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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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츠지 히토나리도 그렇고, 다른 여러 작가들도 그렇고.

이번에 집어 든 책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은

유명하면서, 천재적인 일본 작가들의 짧은 생 속 쓰인 단편소설들을 담아 기대가 되었다.

특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는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여서 더 관심이 갔다.

단편 소설이 짧기 때문에 책 제목이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이라는 의미도 되는 것 같고,

짧은 생에 쓰인 소설들이라 그것도 의미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차례는

여섯 작가의 단편 두 편, 작가 및 작품 소개가 담겨 있었다.

내가 들어본 작가는 세 명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정도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경우에는

아쿠타가와 상 으로 내 기억에 있었는데,

좋아하는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그 상을 받았던 것도 그렇고,

유명한 신인상이기 때문이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작가여서 알고 있었는데,

추천을 받았어도

아직 읽지는 못한 작가여서

언제나 언젠가 읽을 책 목록에 남아있는 작가였다.

다른 작가들은 아예 처음 만나서,

이번 기회에 읽어보며 알아가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드는 작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였다.

'밀감', '아버지' 두 소설이 담겨 있었다.

'밀감'은 기차역 풍경과 기차 안, 산골짜기 마을을 그려낸 짧은 소설이었다.

나는 딱 보자마자 이 소설이 보여주는 묘사를 참 잘 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장들이 이어지는 흐름 같은 게 좋았고,

기차 플랫폼과, 지나쳐가는 기차역의 풍경 묘사가 특히 좋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옛날 느낌이 들지도 않고,

터널 속 먼지처럼 불쾌한 느낌이 밀감으로 상큼한 느낌으로 전환되는 지점 또한 좋았다.

고전 단편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묘사'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짧고 굵은 문장들 속 아주 세밀한 그림을 그리는 묘사를 배우기 위해

단편을 읽는 맛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에 맞는 묘사 소설이 바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밀감'이었다.

소설 자체도 짧고 굵어서 더 좋았다.

'밀감'이 묘사가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라면,

'아버지'는 이야기 자체가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었다.

'아버지'는 어린 친구들끼리 농담을 하다 한 친구의 아버지를 가지고 농담을 하게 된 이야기였다.

친구들끼리 농담하는 것이 누군가를 놀리듯 말하는 장난이었는데,

주인공이 친구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친구에게 그 장난을 또 시킨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상태에서, 친구는 결국 자기 아버지를 욕하게 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 아버지가 일부러 그 아들을 보러 간 것이었고,

주인공은 후에 그 친구 장례식에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었다는 추도문을 새겨 넣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재밌는 지점은

친구가 자기 아버지를 욕했다는 부분과, 주인공이 나중에 새긴 추도문 부분이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마치 슬픈 농담 같은 이야기였다.

소설을 좋아하게끔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게 이야기의 재미.

읽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이야기일 때

소설 읽는 게 참 재밌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아버지'는 딱 그 말에 맞는 이야기 소설이었다.



또 마음에 들었던 소설은

가지이 모토지로 - 레몬이었다.

'레몬'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과일 가게를 묘사한 부분이었는데,

아름다운 과일 가게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그 느낌이라 좋았다.

'레몬'에서는 과일 '레몬'이 향긋하고 감각적인 소재로 등장하는데,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그 '레몬' 같은 것이 내게는 무엇일까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중에 같은 과일류인 '자몽'이 떠올랐다.

나는 자몽 향을 좋아하는 편인데,

자몽에이드부터 자몽 바디워시, 자몽 향수까지 집에 들이는 편이다.

상큼하면서 써서,

그 쓴맛만 빼면 제일 좋다는 웃긴 생각인데,

자몽이 가진 그 향긋함 때문에 자몽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소설 '레몬'을 읽으면 떠올리게 되는 '자몽'의 향긋함이 있어서

읽을 때 더 기분 좋게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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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작가들의 이른 끝을 담은 소설집이었다.

그들이 남긴 짧지만 의미 있는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라 좋았다.

개인적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 대해 더 알 수 있게 되어 좋았고,

앞으로도 더 찾아볼 것만 같다.

이번에 작가와 비평에서 나온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은 일본문학 컬렉션 시리즈의 첫 번째로,

앞으로 더 좋은 일본문학 작품들이 독자와 만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다.

소설집을 다 읽고 책을 내려놓으니,

왠지 한 줄기 빛이 왔다 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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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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