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본 철학 수업 - 세상을 바꾸기엔 벅차지만 자신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에게
전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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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좋은 에세이를 읽었다.

에세이의 기본은 자기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은이 전진은 자신의 이야기를 책 한 권에 잘 녹여냈다.

다사다난한 인생을 프랑스 유학 생활 이야기와 한국에서의 삶 이야기를 통해서 풀어냈다.

전진 - <소르본 철학수업> / 나무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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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 철학 수업>을 집어들게 된 이유는

사실 프랑스가 가진 매력에 매혹되었기 때문이었다.

소르본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 철학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라는 점은

무척이나 매혹적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것이 신 포도인 줄 모르고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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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 포도냐면,

목차에 답이 있다.

1장은 프랑스 이야기가 많이 녹아들어있어서, 읽기에도 좋고 기분도 좋은 편이 많았다.

그런데 2장은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게 되는 어두운 이야기들이 좀 많았다.

그래서 잔뜩 신 맛을 느끼고는, 퍽 우울해졌다.

다사다난한 인생인 줄은 알았으나, 그 삶이 너무 잘 보여서, 찌푸려졌다.

'그따구'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그 이상'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수평적으로 희망찬 삶을 꿈꾸는 지은이 전진이 참 대단해보였다.

정말로.



이 책을 왜 좋은 에세이라고 소개했냐면,

정말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가 '취향' 이야기였다.

취향이란 개인을 대변하는 기능이 있다. ... 평범하고 무난한 취향을 가진 사람은 마치 아무 옷이나 걸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취미를 갈고 닦는 데 부단히 애를 쓰는 건지도 모른다. ... 그렇게 자신을 돋보이게 할 옷들을 몸에 걸치다 보면 남들과 구별 지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반대로 벗은 몸이 민망하듯이, 취향이 없는 삶이란 공허하리라는 두려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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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그 외의 다른 것들에 관심을 덜 둔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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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누군가에게 '취향이 멋지네요' 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더 인상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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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가 참 많았어서, 더 이야기해보자면~

사실 잦은 질문에 둘러댈 간단한 대답은 충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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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꿈이 뭐야, 같은 어려운 질문 말고 넌 여기 왜 왔어, 같은 흔한 질문을 하게 되는 상황이 참 많은데

지은이 전진은 그 대답하는 상황을 참 멋있게도 적어냈다.

하지만 프랑스는 지울 수 없는 험악한 인상을 내게 안겨주었다. 동양인 여성의 작고 만만해 보이는 몸에서 생존을 위한 진화란 얼굴밖에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말 걸면 가만 안 둔다'는 의도적 아우라의 습관이 얼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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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더 인상을 쓰고 살게 되는 때가 있고, 지나치게 되는 길이 있다. 그때의 순간을 참 잘 포착한 느낌이 들었다. 공감이 많이 갔다.

자기 자신을 디폴트값처럼 두는 이상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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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데, 그런 나를 정확히 지적하는 말이었다. 참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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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 철학 수업>은

철학의 1도 몰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지만,

그 내용은 쉽지만은 않다.

책에 담긴 한 여자의 일생은

무척이나 엉켜있는 실 같아서

그 실이 어떻게 풀려서 하나의 목도리를 짰는지 참 신기할 뿐이다.

그래서 더 칭찬해주고 싶다.

잘 살아왔다고. 잘 전진해왔다고.

:)

나도 이런 멋진 에세이를 낼 만한 인생을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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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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