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심리학
현도 지음 / 민족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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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현도 스님의 『탐욕의 심리학』을 읽으며 저는 제 안의 욕망을 아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크게 마음을 흔든 문장은 “욕망을 이해하는 순간, 탐욕은 힘을 잃는다”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는 그 이해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정도 욕심은 괜찮아’, ‘다들 이 정도는 하잖아’ 하며 탐욕을 포장해왔던 제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코덕’, 그러니까 '화장품 덕후'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화장품 홍보대사로 활동했을 정도로 화장품을 좋아했습니다. 새로 나온 립스틱이나 향수를 보면 마음이 설레었고,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꼭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한정판이 나왔는데 구하지 못하면 잠을 못 잘 정도로 집착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울리지도 않는 화장을 과하게 해왔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강사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화려한 화장을 할 일이 거의 없는데도 여전히 신제품을 보면 이유 없이 사고 싶어집니다. 처음에는 ‘이건 나만의 작은 행복이야’, '나만 이런게 아니야. 모든 코덕들은 다 소유욕이 있어.' 라고 말하며 합리화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분명한 탐욕의 한 형태였습니다. 사용이 아닌 ‘소유 자체’가 목적이었고, 새로운 제품을 사야만 마음이 안정되는 저 자신을 마주했을 때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책에서 현도 스님은 탐욕을 단순히 물질적 욕심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결핍을 느끼는 마음의 작용이며,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탐욕을 자각한 뒤에도, 그것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정당화하는 데 있습니다. “나는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이 정도쯤은 괜찮아”, “열심히 일했으니까 나에게 보상해야지”라는 식의 생각은 잠시 마음을 달래줄지는 몰라도, 결국 탐욕의 굴레를 더 단단히 만드는 사슬이 됩니다.

제가 이 책에서 배운 것은 욕망을 이해하는 것과 욕망을 합리화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해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이지만, 합리화는 그 마음을 외면하는 또 다른 형태의 변명입니다. 스님은 탐욕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것을 ‘관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떤 욕망이 떠오를 때, 그것을 억누르거나 감추지 말고 그냥 바라보라고요. 하지만 바라본다는 것은 그 욕망의 정당성을 찾아주는 일이 아니라, 그것이 왜 생겼는지를 조용히 묻는 과정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저는 제 화장품 서랍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수십 개의 립스틱과 팔레트가 줄줄이 놓여 있었지만, 정작 자주 쓰는 것은 몇 가지뿐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팔레트들은 손도 대지 않습니다. 그저 유명하니까, 내 퍼스널컬러와 맞다고 하니까 구매한 것들일 뿐입니다. 게다가 수많은 제품들이 유통기한이 지나서 정말로 장식의 역할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스님이 말씀하신 “탐욕은 결핍의 그림자”라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통해 부족한 만족감과 불안을 달래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이해’하되, 더 이상 ‘합리화’하지 않으려 합니다. ‘갖고 싶다’는 감정이 들 때마다 잠시 멈추고, 그 감정 뒤에 숨은 결핍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려 합니다.

『탐욕의 심리학』은 단순히 욕심을 버리라는 책이 아닙니다. 욕망을 정당화하며 스스로를 속이는 마음의 패턴을 꿰뚫어보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그동안의 자기계발서처럼 부드럽거나 다정한 책이 아닙니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것들을 규정하고 타협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는 욕망을 채우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합리화를 멈추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변명하는 습관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서 조금은 솔직해질 용기를 얻었습니다. 욕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제는 그것에 휘둘리기보다,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다스리며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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