근을 찾는 사람이고,

흙당근과 세척당근, 그 사이의 숨겨지고 빛나는 주황빛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혜미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슬픔에 빠져 주위가 암담할 때 당근을 생각한다. 자신이 화려한 색을 지닌 것도 모른 채 땅속에 잠겨 있는 형광빛의 근채류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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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참 반갑고 놀랍고 재밌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어떤 요리를 따라 해볼까 고민하던 나에게

선택된 것은 당연하게도 당근 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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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라페'.

당근라페는 프랑스 이름으로 살라드 드 카로트 라페, 라고 하는

프랑스식 당근 샐러드다.

그 자체로 샐러드로, 반찬으로 먹을 수 있고

베이글이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기도 한다.


<식탁 위의 고백들> 유튜브 영상과

여러 요리 블로그의 포스트를 참고하여

따라 만들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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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았다.

요리가 가장 재밌을 때에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다.

소비에 있어서 가장 쉬운 도전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마트다.

집에 안 쓰는 소스들이 여럿임에도, 마트에 갈 때면 매번 새로운 소스가 탐이 나 또 샀다.

같은 크림치즈여도 이게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하나를 골라 집고,

아무리 그대로 흙당근을 사기에는 너무 노동이 될 것 같아, 씻은 당근을 찾아 헤맸다.

초록초록 샐러드와 든든한 빵 위에 당근 라페를 올릴 생각에

샐러리와 라디치오, 버터헤드, 스텐포드, 카이피라가 들어간 샐러드 모음을 하나 사고,

블랙올리브깜빠뉴를 집었다.

크림치즈와 아몬드도 챙겨서 푸짐하게 먹을 준비를 마쳤다.

이혜미 작가는 요리를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책에서 자주 드러났는데,

나도 마찬가지로 선물을 고르듯

마트에서 장을 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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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긴 채가 당근 라페에 어울린다고 하는데,

다양하게 썰어봤는데,

나의 경우에는 빵에 올리기에는 좀 더 짧은 편이 좋았다.

레몬즙 대신 오렌지를 사용했는데,

오렌지의 주황과 당근의 주황이 잘 어울렸다.

주황색 입어 또 주황색~ 노래가 생각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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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작가의 말에 따르면,

당근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드문 채소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당근이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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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좋았던 문장들.

옥탑방은 선물받은 높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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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란을 건져내는 일은 위태롭고 안타깝고, 수란이 터지는 것은 슬프고 안쓰러운 일이기도 해서,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조심히 건져 한 김 식혀낸다. 방금 건져낸 수란은 불안하고 따듯하게 출렁인다.

이저 막 태어나는 중인 고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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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물렀다는 건 너무 길게 머물렀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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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넘쳐나버린 감정이 있었다. 여름처럼 대책 없이 쏟아지던. 어디까지가 알맞은 거리였을까. 서두르지 않고. 과하지 않게.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그 곁에 머물 수도 있었을까. 그때로부터 멀리멀리 걸어온 지금도 여전히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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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에 살게 된 것은 일종의 구원이었습니다. 문을 닫으면 홀로의 시간을 보호받고, 문을 열면 하늘을 향해 활짝 열리는 공간. 작은 방과 옥상을 오가며 화단을 가꾸고 요리를 배우고 시를 썼습니다. 사람들을 초대해 평상에 불을 밝히며 음식을 나누는 일의 기쁨을 알았습니다. 그건 다른 이를 맞아들이는 동시에 나를 내어주는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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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를 통해서

또 좋은 책을 한 권 만나볼 수 있었다.

이혜미 <식탁 위의 고백들>

책 속의 문장들이 참 예뻐서 아끼고 싶었고,

요리를 선물하는 장면들과 옥탑방 생활이 눈에 그려져서 좋았다.

요리를 따라 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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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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