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배달합니다
김하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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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기자들이 자주 내세우는 말 중에 '체헐리즘'이라는 말이 있다.

체험 + 저널리즘의 형태로 기사를 줄줄 쓰는 건데,

때로는 그저 블로그 일기 같기도 하고,

때로는 진정성 있는 경험담에 의의를 더하는 글이 되기도 한다.

이번 메디치미디어를 통해 나온, '체헐리즘'이 담긴 책

김하영 - <뭐든 다 배달합니다>는 그 중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다.

재밌는 경험담에 날카로운 현실 꼬집기까지.

이게 바로 '체헐리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의 시대라고도 말하는 요새,

딱 잘 어울리는 책

<뭐든 다 배달합니다>를 읽은 감상을 하나둘 말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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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 김하영은

플랫폼 노동 현장에 뛰어든 작가이기 이전에,

기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 담긴 글 자체가

잘 읽히며 뼈가 하나씩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글 스타일이었다.

뼈가 있는 것.

저자의 성격에 맞게

이 책을 읽는 나의 시선 또한

'체헐리즘'이라는 단어에 꽂혀있었고,

그 단어를 계속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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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차례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는

쿠팡, 배달의 민족, 카카오 대리운전을 1장, 2장, 3장에 걸쳐서 말해주고 있다.

택배 배달의 쿠팡과, 음식 배달의 배달의 민족, 사람 배달의 카카오 대리운전까지.

그 시리즈가 제법 재밌는 구성이었다.

그리고 4장은 '플랫폼 노동의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꽤나 거창한 줄줄이 소시지다.

좀 더 무겁고 의미를 담은 장이었다.

내게 더 가깝게 다가온 건

경험을 담은 1장, 2장, 3장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회사 업무 또한 배달의 영역에 걸치고 있는 업무라서

더 가깝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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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다 배달합니다>의 장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았다.

문장 자체가 멋지다기보다는,

시대성을 지닌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그 문장의 의미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거나 했던 것 같다.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뼈가 있는 문장들은 특히 더 다가왔다.

하나씩 말해보자면,

1. 쿠팡맨의 사망 사고를 언급한 페이지(62쪽)

하루 기준 물량은 한 번에 140가구 안팎이다. 노조에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물량이라고 주장한다.

...

쿠팡맨들이 '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무리는 곧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좋기만 하다고 들었던 쿠팡맨의 사고에는 무책임해보이는 시스템에 대해 언급한 점이 좋았다.

2. 배달의 민족 AI 추천배차에 대한 페이지(130-131쪽, 264-265쪽)

AI 추천배차 방식으로 바뀐 뒤, 배달은 편해졌고 수입은 늘었다.

"아이 참, AI가 시키는 대로 하셔야죠!"

관리자가 버럭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

결제를 마치고 자전거에 올라타 출발하려는데 사장님이 내게 말을 건넸다.

"이거 시간 너무 많이 빼앗아서 어떡해요."

순간 울컥했다. 인공지능과 관리자에게 당한 설움이 한 순간에 녹아내렸다.

// AI 추천배차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좋다고 해서 놀랐다. 그런데 또 그로 인해 안 좋은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3. 배민 라이더와 배민 커넥터의 관계를 찌른 페이지(144-145쪽)

... 이 정도 수입에 만족하는 커넥터가 계속 공급되면 배민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에 인센티브, 주휴수당에 연차까지 쳐줘야 하는 직접 고용 라이더를 늘릴 필요가 없다.

"그런데, 만약 제가 라이더로 취직하면 지금 일하시는 라이더 일감이 줄어드는 거 아닌가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배민은 직접 고용 라이더들을 늘릴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배민은 대신 '부업' 참여자(커넥터)를 늘려가는 중이다.

// 친구가 배민 커넥터를 해봤다는 이야기를 평소에도 흥미있게 들었는데, 저자는 라이더와 커넥터의 이익 관계와 배민의 생각까지 이야기하며 툭 찌르는 것 같아 재밌는 부분이었다.

4. 대리기사의 금 같은 시간 이야기를 담은 페이지(174쪽)

그러나 대리기사와 같이 '건당' 수수료가 지급되는 방식에서 대기 시간은 고스란히 대리기사의 비용이다. 그래서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마치 지갑에서 지폐가 한두 장 씩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 대리운전을 마치고, 새벽 버스를 쫓는 이야기도 참 대리기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꽤나 매력적으로 느끼는 경험담은 언 손을 비비며 콜을 기다리는 대리기사 이야기다.

5. 한국의 대리운전과 닮은 미국의 우버와 택시 사이의 돈 문제를 다룬 페이지(198쪽)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50분 정도가 흘러 공항에 도착했다. 요금은 45달러가 나왔다. 요금은 우버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결제가 됐고, 나는 제임스에게 팁으로 5달러를 건넸다. 나는 택시 요금으로 100달러를 쓸 것을 50달러만 썼으니 50달러 이익을 본 셈이다.

...

그 사이 택시회사와 택시기사는 100달러를 잃었다.

// '타다'를 절대적으로 반대했던 택시기사들의 이유가 나오는 페이지. 택시기사의 불친절함은 전국민이 아는 상황이라 택시기사 편은 몇 없는 것 같지만, 이 페이지를 읽으니 택시기사도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다. 내게 신선한 생각을 가져다준 페이지다.

이렇게 쓰고 보니 꽤나 이 책을 자세하게 읽은 티가 난다.

하나둘 말하려 했는데, 이만큼이나 써진다니

인상적인 부분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니

이 책 꽤나 재밌고 좋은 책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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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부분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며,

김하영의 <뭐든 다 배달합니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덮는데,

주석 및 참고자료에서 나는 글 냄새가 꽤나 달콤했다.

다음에도 또 이런 좋은 책을 만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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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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