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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ㅣ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1년 8월
평점 :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었습니다.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은 최인훈의 '광장'과도 같은 무게감을 주었지만,
실상 읽어본 책의 속내는 그보다 말랑하고 연약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들은 것은 꽤나 옛날이겠지만,
가장 최근의 추천은 사촌형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내민 어색한 사이에서의 추천은
생각보다 짙게 남아
여기까지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만난 소설 <인간 실격>은
병약하고 특이한 소년이
여자들을 만나 세상을 겪으며
별볼일 없는 인간으로 자라나는
그런 로맨스 성장 소설이었습니다.
단단한 주먹처럼 보였던 소설이
그 주먹을 펴보니
작은 병아리가 들어가있던 것이었습니다.
기대와는 달랐지만,
오히려 저는 그 병아리가 좋았습니다.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
그 자신이 특이하다는 것을 느낀 주인공은
페르소나를 연기하며 인간인 척을 하는데,
인티제의 입장에서 볼 때 사실 평범해보입니다.
평범한 인티제 1입니다.
그 가면 뒤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흥미가 갔습니다.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며 어린 주인공 이야기를 읽어나갔습니다.

'여자를 잘 다루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로 읽혔습니다.
병약미소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비합법과 음지인의 성질은
이해받지 못했던 주인공을
이해하는 방식이 생겨난 것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평범한 인티제 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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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다시 읽히는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은
또 다른 공감을 낳으며
그 신비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좋았던 문장들은,
나로서는 인간의 생활이란 것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11
한마디로 여전히 나는,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다는 뜻일 겁니다.
13
나는 주변 사람들과 거의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이 '광대 짓'이었습니다.
15
내게 매춘부란, 인간도 여자도 아닌, 그저 백치나 미치광이 같아서, 그 품에서는 안심하고 푹 잘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서글플 만큼 참으로 털끝만큼도 욕심이란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한테 동류의 친밀감을 느끼는지 그 매춘부들은 늘 내게 거북하지 않을 만큼의, 자연스러운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아무런 이해타산 없는 호의, 강매하지 않는 호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를 이에 대한 호의, 나는 그 백치나 미치광이 매춘부들에게서 실제로 마리아의 원광을 보았던 밤도 있었습니다.
46
하지만 비록 여자들은, 입 밖으로 '외로워'라고 내뱉지는 않았어도, 말없이 서글픈 외로움을 몸에서 삼 센티미터 정도의 너비만큼 지니고 있어서,
60
"...당신을 보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뭔가를 해주고 싶어 안달이 나. ...언제나 쭈뼛쭈뼛, 그러면서도 아주 재밌고, ...가끔 혼자 우울할 때도 있지만, 그 모습이 훨씬 더 여자를 미치게 해."
88
"난 이제 여자가 없는 곳으로 갈 거야."
119
주로 로맨스 문장이 좋았습니다.
슬프고, 아파서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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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을 이번 기회에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 더 좋았습니다.
저도 인간의 생활이란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릅니다.
길을 걷다가도 인간들이 많이 돌아다니면
'인간들이란..' 하는 생각을 하고,
인간의 감정은 항상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개인적으로 깊이 읽은 소설 같습니다.
결국 죽어버린 다자이 오사무의 끝은
''그저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35년의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한 아쿠타가와의 죽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게 내던지는 결말이
이 소설과 닮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 던져진 우리에게
한 번은 읽어야하는 소설 같습니다.
저는 몇 번 더 읽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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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