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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볼품없지만 ㅣ 트리플 3
배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평점 :

배기정 <남은 건 볼품없지만>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소설 세 편을 모아 한 권이 완성되는 컨셉인데,
짧고 굵은 느낌이었고,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소설집과는 다르게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으로 느껴져 좋았다.
책에 담긴 세 편의 소설은
<남은 건 볼품없지만>, <끝나가는 시절>, <레일라>였다.
거기에 <일일>이라는 짧은 에세이와
뮤지션이자 작가인 오지은 씨의 발문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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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레일라>였다.
<레일라>는 뭔가 부분부분이 꽉 채워지게,
재밌으면서 매력적이게 쓰인 소설이었다.

레일라 라는 여자가 있다.
오빠의 여자친구이며,
오빠 동생인 주인공이 레일라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월세를 내며.
뭔가 잘났으며
느낌이 다른 인물이 바로 레일라.
그 느낌이 다르다는 점을 느낀 게 바로 위 사진 저 부분이었다.
'바람을 피우더라도 고기 냄새는 풍기지 말아야죠.'
온 집안의 향수 냄새와, 미세한 기름 냄새 저 서술도 좋았다.


레일라는
앞집의 부부싸움에 신경을 쓰는 오지랖을 부리는데,
이때 주인공은 그 오지랖을 불편해하는 시선을 보낸다.
나 또한 오지랖이다 생각하며 왜 저러지 생각을 하며 읽은 부분이었는데,
그 답답함이
소설을 읽다 보니
여성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지점이었다.
여성이 가진 피해자의 위치.
<남은 건 볼품없지만> 단편에서도 나온 지점이
<레일라>에서는 좀 더 유려하게 나왔는데,
<레일라>를 읽으면 읽을수록
아 이 부분 좋았네, 생각이 든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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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정은 레일라를 통해 여성 이야기를 하며
오빠를 통해 남성의 문제점을 찝기도 하는데
<레일라>에서 나온 이 부분은
특히 사이다 같은 쪽집게 지점이라 좋았다.
효도를 여자친구 백을 팔아서 뒤늦게 한다는 것과
꾸역꾸역 돈을 받아가면서도 여태까지는 해준 게 하나도 없던.
추가적으로 오빠에 대한 서술이
전체적으로 부정적이면서
남성의 무언가를 찝어주는 지점이라
더 생각할 거리를 주게 하는 인물이었다.
이어지는 <레일라>의 스토리는
이래저래 흔들리다
레일라 답게 끝났다.
전체적으로 좋았던 소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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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담긴 다른 소설들 이야기를 해보자면,
표제작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뭔가 불편함 가득한 소설이었다.
그 '뭔가'는 아마도 사건일 것이었다.
<남은 건 볼품없지만>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은
모텔 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말하는 건데,
그 이상함이 경찰서로 이어지며
내가 갖고 있던 경찰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
소설에서도 일치해서 또 현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더했다.
그리고 소설의 세계는
찰스, 프랭키 라는 인물, 자하 라는 공간으로 멀어지는 느낌이 들다가
끝은 후재 라는 인물로 다시 되돌아오게 되었다.
뭔가 어지러운 세상이 이야기를 담은 것 같아
어질어질 불편했던 소설이었다.
<끝나가는 시절>은
영화 <시동>의 중국집을 떠올리게 하는
한가로운 느낌의 소설이었다.
예술,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필름카메라 감성이 느껴졌다.
물론 아예 부드러운 소설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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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볼품없지만>의 발문을 맡은
오지은 씨는
페미니즘 관련 행사에도 참여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좀 더 격정적인 언어로
소설을 짚었다.
나는 그정도로 문제적으로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여성에 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읽어도
<레일라>는 재밌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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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