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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니체와 정약용
김이율 지음 / 미래문화사 / 2026년 2월
평점 :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서양철학, 특히 니체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동양철학이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우리 아이들도 논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동양철학에 눈 뜬 느낌입니다. 그 중에서 정약용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실학으로 굉장히 유명한 인물이잖아요. 이 책은 동서양의 철학에 대해서 다룬 책이라 너무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처음엔 제목이 낯설고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니체와 정약용이라니, 어울릴까?” 싶었죠. 하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그런 걱정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두 사상가를 굳이 억지로 엮지 않고, 한 장은 니체의 사유로, 다음 장은 정약용의 생각으로 차근차근 이어지는 구성 덕분에 오히려 훨씬 자연스러웠거든요.
니체의 장에서는 여전히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집니다. “싸우다 적을 닮지 말라.” “너의 도덕은 정말 너의 것인가.” 이런 문장들은 오늘을 사는 저를 그대로 붙잡아 세웠습니다. 반면 정약용의 장에서는 버텨내는 힘, 성실과 책임의 온기가 전해졌어요. “먼저 자신을 세워라.”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 누군가 등을 토닥이듯 다정한 문장들이었습니다.
읽는 동안 두 사람의 철학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리듬으로 제 마음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했습니다. 니체가 삶을 향해 묻는 강한 의심이 정약용의 단단한 실천과 만나면서, 사유와 생활이 동시에 숨 쉬는 느낌이었어요. 철학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책 속 문장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재능은 성실을 대신할 수 없다”는 구절이었습니다. 화려한 결과보다 묵묵한 하루에 힘이 있다는 이 한 문장은, 요즘처럼 바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 마치 숨 고르기를 권하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육아와 일과 학업 모두를 해나가면서 성실조차도 힘들다고 느낄 때도 많지만, 그 마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자체가 성실로 느껴지게 이 책은 저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또 “고독한 길은 험난하지만, 그렇기에 자기 길이 된다”는 문장에서는 아이를 키우며 길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제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책이 거창한 이론 대신 ‘사람의 하루’를 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철학자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목소리로 들렸어요. 저는 그게 이 책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상가를 병렬로 나열하지 않고, 각자의 세계를 존중한 채 번갈아 담아낸 구성 덕분에 오히려 그 사이의 공통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책을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이 남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정답’을 찾으려 하면서 정작 ‘질문하는 마음’을 잃어버리는가.
니체와 정약용은 그 질문 앞에서 멈추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이 책은 그들의 흔적을 따라 오늘의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당신의 삶에는 어떤 질문이 남아 있나요?”
저는 그 물음을 품은 채 하루를 살아보려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서툴러도 좋다고.
그저 오늘의 질문을 잃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이 책이 조용히 말해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