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기를 권합니다 - ‘열심히’의 저주를 끝내는 ‘적당히’의 지혜
리나 놈스 지음, 김미란 옮김 / 한문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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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하루하루를 그냥 버티는 느낌으로 살다가,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조금 울컥했습니다. “대충 살기를 권합니다”라니, 누군가 제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거든요. 낮에는 일하고, 아이 챙기고, 밥하고, 집안일 하고, 밤에는 또 한 시간씩 운전해서 대학원까지 다녀와야 하는 삶 속에서 저는 늘 “조금만 더, 더 열심히”를 외치며 저 자신을 닦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보다... 남들은 저렇게 치열하게 게사는데 나는 지금으로 괜찮은가? 가 더 먼저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언제까지 열심히 해야 하죠? 언제까지 이렇게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죠? 그건 답이 없다는게 문제였어요.

이 책이 반가웠던 건, ‘대충 살자’고 말하면서도 우리에게 그냥 아무렇게나 살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충 하기

는 어설프게 성공을 시도하는 것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문장을 읽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덜 열심히 사는 나’는 늘 죄책감의 대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지금 내가 가진 자원과 에너지를 냉정하게 보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말해줍니다. 그게 도망이 아니라, 내 편을 들어주는 선택일 수 있다고요.

책 속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완벽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것을 빼먹지 않기 위해 덜 중요한 것들은 일부러 대충 해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건넵니다. 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공부까지 해야 하는 워킹맘 입장에서 이 말은 정말 큰 위로였습니다. 더 이상 모든 영역에서 100점을 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같았어요. 사실 워킹맘이다보니 아이가 아프기만 해도 다 내 탓 같고, 아이가 안경을 쓰게 되도 내가 신경을 못 써줘서 그런 것 같고 다 나의 잘못 같거든요.

특히 옷과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이 언제나 우리 내면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는 문장을 보면서, 집 앞에 잠깐 나갈 때도 괜히 남 시선을 의식하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이 챙기느라 정신없는 아침, 솔직히 말하면 제 옷은 늘 뒷전이었거든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한 벌, 나에게 의미 있는 옷 하나만 있어도 그게 나만의 스타일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참 따뜻했습니다. ‘오늘은 그냥 이 정도면 됐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여유를 배운 느낌이었어요.

“진심으로 흥미 있는 일을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의미 없다고 여기지 말라”는 부분에서는, 늦은 밤 졸린 눈 비비며 대학원 공부를 하는 제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지금 이 공부가 누구에게는 별 것 아닌 취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분명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육식 문화나 소비 습관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옵니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과 정보가 사실은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엄마로서 아이에게 어떤 기준을 물려줄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 만들어놓은 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럼 나는 우리 가족에게 어떤 기준을 보여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하게 해주었어요.

집과 몸에 대한 부분도 깊게 와닿았습니다. 완벽하게 정리된 집, 예쁜 인테리어, 흠잡을 데 없는 몸이 아니라, “누군가 오래 머물러도 편안한 거실 같은 몸과 집”이면 충분하다는 말. 집에만 들어오면 더 피곤해지는 날들이 있었는데, 그게 가구나 인테리어 때문이 아니라 ‘이 집은 진짜 내 집이 아니다’라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문장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우리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과 화해할 때, 비로소 지금 가진 것을 즐길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모든 아이디어를 다 실천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수많은 계획 중에서, 끝까지 남는 단단한 선택 하나면 충분하다는 거죠. 저는 그 대목을 읽으면서,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일도 너무 많은 내 삶을 떠올렸습니다. 다 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고, 그중에서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만 꺼내어 붙잡으면 된다는 메시지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워킹맘으로, 학생으로, 아내와 딸로, 수많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주변에 잘 없습니다. 이 책은 그 말을 대신 건네주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줄어든 건 아닌데, 그걸 바라보는 제 마음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다고 할까요.

완벽하게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고, 오늘도 여기까지 온 나를 조금은 쓰다듬어주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도 여전히 매일 허덕이지만, 이 책을 읽은 뒤로는 가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그래,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히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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